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호·제73호=여균수 기자)보성 계산리 삼층석탑을 찾아가기 위해 보성 복내로 자동차 방향을 잡는다. 가는 길이 두가지인데, 필자는 화순읍을 거쳐가는 사평 방향을 택했다. 새로 뚫린 화순 보성 간 도로를 지나다 이양 금능교차로에서 꺾어지는 노선을 타면 시간을 아낄 수 있겠지만, 굳이 옛 도로를 택한 것은 오랜만에 주암호반을 달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노선을 택하길 역시 잘했다. 한낮 시간 운행하는 자동차를 거의 만나기 힘들 정도로 도로는 한가하기만 하다.
바쁜 자동차들은 뻥 뚫린 새 도로로 향했고, 수자원 보호구역 지정 후 주암호 주변 음식점까지 모두 떠나면서 대원사 벚꽃이 만개할 때를 제외하곤 평소 이 도로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유마사 입구에서 대원사로 이어지는 호반, 최근 잇따른 봄비로 수위가 차오른 주암호는 연두색 새순을 내민 주변 나무들과 어울리며 투명한 광채를 뽐내고 있다.
서재필공원 삼거리에서 우회전, 문덕과 복내면소지에 들어설 동안 좌우로 철쭉의 향연이 이어진다.
복내면소재지에서 보성읍 방면으로 5분 정도 더 달리면 오른쪽으로 계산리 마을이 있다. 마을 끝 뒷산 아래에서 소담하게 서있는 삼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전남도 문화재자료 제133호인 계산리 삼층석탑이다.
전체의 무게를 지탱하는 기단을 2층으로 두고, 3층으로 탑신을 올려놓았다. 원래는 기단의 일부가 없어지고, 탑신의 3층 몸돌과 지붕돌이 각각 따로 떨어져 흩어져 있었는데, 1989년 탑을 해체하면서 모두 수습해 복원해 놓았다.
아래층 기단은 네 개의 돌을 바둑판처럼 짜서 이루게 하였으며, 4면의 모서리와 가운데에 기둥 모양을 본 떠 새겼다. 위층 기단은 4장의 돌을 사방에 세워 면을 이루게 하고, 각 모서리마다 별도의 돌로 다듬은 기둥을 세워 뒀는데, 원래의 것이 없어져 새로이 만들어 끼워 넣었다. 탑신부의 세 몸돌은 모서리에 기둥 모양을 새겼고, 위층으로 올라 갈수록 적당히 줄어들고 있다. 대체로 얇고 평평해 보이는 지붕돌은 밑면에 3단씩의 받침을 두었고, 윗면의 네 모서리선이 뚜렷하게 표현돼 있다.
전문가들은 위층 기단의 가운데 기둥 조각이 생략된 점이나, 지붕돌의 받침이 3단인 점 등으로 보아, 고려시대에 세운 탑으로 추측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위층 기단의 모서리기둥을 따로 세운 것, 탑신의 몸돌에 새긴 기둥 모양의 조각이 희미하게 배흘림 양식을 하고 있는 점 등인데, 이처럼 곳곳에서 백제탑 양식이 나타나고 있어, 이 지역이 옛 백제 땅의 한 영역이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온통 새순으로 푸름을 가득 머금은 마을 뒷산을 배경으로 홀로 서있는 회색빛 삼층석탑의 모습이 고즈넉함을 더한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