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제72호=정채경 기자, 사진·최기남 기자)그를 떠올리면 어떤 예술가인지 한 가지로 쉬이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
1990년대 초 대학가에서 투쟁가로 불리었던 ‘투쟁의 한길로’와 ‘바쳐야 한다’ 등의 작곡가로 알려져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민중음악가’라는 타이틀이 따라 붙었다. 5·18민중항쟁 30주년 전야제 총감독과 전국오월창작가요제 총감독 등 굵직한 행사를 도맡고, 작곡으로 데뷔한 지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사색’이라는 기념 앨범을 발매하는가 하면,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3권의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운동권 가요의 한 획을 그은 민중음악가이자 작곡가, 싱어송라이터, 시인, 공연 연출 총감독 등 예술가로서 폭넓게 활동해 온 박종화씨의 이야기다.
이런 그가 (사)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이하 광주민예총)의 수장으로 예술가라는 본업을 잠시 내려놓는다. 광주민예총이 지난 2월23일 마련한 2019 정기총회에서 작곡가인 박종화씨가 제13대 회장으로 추대됐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지난 3월부터 오는 2021년 2월까지 연합단체 11곳을 대표해 이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4월10일 광주문화예술회관 별관동을 찾았다. 마중을 나와 있던 박 회장과 인사를 나눈 뒤 광주시립사진전시관을 지나 광주민예총 사무실로 향했다. (사)5월음악을 마주하면서 광주전남작가회의와 칸막이로 구분한 사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회장을 맡기 전 (사)5월음악 부이사장으로 활동해 온 그는 바로 앞 5월음악 사무실에서 이곳으로 자리만 옮겼다며 웃었다. 그의 말과 달리 사무실에서의 모습은 11개 예술단체를 대표하는 수장으로 역할을 수행하느라 여러모로 바빠 보였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앉은 자리에서 박 회장은 수장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맡은 이상 임기 동안 개인적인 예술 활동보다는 회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먼저 광주민예총이 추구하는 세계관과 이들이 지향하는 ‘민족예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광주민예총은 70년대 후반 민족예술을 자양분 삼아 1980년 5월에 사명감을 갖고 출범한 단체예요. 광주미술이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뿌리가 됐습니다. 5월 정신이 세계로 뻗어 나가 그 정신을 기리고 나아가 통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는 것이죠. 해외에서는 워낙 여러 인종이 뒤섞여 있다 보니 민족이라는 개념이 없는 국가나 지역이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예술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단체명에 굳이 넣은 것은 통일을 지향하기 때문이죠."
통일 지향 예술의 정점을 찍는 것. 그것이 바로 민족예술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광주민예총이 ‘5월에서 통일로’라는 슬로건을 주로 내세운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임기 내에 광주민예총을 이끌면서 무엇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를 설명했다.
"올 1년은 광주민예총의 조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내실화에 기여하고, 나머지 1년은 광주민예총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각종 사업을 진행하는데 집중하려고 해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결속력을 다지는 것이죠. 임기 동안 이 점에 가장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예술인들이 마음놓고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광주민예총이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연합 단체들이 자연스레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그 기반을 탄탄히 하려고 하는 의도예요."
박 회장은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기에 앞서 연합 단체 사무국 11곳을 방문해 회원 한 명 한 명을 만나 광주민예총에 바라는 점에 대해 청취했다.
이를 바탕으로 임기 내에 운영할 사업과 현안에 대해 모두 하나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올 한해 조직체계를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은 이를 위해 광주민예총의 재정을 강화하는데 앞장설 각오다. 예술단체와 회원의 가입 신청을 받고, 광주시민들의 후원과 함께 기회가 된다면 기업의 후원도 받을 수 있도록 광주민예총 내 행정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현장에서 예술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자체 재정률을 지금보다 더 높일 예정이다. 현재 14개 소속 단체 외에 단체와 개인 등으로부터 가입요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만큼 오는 5월초께 운영위원회를 열고 가입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촬영 현장

그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독재정권 시절에는 서로 똘똘 뭉쳤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다양한 발언 창구가 생겨난데다 결속력이 약화됐다고 현재의 분위기를 언급했다. 각자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요즘 추세라는 것. 따라서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고 진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와 함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청년 세대를 아우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광주민예총 운영위원회에 청년들로 구성된 청년위원회를 꾸려 이들이 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청년들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청년 예술가들의 유입이 거의 끊어지다 시피했다는 진단이다.
40대 이하 예술인들의 예술 활동을 장려하면서 젊은 세대의 가입률을 높이고 싶지만, 세대 간 문제와 함께 다른 성향으로 모이지 못해 심각하게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개인 또는 단체가 각자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는데 예전에 비해 대동예술 영역보다 전문예술 영역에 초점이 맞춰지거나 장르의 구분이 세분화된 점도 이런 문제가 발생된 원인 중 하나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망월동 5·18 민주묘지를 비롯, 광주 곳곳에서 1980년 5월을 알렸던 예술을 펼친 기억을 회상했다. 사명감 하나로 자발적으로 앞다퉈 참여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현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되 그 시절 열정과 사명감을 다시 되돌리고 싶다는 의견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5·18민중항쟁’ 40주년이 되는 내년을 언급한 뒤 상황에 직면해 부리나케 돌입하기 보다는 먼저 차근히 기반을 닦은 뒤 제대로 준비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올해 5월이 끝나자마자 내년에 열릴 ‘5·18민중항쟁’ 40주년 기념 문화콘텐츠를 제작하고 실행하는데 주력할 예정입니다. 행사위원회가 꾸려지길 기다리기 보다 한 발 앞서 제대로 준비해 5월 예술제를 부활시키려 해요. 5월 정신을 지키고, 기리는 예술인의 모습을 선보여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일, 모든 회원들의 바람이자 광주민예총이 할 일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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