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제79호=고귀한 기자)‘에티오피아(Ethiopia)는 어떤 나라일까…’
국제구호개발 NGO단체인 월드비전 광주전남지역본부와 광남일보, 광주시교육청, 전남도교육청에서 추진한 ‘교육 지 도자 비전 투어’에 취재기자로 참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TV에서만 보던 기아와 빈곤, 각종 질병 등 척박한 환경이 그냥 막연히 알고 있는 에티오피아란 나라였다. 최근 에티오피아 내전과 항공기 추락사고 등이 발생해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기대감을 이기지 못했다.
이번 비전 투어를 통해 ‘아프리카 최고 빈민국’인 에티오피아에 형제의 나라로 불리는 한국과 월드비전의 손길이 닿은 지 20여 년, 이곳의 삶은
어떻게 변화했고 나아가고 있는 지 엿봤다. 이번 방문에는 정영숙 광주 불로초 교장, 노영숙 광주 동림초 교장, 백인기 담양 남초 교장, 이도영 무안 현경초 교장, 황인호 신안 하의초 교장, 이미선 장성 문향고 교감, 유향자 무안 오룡유치원 원장, 김정경 무안 남악유치원 원장 등 교육 전문가들과 월드비전 광주전남지역본부 이용성 본부장과 신동석 팀장, 김보영 간사가 함께했다. 7박 9일(10월20~29일)간 일정으로 진행된 ‘월드비전, 비전로드’원정대의 활동상과 에티오피아 현지의 삶을 소개한다.

교통·교육·행정의 심장 아디스아바바
장장 하루를 꼬박 세워 도착한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의 하늘은 무척이나 높고도 푸르렀다. 따사로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교차하면서 마치 한국 가을 날씨를 연상케 했다.
아프리카 대륙의 에티오피아 중앙부 고원지대에 위치한 아디스아바바는 면적 527㎢에 달하는 에티오피아의 수도이자 셰와 주의 주도이기도 한 이 나라 최대의 도시다. 이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400만명(2015년 기준)으로 에티오피아의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살고 있다고 한다.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낙후됐지만 최근에는 곳곳에 포크레인과 스카이 차량 등 각종 건설기계를 동원한 공사가 한창이다. 아디스아바바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 공항에서 바라 본 도시의 모습은 듬성듬성 현대화된 높은 건물들이 자리한 사이에 허름하고 낡은 판자촌들이 즐비해 있었다. 도심 곳곳엔 커피나 과일, 음식, 옷가지 등을 파는 상점 들도 성업 중이었다. 지나가는 행인이나 차량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붙잡는 등 호객행위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서울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듯 높은 건물들 사이엔 이색적인 도시의 정취와 함께 흑백사진으 로만 보던 과거의 향수를 자극했다. 이 중 현대적인 석조 가옥들도 눈에 띄었는데 이 건축물들은 1935~41년 사이 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아디스아바바는 이탈리아령 동아프리카의 수도로 특히 유 럽인이 많이 거주했으며 많은 도로가 포장됐다고 한다. 도로엔 이곳이 수도임을 알리기라도 하듯 희뿌연 매연을 내뿜는 차량들로 넘쳐났다. 일본의 도요타 차량들이 대 부분이었다. 1990년도 당시 일본이 도요타 차량을 구호물 자로 보내오면서 차량 정비의 발달과 함께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눈에 봐도 20~30년쯤은 거뜬히 돼 보이는 녹슬고 찌그러진 범퍼의 차량들과 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들이 보행자들과 마구 뒤엉켜 귀를 찌르는 듯한 크락션 소리가 도로 전체에 가득했다.
현재 도로는 들어섰지만 차선과 신호등, 횡단보도 등 전반의 교통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탓이다. 그나마도 다행스러웠던 것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우측통행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도로로의 역할은 최소 한 하는 듯 보였다. 에티오피아 교통망의 중심인 아디스아바바는 여러 개 의 도로가 이 도시를 다른 주요 도시들과 연결하며 국내 유일의 철도가 지부티와의 사이에 부설돼 있었다. 교육과 행정의 중심지인 아디스아바바 시내에는 아디 스아바바대학교와 여러 개의 사범학교 및 기술학교도 있다.
