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고속도로에서 광양IC로 나와 광양읍 초입 오른편으로 백운산휴양림 가는 길을 따라 가다보면 옥룡면사무소가 나온다. 옥룡초등학교를 막 지나 왼편으로 성불계곡 이정표를 따라 승용차로 5분 정도 가다보면 중흥산성 증흥사를 찾을 수 있다.
중흥산성에는 신라 경문왕 때 도선대사가 창건한 중흥사(中興寺)가 자리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왜병과의 격전 끝에 승병들은 모두 죽고 절은 불에 타버렸다고 전한다.
중흥산성이 임진왜란 당시 의병과 승병의 훈련장이자 격전지였기 때문에 왜군의 침입으로 중흥산성이 함락되자 중흥사도 승병의 순절과 함께 완전히 소실됐다. 임진왜란 후 작은 암자가 건립돼 여승의 힘으로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다시 폐찰됐고, 1963년에 중건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무더운 여름 날씨 때문일까. 스님의 염불소리도, 매미 울음소리도 하나 없는 대웅전 앞 마당에 그저 적막감만 흐른다.
사찰 서편에 자리 잡은 중흥산성 삼층석탑(보물 제112호)은 원래 쌍사자 석등(국보 제103호)과 함께 있었다. 석등은 1936년 일제의 경찰이 탐내어 일본으로 옮겨가려 하였으나 주민들이 끝까지 지켜낸 문화재로, 1992년 도난 우려가 있어 국립광주박물관으로 옮겨 보관 중이다.

중흥산성 삼층석탑은 2단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린 형태이다. 위층기단에는 모서리 기둥을 굵직하게 조각했다. 질 좋은 화강암을 재료로 사용해 여러 조각이 여전히 명확하게 확인되는 등 보존 상태가 좋다.
한 면을 둘씩 나누어서 앞면에는 인왕상을, 양 측면에는 사천왕상을, 뒷면에는 보살상을 도드라지게 새겼는데, 그 조각수법이 매우 정교하다. 오랜 세월 속에 조각의 섬세함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 아름다움은 여전하다.
탑신부는 몸돌과 지붕돌이 각각 하나의 돌로 돼 있으며, 각 층 몸돌에는 두꺼운 모서리기둥을 조각했다.
1층 몸돌의 각 면에는 연꽃대좌 위에 앉아 있는 여래상을 새겼고, 2층 이상의 몸돌은 훨씬 작아지는 모습이다. 지붕돌은 밑면의 받침이 3단씩이고 처마 밑은 수평을 이루고 있다. 탑의 꼭대기에는 머리장식으로 노반만 남아 있고 그 위에 연꽃봉오리 모양의 보주가 있다.
이 석탑은 특히 각 부분의 풍부한 조각들이 눈에 띄는데, 보존상태가 좋고 조각된 상들도 뚜렷하다. 탑신에 비해 밑의 기단부가 다소 커 보이는 경향이 있으나 매우 안정된 느낌을 주는 통일신라시대의 대표적인 석탑이다. 글·사진=여균수 기자

여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