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북경이 쾌청하다. 미세먼지의 대명사가 북경 아니던가. 어쩐 일로 이렇게 맑은 하늘을 선보이는지는 모른다. 북경창작센터를 방문한 지난 9월 하순 중국내 대표적인 예술특구 송좡을 찾았다. 송좡을 비롯해 798이나 환티에는 국내에서도 예술집단지구로 널리 알려진 곳들이었으나 필자는 초행이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북경창작센터 한중교류 전시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다가 한 젊은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북경 중앙미술학원 첫 외국인 수석졸업자(2013년)이자 ‘베이징아트페어’ 완판 기록자라는 닉네임이 따라붙었다.

조선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중국으로 유학길에 오른 뒤 중국에 머물며 활발한 작업을 펼치고 있는 전남 순천 출생 정성준 작가(37)가 그 주인공이다. 정 작가는 신문화탐색 사상 처음 해외에서 취재가 이뤄진 주인공이 됐다. 사드로 인해 한중간 갈등의 골이 깊어 한국 작가에 대한 문의가 뚝 끊겨버려 작품판매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이후 작품이 없어 팔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성준 작 'Be Happy'

정 작가는 신예로 중국에서 한창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북경시 송좡예술특구 예술공장거리에 자리한 그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파격적 조건으로 작자 화랑에서 전속 제의가 들어온 직후였다. 선매입 등 계약조건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송좡에 머무르는 화가들의 작업실은 옛날 공장 건물을 분할해 임대를 놓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 작가도 마찬가지다. 임대료가 매달 70여만원이어서 비싼 편이다. 정 작가가 머물고 있는 송좡은 중국공산당대회가 열리게 되면 전시가 불허되는 지역이다. 물론 798은 전시가 진행되는 것과 대비된다. 이유는 반체제 작가가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 작가에게 그런 중국의 정서는 큰 영향을 주거나 차질을 빚게 하지는 않는 듯 보였다. 작업실 근처 전시회가 그렇게 많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어서다.
그는 798따산즈에 머물다 올 1월 송좡으로 건너왔다. 북경창작센터 7기 입주작가(2015년)를 지냈다. 그도 북경창작센터를 통해 중국 미술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놓은 셈이다. 정 작가에게도 북경창작센터는 의미있는 방점인 것이다. 절실하고 절박할 때 북경센터와 연결된 것이다.

정 작가는 북경창작센터 입주 전 부침이 있었다. 그러나 북경창작센터 입주, 기관 소속 작가가 되다보니 명함도 달라지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는 그가 압축성장을 할 수 있었던 직접적 발판이 됐다. 창작센터 입주가 끝나자 그를 눈여겨보던 798지구 소재 중국 링크갤러리가 그의 작품을 론칭(Launching)하게 된다. ‘2016북경아트페어’에 출품도 그렇게 해서 이뤄졌다. 지난해 북경아트페어에 13점을 출품, 모두 완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 이후 작업에 대한 생각과 중국에서의 도전은 더욱 선명하고 확고해졌다. 그리고 광주미술에 대한 자부심 또한 확고해졌다.
"북경창작센터 입주할 때 개인적으로 온 작가가 아닌, 광주시립미술관에서 파견을 온 작가로 인식이 되다보니 자부심을 갖고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인지도는 아주 높습니다. 이곳 사람들도 광주는 몰라도 광주비엔날레는 알고 있어요. 그리고 북경창작센터 존재 역시 모두들 인식하고 있죠. 중국 국립중앙미술관 관장도 이러한 내용을 잘 알고 있더군요."
다시 그의 작업실 이야기를 한다. 깔끔한 성격답게 정돈돼 있다. 작품을 보면 그 작가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정 작가의 작품에는 그의 성격이 드러난다. 면이 반듯하게 분할돼 있다. 작업실 또한 반듯하게 정리돼 있다. 그는 어지러놓고 작업을 하는 스타일은 아닌 듯 보였다.

물감 등 화구들을 봐도 그렇다. 가지런하다. 그는 좋은 화면 구축을 위해 우수한 화구들을 사용한다. 이를테면 물감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중국제 물감은 질이 떨어져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한창 성장하는 작가지만 다양한 작업에의 욕구는 늘 꿈틀댄다.
"작업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습니다. 영상과 조각, 입체도 했어요. 이 장르들은 융복합 장들인 셈이죠. 예전처럼 평면회화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폭을 확장해 깊이를 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시도해보지 않은 작품활동에 대한 욕망을 늘 갖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목표는 원대하다. 얼핏 보면 너무 멀어보이는 것은 아닌지 의아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성장추세라면 못 이룰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어떤 작가로 평가받고 싶은지를 물었다.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같은 작가가 되는 게 꿈이죠. 저는 워낙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 미술을 하는 게 아닌지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작업은 낮에 집중을 해서 하는 데 다행히 작업실 가운데가 뚫려 있어 채광이 좋아 작업하기 편합니다. 형광등과 자연광은 차이가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방문할 당시 정 작가는 798에서 열리는 그룹전에 참여하고 있었다. 북경 관내 화가만 6만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갤러리 100여곳이 잇는 798에서 전시를 열고 싶어한다. 정 작가는 이곳 798에서의 전시가 더 한발짝 다가온 눈치다. 그룹전으로 계속 참여하고 있어서다.
이같이 그가 오늘날과 같은 촉망받는 젊은 작가 반열에 오르기까지 그를 뒷받침하고 지켜봐준 분들이 있다. 그는 이런 분들을 한시도 잊지 않는다.
호주에도 1년 동안 어학연수를 다녀온 바 있는 그에게 졸업 후 줄곧 도움을 주고 있는 이는 광양과 순천, 광주에 연고를 두고 있는 ㈜효석의 김효수 회장이다. 2006년 러시아 상트페테부르크 레핀미술아카데미와 중국 유학 학비를 모두 지원했다며 몇번이고 감사의 표현을 잊지 않았다.

중국을 발판으로 싱가포르와 홍콩에까지 진출, 한창 성장하는 작가로 평가받는 그의 작품 30호는 50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올해 작품 스케줄도 이미 모두 찼다. 그를 찾는 화단의 러브콜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조선대학교 서양화 동기이자 동료 작가인 오영화씨(2018년 북경창작센터 입주 예정)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작업에 대한 정신을 새롭게 가다듬으며 나갈 요량이다. 그가 결혼 전후 어떤 미술적 성장에 가닿아 있을 지 자못 궁금하다.

고선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