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호·제68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정상화, 기초예술 활성화 방안, 지방정부 문화정책의 혁신 등 묵직한 현안들부터 동네책방의 현실, 청년문화단체들의 눈에 띄는 활동상, 소소한 공연리뷰까지. 광주의 문화이슈들은 물론 문화예술계 소식들을 속속 담아 전하는 잡지가 있다.
2005년 겨울 창간호를 시작으로 지난 2018년 가을호까지. 분기별로 이슈가 됐던 이야기들을 기획특집으로 다뤘고, 현장에서의 생생한 목소리를 모아 가감 없이 들려주었다. 통권 43호를 펴낸 계간 문화담론지 ‘창’ 이야기다.
문화담론지 ‘창’ 표지에는 ‘창은 우리 겨레와 인류의 문화를 보는 눈입니다’란 문구가 박혀 있다. 콘텐츠를 소개하는 면에도 굵은 글씨로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김정희 문화담론지 ‘창’ 편집위원장은 "이 한 문장의 슬로건이 문화담론지 창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라고 밝힌다.
"창은 글자 그대로 ‘窓’입니다. 저 너머의 세상을 바라 보는 통로이자 매개체이죠. 창간부터 지금껏 지키고자 노력해 온 것은 바로 비판정신입니다. 계간지인 만큼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뉴스’의 개념 보다는, 쟁점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 혹은 보완해야 할 부분들, 또 시민들의 의견을 비중 있게 담으려고 애써왔죠. 정보를 단순히 나열·소개하는 방식의 글이 아니라, 잡지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광주 문화의 역사적 자료가 될 수 있도록 주력했습니다."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이 발행하는 문화담론지 ‘창’은 특집기획·문화톡톡·문화진단·문화포커스 등의 섹션을 비롯해 주목받는 예술인들을 소개하는 문화인탐구생활, 광주역사문화자원들을 소개하는 지면까지. 다채로운 읽을거리로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잡지다.
창간 초기 문화담론지 ‘창’은 광주의 민주·평화·인권 정신을 잇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의 맥을 이어가는데 초점을 두었다.
예향 광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꾸준히 물어왔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의 초기부터 첫 단추가 잘 꿰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의 회원들이, 그리고 광주 시민들, 문화예술인들이 ‘창’에 바라는 기대치들이 있습니다. 이슈들이 생길 때 마다 ‘창’에서 전해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셨죠. 이 같은 기대들에 부응하는 것이 창의 존재 이유이자 주요 역할이 됐습니다. 지면의 ‘텍스트’로서 전하는 게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이슈에 대한 좌담회나 관련 토론회를 열어 다양한 의견들이 논의되는 장을 깔기도 했죠."
표류하고 있는 문화전당의 현실을 논하는 특집 좌담회도 여러 번 마련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특별법개정에 대한 지역의 목소리를 듣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직 갈 길이 멀다’, ‘문화전당은 광주시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등 각 주제를 다룬 특집 기획 시리즈를 실었다. 기사로 소개하는 게 혹여나 중립성을 잃지는 않을까, 제외되는 의견이 있을까 싶을 때는 좌담회를 지상 중계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여기다 문화도시, 여성의 요구와 역할, 5·18민중항쟁 사적지 종합관리시스템 구축 문제, 중앙 문화재단의 광주 유치 및 광주문화재단의 역할과 과제, 광주역사박물관·문학관 건립 등 다채로운 이슈들을 쟁점화 했습니다."
이와 함께 문화담론지 창은 문화정책들이 ‘아래로부터’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데도 애를 썼다. 민간 주도의 재단이 발행하는 소식지로서, 또 광주의 문화 이슈들을 전국 문화 단체에 전하는 메신저로서 그 역할을 다 해 온 것이다.
시인이자 문학가인 김 편집위원장이 ‘창’ 제작 전면에 나서면서 지면은 한 결 더 부드러워졌다. 거대 담론들은 묵직하게 이끌어가는 한편, 광주에서 일어나는 문화행사나 정보들을 중심으로 풀어 설명해주는 꼭지를 더 늘렸다.
"거시적인 담론들을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이 편안하게 또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말랑말랑한 글들도 필요하죠. 특히 재단 회원들의 소식들을 놓치지 않고 담으려고 합니다. 독자이자 재단의 회원들이 ‘창’에 참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잡지의 얼굴인 표지는 대개 예술 작품 이미지로 장식된다. ‘무돌아트’를 통해 배출됐던 작가들의 작품에서부터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진시영 작가의 작품이 내걸려 눈 호강을 시켜준다.
또 잡지 뒤쪽 섹션에는 지역 작가들의 ‘시’를 만날 수 있다. 시 한편 편하게 읽기 어려운 빽빽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글이 주는 여운을 선사하고픈 김 위원장의 마음이다. 독자들은 물론이고, 작가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지역 작가들의 좋은 작품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 지면을 도입했어요. 지역에서도 좋은 시들이 꾸준히 나오는데, 이를 읽을 수 있는 창구는 턱 없이 부족하거든요. 이 같은 작품들을 독자들에게 닿게 해주는 일 또한 ‘창’의 역할이라 믿어요."
이처럼 잡지에는 지역 문화예술을 향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최근 ‘창’에 공연리뷰나 전시회 소식들이 비중있게 다뤄지는 것 또한 바로 이 때문이다.
"지역예술인들이 애써 준비한 것을 널리 알리고픈 마음이죠. 특히 공연은 현장에서 보지 못하면 사라지고 마는데, 공연 리뷰 섹션을 통해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을 응원하는 ‘창’의 작은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죠."
계절마다 잡지를 세상에 내놓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시기에 맞는 이슈를 선별하는 것부터 재미난 콘텐츠를 찾아 소개하는 것, 또 편협 되지 않도록 다양한 목소리를 균형 있게 전달하기 위해선 늘 눈을 크게 뜨고 있어야만 한다. 지역 문화예술계를 조망하는 동시에 냉철한 시각으로 기삿거리를 건져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편집위원장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좋은 필진을 물색하는 일이다. 이들의 생각이 담긴 문장 하나 하나가 잡지를 완성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진들이 가장 소중하죠. 신선한 시각을 가진 필진의 글을 싣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만 영리를 추구하는 잡지가 아닌 탓에 고료를 드릴 수가 없는 게 가장 아쉬워요. 미안하기도 하고요. 사명감만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일하기가 어려워지거든요.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이죠. 필진을 소중히 생각하고, 고료를 잘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문화담론지 ‘창’은 문화예술계를 내다 볼 수 있는 매개체이자, 시민의 목소리를 담는 창구 역할을 묵묵히 해 나갈 작정이다. 김 편집위원장의 꿈은 하나다. 바로 문화담론지 ‘창’이 문화예술분야 최고의 잡지가 되는 것이다.
"‘창’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바람은 결국 이게 아닐까요? 무엇보다 창을 읽는 독자들이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창을 통해 소식들을 접하고 또, 알찬 정보들도 얻어가고요. ‘우리 겨레와 인류의 문화를 보는 눈입니다’란 문화담론지 창의 슬로건처럼 ‘창’이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슈에 대해 논하는 창 역할을 하길 바라요. 나아가 이 같은 힘들이 모여 지역문화예술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이 돼준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죠."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