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제79호=최성국 기자) 1970년대 들어 급격한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광주천 뿐만 아니라 대촌천, 수춘천 등 도심을 따라 흐르는 하천들 이 한때 제기능을 상실했다. 특히 오염된 대촌천의 경우 효천지구 개발과 더불어 시민들이 악취 등의 민원을 제기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수생 생태계 또한 파괴됐으며 과거 농촌길에서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던 반딧불이도 사라져만 갔다. 이같은 상황에서 광주지역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 공공기관이 힘을 합쳐 수 년간 펼쳐오고 있는 ‘하천 살리기’ 운동이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민·관이 합심해 기본적인 정화활동부터 생태계 점검, 오염원 조사, 주민교육 등의 활동을 벌이자 사라졌던 환경 지표종 반딧불이 1000여 마리가 지방 하천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생태체험을 위해 시민들의 발길도 다시 이어지고 있어서다. ‘청정자연’을 되찾아가고 있는 대촌천의 현재와 수년간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펼쳐왔던 활동들을 되돌아보며 환경보존에 대한 중요성을 짚어본다.

지방하천의 기능을 상실한 대촌천
대촌천은 길이 21.29㎞, 유로 연장 21.30㎞, 유역면적 34.02㎦의 지방 2급 하천으로, 영산강 수계에 속해 있다. 광주 남구 송하동 502번지에서 하천이 시작돼 대체로 남서쪽으로 흐르며, 임암동·원산 동을 지나면서 수춘천이 합류한다. 도금동과 칠석동을 거친 후엔 나주시 남평읍을 빠져나가면서 국가하천인 지석천의 지류 역할을 하고 있다. 대촌천이 흐르는 대촌지역은 과거부터 대부분 농지로 사용돼 오고 있으며, 지난 2000년대 본격적인 도시택지개 발이 시작돼 효천지구 등이 들어서게 됐다. 이렇듯 대촌천은 도심 하천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지난 1990년대 들어 급격한 도시화, 무분별한 개발로 본 모습을 잃어갔다. 하천에는 도시에서 발생하는 각종 생활 오·폐수가 쏟아지고, 일부 시민들이 내다 버린 비닐 봉투, 1회용품, 폐기물 등 각종 퇴적물이 10여 년 간 쌓여만 갔다. 특히 강수량이 감소하고 도심의 아파트, 도로 등으로 콘크리트화되면서 유량마저 부족해 하천은 메마르고 오염도가 심해져 수상생물의 개체 수가 급감했다. 대촌천이 갈수록 도심하천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가자 인근 주민들은 악취 등의 생활 문제를 호소하는 지경에 이 르렀다. 더욱이 대촌천의 지류인 수춘천 상류지역에 광주시가 운영하는 위생매립장과 가연성폐기물처리장, 덕남정수장 등이 입지하게 되면서 갈수록 수질오염의 위험성과 환경 오염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인근 주민들의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대촌천에 다시금 찾아온 반딧불이
상황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면서 대촌천을 옛날의 모습 으로 되돌리고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져 갔고, 지자체를 포함해 인근 주민, 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들의 끝없는 노력 끝에 대촌천은 도심 하천으로서 제 기능을 되찾아가고, 친환경적인 하천이라는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같은 활동을 앞장서 이끌어온 광주 시민들이 있었다.
지난 2011년 대촌천 인근 주민들과 평소 생태계 보존에 관심이 높았던 광주시민들은 한 자리에 모여 ‘대촌천 반딧 불이 보존회’를 구성했다. 중간중간 인력의 변경은 있었지만 현재 58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반딧불이 보존회의 주된 업무는 모니터링 활동이다.
이들은 하천 청소와 폐수 감시, 환경 보존에 대한 인근 주민 교육 등 실시하면서 본격적인 ‘대촌천 살리기’에 나섰다. 대촌천 곳곳에 ‘대촌천과 지석천을 살립시다’라는 팻말 부착을 첫 시작으로, 보존회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촌천에서의 낚시 행위, 하천사면 경작, 불 법 소각, 농업부산물 투기, 수질 오염조사 등의 활동과 1년에 10회 이상 비점오염원 유출에 대한 주민 교육을 펼 치고 있다. 이같은 노력 덕분일까.
지난 2015년 9월엔 반딧불이가 대촌천 일대에서 대량 발견됐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반딧불이는 오염되지 않은 하천에 사는 달팽이 등을 먹이로 삼고 있으며, 청정 자연에서만 서식해 환경을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되는 환경 지표종이다. 환경 파괴로 서식지와 개체가 급감하고 있는 반딧불이 는 천연기념물로 등재돼 있으며, 다수가 서식하는 지역에 서는 어린이들과 학생, 시민들에게 꿈같은 광경을 선사하는 축제가 열리고 관광자원으로 지역민들의 미래먹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대촌천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된 지 다음해인 지난 2016 년에는 이곳에서 반딧불이 성충 300여 마리가 발견됐고, 지난 2018년에는 470개체로 최다 복원됐다. 대촌천의 환경 복원이 속도를 더해가면서 올해에는 지난해의 2배가 넘는 1000여 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수질 환경과 생태 복원에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반딧불이 보존회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 보존에 대한 광주 시민들과 어린이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광주 남구와 함께 ‘대촌천 반딧불이 생태체험 행사’를 자발적으로 열어오고 있다.
이 생태 체험 행사는 늦반딧불이가 활동성을 보이는 매년 9월3일 간의 일정으로 운영되며, 사전 접수는 당일 마감될 정도로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과 만족도를 이끌어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20일 오후 7시께 제4회 생태체험 행사에 참가한 140가족 380여 명의 시민들은 대촌천에서 보존 회원들과 팀을 이뤄 반딧불이 탐방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냇가와 풀숲 곳곳에서 형광빛을 뽐내는 반 딧불이를 보면서 감탄사를 자아냈고, 부모와 아이들은 지석교와 칠석보 사이의 왕복 2.5㎞를 걸으며 주로 환경 생태계와 반딧불이의 연관 관계, 하천과 자연보호의 소중함 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서홍수 대촌천반딧불이보존회 총무는 "반딧불이는 신비감과 안정감을 주는 정서 곤충으로, 아이들이 직접적인 현장 체험을 통해 자연보호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교육하기 위해 행사를 치러오고 있다"면서 "반딧불이 개체 수 증가는 대촌천이 살아나고 있다는 반증이며 꾸준한 설득과 감시 끝에 하천에서의 불법 행위가 감소해 내년에는 개체 수가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딧불이 보존회와 더불어 광주시민들이 대촌천의 수질 현황과 수생태 환경 등을 직접 조사하기 위해 꾸린 ‘대촌천 사랑 실천 주민 연구모임’도 눈길을 끈다.
시민들이 직접 수질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일반 시민들 과 공유, 꾸준한 하천 관리와 생태 보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연구모임은 문헌자료조사 뿐만 아니라 전문가 강연, 선진지 견학을 실시해 왔다.
또 이들은 농업용수 양·배수로와 오염원 등을 조사하 기 위해 신기교부터 신향등 마을까지 대촌천 상류(효천2 지구 구간)의 현장을 지난해 9~10월 6차례에 걸쳐 탐험 하며 주민들이 손쉽게 볼 수 있는 대촌천 생태지도를 제 작, 전시회와 함께 4000세대에 배포했다.

