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 사립병원의 선두주자인 조선대학교 병원의 제22대 병원장으로 취임한 배학연 교수.
내분비내과 전문의로 조선대 의과대학·대학원을 졸업 후, 캐나다 캘거리 의과대학 교환교수, 대한당뇨병학회 및 대한내분비학회 호남지회 회장, 영호남 내분비대사연구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대내외 활동을 바탕으로 신임 병원장을 맡게 됐다.
지역병원이 같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국내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성장하고, 의료관광 등 해외 환자 유치 등에 나서는 등 조선대병원 발전의 미래 청사진을 구상하고 있는 배 병원장의 계획과 사업 추진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최근 병원장에 취임했다. 소감은.

△ 제22대 병원장으로 취임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하나, 의료계가 처한 현실 속에 진정한 변화와 혁신으로 지역은 물론 국내에서 신뢰받는 병원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는 중책을 맡게 돼 책임감을 느낀다. 이는 병원을 찾는 환자 및 보호자에게 좀 더 낮은 자세로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실천하도록 하겠다.

- 향후 병원 운영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 지난 2년간 3관 외래진료센터 개소, 전국 최초 권역감염병 전문병원 선정, 4차 산업혁명의 선도 역할을 위한 호남최초 ‘IBM 왓슨포온콜로지’ 도입 및 인공지능암센터 개소, 3주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등 다방면에 걸쳐 굵직한 성과를 나타내었다.

현재 우리 보건의료는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전공의 특별법 시행, 병원내 비윤리적 문제 개선, 최근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사망사건과 이에 따른 감염관리 등 많은 이슈가 병원 의료계에 닥치고 있다.

이에 지역 최고의 사립병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조선대병원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다각도로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병원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병원 내 교직원간의 의견 조율을 통한 신뢰를 바탕으로 내부직원의 만족을 높일 것이며, 이는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 및 보호자들의 만족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 효율적인 환자진료에 임하겠다. 특히 응급실 환자관리와 체류시간 관리, 비효율적인
진료과 관습을 개선하고, 환자분들의 불편함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각 진료과 간의 협진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대외적으로는 다른 병원과의 협진시스템을 강화해 나가겠다. 국내 200여곳의 협력병원과 의뢰 및 회송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은 다양한 의료기관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불합리한 환자 이송 관행 등은 과감히 철폐하고 좀 더 불편함 없이 양 기관이 언제든지 안심하고 환자를 보낼 수 있는 신뢰받는 병원이 돼야 할 것이다.

- 운영 계획 중 최우선으로 실현시키고 싶은 중점 사업은.

△ 전국 최초로 선정된 ‘권역감염병 전문병원’은 과거 메르스(MERS)와 같은 신종감염병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권역별 감염질환 컨트롤 타워를 마련해 중앙과 권역이 유기적으로 대처해 나가고자 국가에서 지정한 병원이다.

이는 300억 원에 가까운 국고지원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100병상 이상의 입원시설과 국제 감염병 진료센터, 감염병 전문 연구실, 감염호흡기병동 등 다양한 시설과 최고의 의료진을 준비할 것이다.

이러한 사업을 토대로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질적 성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 효율화를 바탕으로 진료대기시간 단축 등 시스템과 환경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며, 특히 지역 밀착형 병원으로서 고령 환자의 증가에 발맞춰 각종 내과적 질환과 골다공증, 골절 및 관절 질환, 그리고 현재 ‘문재인 케어’의 핵심인 치매에 대해 뇌신경 치매 질환을 위한 특성화 센터를 활성화 할 것이다.

- 조선대병원의 강점은 무엇이며, 이를 토대로 전국의 병원들과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KTX를 비롯한 교통의 발달에 힘입어 수도권과의 시간·거리의 공간이 좁혀짐에 따라 지역 대학병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메리트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조선대병원은 센터 중심의 특성화 방안으로 그 해결책을 연구해 왔다. 특히 24시간 운영되는 심혈관센터는 물론 뇌졸중센터, 당뇨센터, 척추센터 등 전문 진료과 중심으로 진료를 행하고 있으며, 호남권역 최초로 도입한 ‘IBM 왓슨포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토대로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 암센터’를 지난해 9월부터 개소해 수도권까지 다니는 암환자분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고 이곳에서도 최첨단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완벽한 협진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학 근거 자료들을 활용해서 의사에게 정확한 치료법을 권고해주는 ‘근거 중심 의학(evidence-based medicine)’으로 의사와 환자의 치료 만족도를 높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진료를 통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환자 쏠림 현상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자 한다.

