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운 올 여름, 곡성 도림사 계곡 역시 물 반 사람 반이다. 물이 고인 소에는 튜브를 탄 어린이들의 깔깔거림이 가득하다.

도림사는 동악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동악산이란 이름은 원효대사가 이 절을 창건할 때 온산의 풍경이 음률에 동요돼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렸다고 해서 붙였다고 전해진다.

동악산 계곡을 따라 기암괴석이 즐비하며 넓은 암반 곳곳에는 많은 시인묵객들이 다녀간 흔적을 글씨로 새겨놓았다.

원효대사는 660년(무열왕 7)에 사불산 화엄사로 부터 옮겨 이 절을 지었다. 876년에 도선국사가 중창을 했는데, 이후 도선국사, 사명대사, 서산대사 등 도인들이 숲같이 모여들어 절 이름을 도림사라 명명했다고 한다.

현재 절 안에는 법당인 보광전을 비롯해 응진당·지장전·약사전·칠성각·요사채 등이 있다.

대웅전이라 할 수 있는 보광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인 맞배지붕집이며 원형기둥을 세우고 포작은 주두 위에만 공포를 올린 주심포집 형식이다.

보광전 안에는 전남도 유형문화재 제271호인 삼불상이 모셔져 있다. 삼불상은 아미타불, 관음보살, 대세지보살 등이다. 조각승 운혜, 경림 등이 1665년부터 1680년에 걸쳐 제작했다.

삼불상 뒤로 후불도가 그려져 있는데, 이 그림이 바로 보물 제1934호인 아미타여래설법도이다.

1730년에 수화원인 채인, 진행, 즉심, 각천, 책활 등이 제작한 것이다. 이 그림을 주도한 채인과 즉심은 1723년 흥국사와 1725년 송광사 불화 제작 때 의겸을 수화사로 모시고 함께 작업을 한 대표적인 의겸파 화원이다.

또 의겸을 비롯해 채인, 덕민, 지원, 각천, 책활 등은 같은 해(1730년) 공주 갑사의 ‘석가여래삼세불도’를 함께 제작하였을 만큼 이들은 긴밀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도림사의 아미타여래설법도는 공주 갑사 석가여래삼세불도의 제작 의도와 달리 단독의 후불벽면에 걸기 위해 조성된 불화로, 갑사의 그것 보다 좌우 폭이 넓어졌으나, 인물의 표현이나 구성, 묘선, 색채, 문양 등 도상이나 양식의 면에서 대체로 갑사의 화풍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18세기 최고의 화승 의겸의 화풍이 그의 유파 화원들에게 어떻게 스며들고 발전돼 가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림은 아미타여래와 관음·대세지를 비롯한 팔대보살, 그리고 권속들이 엄격한 좌우대칭을 이루며 짜임새 있는 화면구성을 갖추었으며, 정취하고 유려한 필선과 중간 톤의 안정된 색감과 문양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18세기 전반기 유행한 불화 풍과화사간의 교류를 통한 화맥의 전승관계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설법도가 삼불상 뒤에 가려 사진을 찍기가 여간 불편했다. 설법도 사진게재를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올려진 사진으로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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