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호 제77호=여균수 기자)순천 송광사는 해인사, 통도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삼보 사찰(三寶寺刹)의 하나로, 훌륭한 스님을 가장 많이 배출 했다해서 승보사찰로 불린다.
송광사는 신라 말기 체징에 의해 창건됐으며, 당시에는 길상사라고 불렀다. 고려시대에는 지리산에서 수행하던 보조국사가 제자들 과 함께 이곳으로 옮겨와 수선사 시대를 연다. 보조국사 이후 조선 초까지 180년 동안 송광사에서 무려 15명의 국사를 배출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송광사는 승보사찰로 이름을 떨치게 됐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으면서 수각·임경당·보조 암·천자암 등이 소실됐을 뿐만 아니라, 왜군의 노략질을 견디다 못한 승려들이 다른 사찰로 옮겨가거나 속가로 되돌아가면서 한때 폐사가 되다시피 했다. 또 한국전쟁 때는 절 주변 나무가 벌채를 당하거나 대웅보전이 불에 타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다. 송광사는 고려 명종 때 이미 80여 동의 건물을 가진 대사 찰이었고, 한국전쟁 때 가람 상당수가 소실되기 전까지만 해도 건물 총수가 80여 동을 유지하고 있었다.
현재는 약 50여 동으로 여전히 대사찰로서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잇따른 가을비로 조계산 계곡의 물이 많이 불어 있다. 거대한 암벽 사이로 콸콸 요동을 치며 흘러내리는 계곡의 모습이 지리산 계곡 부럽지 않다.
일주문을 지나 시냇물을 따라 올라가면 송광사 제1경인 삼청교와 우화각(능허교)이 계곡과 어울려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능허교 난간에 관광객들이 앉아 흐르는 계곡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능허교를 건너 천왕문과 해탈문, 종고루를 지나면 대웅 전이 위용을 자랑하고 서있다. 대웅전 뒤쪽으로는 석재로 높은 단을 조성해 공간을 구별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선원 과 승보사찰을 상징하는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서 국보 제56호인 국사전을 만날 수 있다. 국사전은 승보사찰인 송광사의 상징적 건물이다. 나라 를 빛낸 국사들의 영정을 봉안하고 그들의 덕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법당이다. 이곳은 일명 자음당이라고도 하며, 옛날에는 참선을 하는 수선장으로 이용됐다. 이곳에 봉안 된 16국사는 조계종의 가풍을 선양하고 불교의 진면목을 드러낸 한국불교의 증인들이다.
국사전 건물은 정면 4칸, 측면 3칸 규모의 주심포계 맞 배집으로 대웅전과 같이 서향하고 있다. 원래 3칸이었으나 4칸으로 증축되면서 좌측면과 우측면의 칸수와 구조가 서로 다르게 구성돼 있다. 조선 초기 주심포가 익공형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어 주심포 중기 형식의 표준으로 평가 되고 있는 중요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국사전의 위치가 수님들의 수행 공간에 있어 사찰측이 일반인 접근을 불허했다. 문화재를 보기 위해 송광사를 찾 는 사람들에겐 매우 아쉬운 일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찰 측의 배려가 필요해 보였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