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쓸만한 문화시설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줄곧 이어져왔다. 특히 지역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그 지역의 버려진 공간을 재활용해 문화창구로서의 거점역할을 수행하는 공간들이 집중받고 있다. 이를테면 근대 개항기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문화예술 창작공간인 인천 아트플랫폼이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으며, 가까이에서는 관방제림 옆에 오랜 세월 방치돼 있던 남송창고와 죽제품 가공 공장을 문화예술간으로 새롭게 단장한 담양 담빛 예술창고 등이 있다.
이들 공간은 지역의 문화 숨통 역할을 하는 동시에 문화운동의 결집 공간이자 문화사랑방, 문화향유 공간 등 다양한 역할을 해내는 동시에 문화명소로까지 부상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오랫동안 방치돼 버려져 있던 공간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해 지역의 문화발전소를 꿈꾸고 있는 나빌레라문화센터가 개관 6개월째를 맞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나빌레라문화센터는 일제 강점기 식민지 경제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산업시설로 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해온 나주잠사 공장시설을 활용한 것으로, 2015년까지 폐허로 버려진 공간이었다. 주요시설로는 건조실과 창고, 고치보관소, 관리동, 굴뚝,기숙사 등이었다. 애초 실을 뽑던 누에공장은 소실돼 마당으로 꾸며졌다. 15, 16세때 이곳에서 일을 했던 일부 할머니들만 세세하게 기억할 뿐 그 나머지는 이미 기억에서 지워진 곳이었다. 현재의 소극장 쪽에서는 두 차례의 화재가 발생해 전소했으며, 한때 청소년들의 탈선현장이 되기도 했다.
이 시설들을 리모델링해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지난해 문을 연 이곳 문화센터는 4관의 전시실과 80석 규모의 소극장, 교육공간 등이 구비됐다.
이중 소극장은 조그만한 음악이나 연극 공연 및 마을 영화상영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교육공간은 본관 지하에 청소년과 학생들을 위한 녹음실이, 1층에 공방창작실이, 2층에 세미나실이, 3층에 미디어 창작실이 갖춰져 있다.
실제 공간을 투어해보면 얼핏 미로찾기 갖지만 전혀 공간들이 따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전시가 가동 중에 있는데다 일제시대 옛 건축의 일부 모습까지 볼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계단을 타고 공간을 이동하며 건물과 건물 사이를 넘나들 수 있어 동선 또한 전혀 따분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특정목적을 위한 단순형태의 건축물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편의시설과 디테일한 공간 구성이 미흡한 형편이다. 이를테면 입구공간이나 안내동선 및 관람객 휴게공간 등이 부재한 상황이다. 또 센터장 체제 도입이나 체계적인 전시콘셉트 구축 등 전반에 대해 살피면서 주민들과 함께 업그레이드 방안에 대한 고심은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나주시 관계자는 "이곳이 등록문화재로 원형보존이라는 원칙을 최우선하다보니 편의시설 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위해 문화상품 진열 등을 포함한 관람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북카페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무동은 옛 보일러실로 문화센터 프로그램 운영을 맡고 있는 나주문화도시조성사업단(단장 김경주 동신대 공연전시학과 교수)의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이곳의 시설 전반에 관한 하드웨어는 나주시가 맡고 있다.
이곳 문화센터는 단순하게 전시와 공연을 구현하는 한편, 문화기획자와 활동가 및 마을운동가 등이 모여 지역의 문화방향 설정과 문화담론 양산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이들이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 등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평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나주문화도시조성사업단 관계자는 "잠사라는 용어마저 어려웠던 이곳이 폐산업시설 활용 재생프로젝트의 하나로 선정,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뒤 젊은층에서도 예전 어떤 곳인지 알게 된 계기가 됐다"며 "전시와 공연장 역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동아리나 활동가 등에 공간을 제공하는 등 지역 문화인프라 구축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총 6동 중 5동이 가동 중인 가운데 나머지 1동은 1층 구내식당과 2층 기숙사로 쓰이던 건축물로, 게스트하우스로의 활용을 구상했으나 문화센터 활성화와 문화발신소 및 원도심 문화재생 거점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나주 정체성을 살려가면서 중국 등 국내외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레지던시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추후 공모 등 절차에 들어갈 복안이다.
소극장 옆 1953년에 건립된 잠사 사택은 옛 잠사 공장 사진과 역사를 선보일 미니 갤러리와 기록관으로 구축 중이다.
인천 아트플랫폼이 차이나타운 및 자유공원 등과 묶어 인천의 명소로 거듭난 것처럼 금성관이나 나주향교, 목사내아 금학헌, 곰탕거리 등과 연계돼 나주의 ‘아트플랫폼’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