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호·제71호=여균수 기자)광주시 유형문화재 제11호인 병천사는 광주시 서구 금호동 우미아파트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1924년에 건립된 충주지씨들의 서원이자 사우이다. 일제강점기 때 충주지씨들이 호국선현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기 위해 고려 말 충신 정몽주, 고려 말 공신 지용기, 조선조 공신 정충신, 병자호란 때 활약한 지여해·지계최 등 5인을 기려왔다. 이들은 모두 외적을 물리치고 나라를 국난에서 구한 공이 큰 인물들이다.
1910년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을 당한 후 선조들의 절의와 애국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지응현이 이곳에 이들을 배향하는 사당을 지은 것이다.
병천사는 1927년 건축공사를 시작해 1932년에 완공됐다. ‘천리(天理)를 병집(秉執)한다’는 뜻에서 병천사(秉天祠)라고 명명하고 서원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건립 초기의 입지형태는 문중 소유의 ‘병천사산도’에 잘 나타나 있다. 앞뒤의 대밭과 연못을 배경으로 신문과 병천사 현전, 영당, 존심당, 동재, 서재, 거경재가 자리잡고 있다.
사당의 기본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위쪽에 선현을 봉사하는 사묘역과 아래쪽에 교육하는 강학역을 두어 전학후묘(前學後廟)의 틀을 형성하고 있다. 사묘역은 병천사 현전을 중심으로 앞에 신문이 자리잡고, 신문 앞에는 사적비와 묘력비가 있다.
현전 오른쪽에는 영당과 문이 현전과 나란히 위치한다.
강학역은 동재인 숭인재와 서재인 집의재가 좌우에 자리잡고, 병천사와 마주보며 강당인 존심당이 위치하며, 존심당 오른편에는 사우의 대문격인 광제문이 있다.
병천사당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전후툇간을 두고 있으며, 간살없이 통간을 제향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경내에는 사당·영당·동재·서재·강당·전사실·내삼문·원직사 등이 있는데 건물 가운데 가장 크고 보존을 요하는 강당 1동만을 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강당은 앞면 5칸·옆면 2칸 규모이며, 가운데 3칸은 대청마루를 두었고 양쪽은 방을 들였다.
이렇게 다양한 건물이 자리해 병천사를 둘러보다보면 사당이라기보다 서원과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주말이면 자주 병천사는 전통혼례식장으로 모습을 바꾼다. 마당이 넓고 전통한옥이 빙 둘러서 있어 전통혼례를 올리기에 제격이다. 뷔페 식사를 할 수 있는 사당 뒤편 공간도 넓어 전통혼례에 관심있는 젊은이들에게 결혼식장으로 인기가 높다.
병천사 오른쪽에 대단위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산으로 막혀 있는 뒤편을 제외하고 이미 사당의 정면과 왼편에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어 오른쪽까지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병천사가 완전히 아파트 숲으로 갇히게 된다.
문화재 주변에 이렇게 마구잡이로 고층 건물 건축을 허가해도 되는 것인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