또 최초 침습 신장 이식 수술법 개발, 광주·전남 최초 간이식 성공, 충청·호남 최초 혈액형 불일치 간/신장 동시이식, 충청·호남 최초 소아뇌사자 간이식 성공 등 이 지역에서 역사를 쓰고 있는 장기이식센터 역시 조선대병원 강점이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지난해 2월 완공을 마친 외래진료센터(제3관)는 환자와 보호자가 쾌적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외래 진료를 볼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특히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및 과거 메르스(MERS) 사태를 토대로 각종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병원이 되고자 국가음압치료병상을 구축하는 등 환자분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있다.

- 조선대병원이 앞으로 지역 대표 의료기관으로 추진할 것은 무엇인가.

△ 지역민의 사랑으로 개원 47주년을 맞이한 조선대병원은 그동안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다양한 공공보건의료사업을 확대하고자 한다. 다양한 국내 의료봉사는 물론 환우를 위한 다양한 공연 개최 등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병원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
또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지역 학생들에게도 진로 체험 활동 기회를 제공해 의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진로 탐색의 시간을 제공하겠다.

문재인 정부 의료정책 중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꼽히는 ‘치매’ 역시 광주시 광역치매센터를 비롯해 조선대학교의 치매국책 연구단, 바이오 기기 사업등을 한데 묶어 현 정부와 함께 치매 예방 및 치료에 앞장설 계획이다.

향후 전국 최초로 ‘권역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선정된 조선대병원은, 과거 메르스 사태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감염병 걱정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단단한 기반이 돼 국내 여러 병원의 귀감이 될 것이다.

- 조선대병원은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많은 환자 및 사회공헌활동이 눈에 띄는데, 향후 계획은.

△ 조선대병원은 2014년부터 의료봉사단을 구성해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국내는 물론 국외의 의료 손길이 필요한 곳에 방문해 의술을 펼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긴급하게 수술이 필요한 해외 및 국내 환자를 발굴해 진정한 나눔 정신을 실천하고자 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증가함에 따라 외국인력지원센터와 MOU를 맺어 연 1회 외국인근로자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아름다운 가게 바자회, 희귀난치성 환자 치료비 전달, 소외계층 쌀 전달식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 밀착형 병원으로서 책임을 다 하고자 한다.

- 외국인환자 유치와 의료관광 성과는.

△ 조선대병원은 2009년부터 외국인환자 유치등록기관에 등록됐으며, 이에 광주시 의료관광지원센터와 함께 외국인 환자 유치를 적극 선도하고 있다. 매해 주기적인 해외의료봉사는 물론 각국의 병원 및 협력기관과의 MOU 체결로 정보 교류와 의료진 교육 등 선진의료기술의 전파에 힘쓰고 있고, 특히 지난해 한·몽 연수프로젝트, 한·러 연수프로젝트 등 의료기술 전파와 더불어 한국 문화 전파의 선봉장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수료한 의료진이 해당 국가로 귀국 후, 자국의 환자를 우리 조선대병원으로 수술 의뢰 하는 경우도 많으며, 교육을 담당한 의료진과 꾸준한 소통으로 의료알림에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인생철학 또는 생활신조가 있다면.

△ 따로 정해놓은 인생철학은 없지만 병원장이 된 지금 자주하는 말은 ‘자기 자신을 낮춰라’다. 세이공청(洗耳恭聽)이란 말처럼 남의 말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귀담아 듣는 자세가 환자 및 보호자를 대하는 의료진의 첫 번째 미덕일 것이며, 치료가 끝나는 그 시점까지도 항상 마음속에 첫 번째로 가져야 할 덕목일 것이다.

또 지역최고의 사립대학병원으로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진료는 물론 연구와 교육 등 대학병원으로서 행해야 할 많은 역할이 있다. 기본의 중요함을 역설한 본립도생(本立道生)의 사자성어처럼 항상 기본을 중시하고, 탄탄한 기본위에 실력을 갖추어 조선대병원을 믿고 찾을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겠다.



<프로필>
-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의학대학원 졸업
- 조선대병원 응급실장
- 조선대 의과대학 의학과장
- 조선대병원 당뇨병센터장
- 대한당뇨병학회 호남지회장
- 대한내분비학회 호남지회장

박정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