단 하나뿐인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원활한 통화 흐름과 물가안정을 위해 화폐발행, 통화신용 조절, 금융기관 등의 여·수신 관리 등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지역본부별로 지역 경제에 관한 조사연구와 중소기업 육성 및 경쟁력 확보, 경제세미나·강연 등을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초 취임한 박양수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은 무안 출신으로 지난 1991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뒤 본사와 뉴욕사무소 등에서 근무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전망, 금융안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온 조사연구 전문가다.
박양수 신임 본부장을 만나 앞으로 지역의 살림과 경제발전을 이끌어갈 지역금융계 수장으로서 계획과 포부를 들어봤다.

-지역 본부장으로 부임한 소감은.
△ 1991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이래 첫 지역본부 근무를 고향에서 하게 돼 가슴이 벅차고 설렌다. 매우 영광스럽지만 동시에 어깨가 무겁다. 지난 26년여간 경제연구와 업무 경험 등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역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은 광주전남본부가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주요 사업은.
△ 지역균형 발전 등을 위해 지방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을 낮은 금리로 지원하고 있다. 또 화폐발행 및 환수업무의 수행을 통해 지역경제 주체들의 원활한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역 현안 및 주력산업 등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사연구를 수행해 지역 경제발전을 위한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현재 광주·전남지역의 경기상황과 전망은 어떠한지.
△올해 국내경제는 민간소비 및 건설투자가 둔화되겠지만 주요국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및 설비투자의 개선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등에 따른 높은 성장 하방리스크로 기업구조조정, 가계부채 상환부담 증가, 소득 불균형 등이 내수 회복세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경제가 전년(2.7%)보다 다소 낮아진 2.5%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기초로 지역 경제를 살펴보면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역 기업들의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계도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금리상승 등으로 가계부채의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경우 소비를 확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별로 보면 광주의 자동차산업은 주력 수출처인 미국시장의 정체, 내수 부진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반면 가전은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다소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도 생산라인 증설 및 휴대폰 신제품 출시 등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전남의 경우 석유정제와 석유화학 분야는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작년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철강과 조선은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 세부적으로 최근 미국 등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로 인한 광주·전남지역 산업경제 영향은.
△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될 경우 자동차, 반도체, 가전 등 우리 지역 주력 품목의 수출 전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미국은 광주지역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며 전남지역은 중국이 24.2%, 미국이 5.4%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과의 교역이 감소하게 되면 대미 수출뿐 아니라 대중국 수출에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경제심리가 위축되면서 민간소비 등 내수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수출이 부진하게 되면 곧바로 지역경제 성장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발 빠른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 내수침체 등으로 인해 지역경기가 어렵다. 이를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우선적으로 친환경자동차 부품클러스터, 에너지밸리, 문화콘텐츠 클러스터 등 우리지역의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 조성사업들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청년고용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지역에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가 부족한 결과 청년층이 교육과 취업을 위해 연쇄적인 이주를 지속하고 있다. 가능한 한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려 하고 졸업 후에도 대부분 수도권 기업에 취업하거나 우리 지역에서 취업하더라도 수도권으로 전직하려 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광주형 일자리사업 추진, 문화·관광 등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의 육성, 청년창업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청년들이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할 올해 핵심사업은.
△ 먼저 지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깊이있는 지역경제 조사연구를 수행하겠다. 세계적으로 환경문제,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른 대량실업 예고, 소득 불평등 심화 등 다양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정책 디자인이 필요한 상황이며 지역경제 정책에도 통용되고 있다.
이에 조사연구 담당 직원들과의 활발한 토론 등을 통해 본인의 국제 및 국내경제 분석·연구 경험과 아이디어들이 지역경제 조사연구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맞춤형 정책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학계, 연구기관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자체 연구의 정확도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아울러 지역경제 전문가 및 정책담당자들이 함께하는 지역경제세미나, 포럼 등을 개최해 실효성 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정책당국과 공유할 계획이다.
또 다른 역점사업은 효율적인 자금지원을 통한 지역의 우량 중소기업 육성과 경쟁력 제고다.
현재 본부는 지방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4279억원을 0.75%의 대출금리로 운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기준 3760개의 지역 업체가 지원받고 있다. 지역전략산업 영위기업, 농림수산업 관련기업, 창업기업, 벤처기업, 혁신기업, 지역특화산업 영위기업 등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중소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자금지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
끝으로 지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
이를 위해 지역민들이 더욱 친숙하게 지역경제 상황을 이해하고 정책도 파악할 수 있도록 강연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공유할 기회를 많이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지역의 경제주체들이 적절하게 참고할 수 있도록 지역통계 등 경제정보를 충실히 제공하겠다.

- 올해 계획하고 있는 조사연구는 무엇이 있는지.
△ 올해 지역경제의 화두라고 할 수 있는 고용·인력 상황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연구와 지역경제의 신성장동력이라 할 수 있는 관광산업, MICE산업에 대한 연구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다만 대내외적으로 많은 여건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지역경제발전에 긴요한 주제를 시의적절하게 선정해 조사연구를 수행하도록 하겠다.
또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지역의 금융안정 측면에서보다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해 볼 계획이다.
아울러 모니터링을 통해 분기마다 작성·공표하고 있는 ‘지역경제보고서(Golden Book)’의 질적 수준과 정도를 더욱 높여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의 경제주체들이 지역경기의 흐름을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겠다.

-지역민을 위한 사회공헌활동 추진 상황은.
△ 광주전남본부 직원들은 항상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지역사회와의 나눔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제캠프를 비롯한 초·중·고등학생 대상 경제교육, 대학생 대상 중앙은행론 강좌 및 통화정책경시대회, 중등·초등교사 대상 직무연수, 소외계층 초청 방문견학 행사 등 지역민들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나눔활동으로 성심의 집, 광주 나사렛집 등 사회복지시설에 대해 매년 성금을 전달하고 있으며 매달 직원들이 성심의 집에서 봉사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도움이 필요한 자매결연 학생(5명)에 대해 후원금도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민에게 당부의 말은.
△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가계나 기업 즉 민간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에 대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 및 우리나라의 경제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겠지만 광주·전남지역은 환경문제 심화,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 도래 등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천혜의 관광자원과 농수산업 등 6차산업 기반을 가지고 있다.
고향분들께서도 자신감을 갖고 경제활동을 해나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남도의 시대가 올 것을 믿는다.

임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