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제72호=여균수 기자) 지리산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화엄사로 오르는 길가 옆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경쾌하다. 햇살조차 시원한 화엄사 경내는 새 봄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화엄사는 신라 진흥왕 5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해 선덕여왕 12년 자장율사가 중창했으며, 진덕여왕 때에는 원효대사가 강의를 했던 곳이다.
문무왕 때에는 의상이 왕명을 받아 청석에 ‘화엄경’을 새겨두면서 화엄사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 절에는 국보 제67호인 각황전과 국보 제12호로 동양 최대의 석등인 각황전 앞 석등 그리고 국보 제35호로 연기조사가 자신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효대라는 높은 언덕에 세웠다고 알려진 4사자 3층석탑, 국보 제301호인 영산회괘불탱 등 국보만 4점에 보물 제132호인 동오층석탑, 보물 제133호인 서오층석탑, 보물 제300호인 원통전전사자탑 등 보물 7점을 합해 국가지정문화재만 11점을 보유한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유산 보고이다.
석등이 있는 각화전은 조선 숙종 28년(1702)에 지어진 것으로 각황전이란 이름은 숙종이 직접 지어 현판을 내린 것이라고 한다.
이 건물은 신라시대에 쌓은 것으로 보이는 돌기단 위에 앞면 7칸·옆면 5칸 규모로 지은 2층 집이다.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으로,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해 짜은 구조가 기둥 위 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 양식이라 매우 화려한 느낌을 준다. 건물의 외관이 매우 웅장하며 건축기법도 뛰어나 조선시대 대표적 건축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각황전 앞에 세워진 석등은 전체 높이 6.4m로, 석등으로는 동양에서 가장 커다란 규모이다. 석등 옆에 선 관광객이 아주 작게 보일 정도이다.
석등은 부처의 광명을 상징한다 해서 ‘광명등’이라고도 하는데, 대개 사찰의 대웅전이나 탑과 같은 중요한 건축물 앞에 배치된다.
불을 밝혀두는 화사석을 중심으로, 아래로는 3단의 받침돌을 두고, 위로는 지붕돌을 올린 후 꼭대기에 머리장식을 얹어 마무리했다.
장고 모양의 특이한 기둥형태는 통일신라시대 후기에 유행했던 것으로, 이 석등은 그 중에서도 가장 전형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다.
기둥 위로는 솟은 연꽃무늬를 조각한 윗받침돌을 두고 화사석을 받치도록 했다. 큼직한 귀꽃이 눈에 띄는 8각의 지붕돌 위로는 머리 장식이 온전하게 남아있어 전체적인 완성미를 더해준다.
이 석등은 통일신라 헌안왕 4년(860)에서 경문왕 13년(873) 사이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며, 석등 뒤에 세워진 각황전의 위용과 좋은 조화를 보여준다. 활짝 핀 연꽃조각의 소박미와 화사석·지붕돌 등에서 보여주는 웅건한 조각미를 동시에 간직한 통일신라시대의 대표적 작품이다.
여름은 저만치건만 벌써부터 반팔을 입은 관광객들이 석등 앞에서 번갈아 가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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