제1회 대촌천 오염지류 도랑 살리기 걷기대회 모습

‘도랑살리기’ 나선 공공기관
시민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자체 적인 하천 살리기 운동을 벌여온 공공기관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광주 남구와 영산강환경유역청은 이곳에서 지난 2014년부터 ‘도랑살리기 사업’을 실시, 어류조사, 도랑준설 및 생물서식지 조성, 도랑 청소, 영농폐기물처리, 둠벙 조성, 사후 관리 사 업을 추진해왔다.
노대동 노대·안골·물및도랑, 월성동 학촌도랑, 효천도랑, 대촌 승촌도랑 등에서 펼쳐진 사업은 지난 2018년을 기점으로 마무리돼 가고 있는 상태다. 또 남구는 2인 1조로 된 감시반을 운영해 꾸준한 하천 순찰과 배출업체 감시 활동을 전개해왔다. 폐수 방류 등의 환경오염을 예방하는 특별 감시활동은 단속에 앞서 환경물질 배출업체 95개소에 자율점검 협조 문을 먼저 보내고 현지 점검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대촌천 인근에 조성된 빛고을 농촌테마공원에 찾아오는 탐방객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제공하고, 대촌천을 생활 반경으로 삼고 있는 인근 주민들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까지 ‘생태하천 살리기’ 작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 참가자들을 투입해 대촌천과 수춘천 인근의 오염물질을 수거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주·야간 상황실도 운영됐다.

시민들의 손으로 이뤄낸 ‘청정 자연’
이같은 시민들의 각오의 노력끝 에 광주 대촌천이 수년에 걸친 시민 들의 노력 끝에 ‘청정 자연’의 본모 습을 되찾았다.
지난해 10월 대촌천 교량 5곳, 고가도로 2곳, 보 2곳, 농배수로 2곳, 정수장 처리유입수로 1곳, 도랑지류 3곳에 대한 수생태 조사결과 대촌천에는 현재 7종 이상의 어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해와 남해로 흐르는 각 하천에 넓게 분포하는 피라미부터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에서 볼 수 있는 붕어, 서·남 해로 유입되는 하천 등에 분포하며 하류의 유속이 느린 곳 이나 호수 등에 서식하는 참붕어, 잉어목 잉어과의 민물고 기인 버들치, 늪과 논, 수로, 소 하천 등 진흙이 깔린 곳에 서식하는 미꾸리, 수심이 얕은 호수나 배수로, 농수로 등 에 서식하는 송사리, 여울 등에 사는 잡식성 밀어 등이다. 전문가들은 대촌천의 수생태계가 다양한 어종의 민물 고기와 다슬기 등이 대촌천에 현재 서식하고 있는 점을 토대로 대촌천의 수질이 2급수 이상으로 보고 있다.
박병옥 남구 대촌천 반딧불이 보존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시민단체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 대촌천 살리기 운동을 진행하는 등 시민들과 지자체가 합심해 미래 환경을 지켜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무심함 과 유량 감소가 대촌천 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수질환경 등 생태 관리에 시민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하천을 지켜 나가는데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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