또한 대학 부속의 에티오피아 연구소박물관, 국립음악 학교, 국립도서관 겸 공문서보관소, 역대 황제들의 궁전, 그리고 정부청사 등이 있다. 여러 국제기구의 본부도 있는데, 아프리카 통일기구와 국제연합(UN) 아프리카 경제위원회가 아프리카 회관 안에 있다. 또 월드비전이 에티오피아 전체 100개 지역 61개 AP의 총괄본부도 공항에서 차로 1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에티오피아 방문 첫 일정이자 이날의 마지막 일정으로 이곳을 찾은 원정대는 에티오피아에서의 주의사항 등에 대해 기본교육을 받았다. 공동 후원물품 이외에 금품이나 먹을거리 등을 전달하지 말 것, 치안이 불안정한 탓에 날이 어두워지는 오후 6시 이후엔 외출금지 등이었다.
월드비전이 에티오피아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설명을 듣는 시간도 이어졌다. 월드비전은 1975년부터 에티오피아에 구호활동을 벌이 고 있으며, 현재 상주하는 직원 수만도 1500명, 수혜 아동 수만 570만명에 이른다.
이 중 한국에서의 지원이 가장 두 드러지는 결연 아동 수만도 570만명이나 된다. 그간의 주요 활동으로는 △교육과 생활 기술 전파 △통 합적 식량 및 영양확보 △모자돌봄 △아동보호 등이다.
이곳에서 만난 월드비전 에티오피아AP 아동후원 총괄 책임자 엘렌은 "한국전 당시 연합군의 일원으로 파병된 에티오피아인 5000여명 중 당시 122명이 전사했고 536명 이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당시 단 한명도 포로로 잡히지 않았고, 에티오피아 국민들은 아직도 그러한 사실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에티오피아 국민들에겐 한국에서 보여 준 관심과 사랑이 큰 힘이 되고 있고,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형제의 나라로서의 양국의 우정이 앞으로 더욱 견고해 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농촌의 삶 간직한 훌라지역
‘에티오피아 비전 투어’의 공식 일정은 시다마 존(Zone) 훌라(Hula)지역을 방문하는 데서 시작됐다.
훌라지역은 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쪽 으로 370km 떨어져 있는 해발 2600m에 위치한 고지대다. 인구는 약 12만9263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 중 4만412명이 15세 미만 아동이다.
특히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은 지난 2007년 무렵부터 이곳에서 마을 주민들을 위한 교육과 아동보호, 식수 등 후원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 대부분 은 월드비전에 꽤나 우호적이었다. 사업장으로 향하는 내내 마주한 아이들은 일행을 향해 "살람(안녕)"하고 연신 손을 흔들거나, 차량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뒤를 쫓기 일쑤였다. 그러다 잠깐이라도 인사를 나눌 때면 아이들은 수줍은 미소를 띠면서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화답했고,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 하면 어디선가 금세 다른 아이들까지 몰려와 일행 주위를 에워싸기도 했다.
이곳에서의 궁핍한 생활환경을 가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이들이 입고 있던 옷 대부분은 물이 없어 빨래를 수개월째 못한 듯 진흙 등 검은 이물질이 잔뜩 묻어 있었고, 심지어 해지거나 찢긴 옷도 많았다. 아이들이 신고 있던 신발도 대부분 밑창이 해지거나, 뜯겨나간 게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어른 신발을 신은 마냥 사이즈도 제각각에, 신발을 신지 않은 아이도 보였다. 아이들의 주요 일과는 집안일을 돕는 것이었다. 식수가 부족한 탓에 산에서 물을 길어오거나 소 등 가축들에 풀을 먹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사는 곳은 진흙과 나무로 만든 둥 근 초가집이었는데 현지어로는 예 사르벳(Ye Sarbet), 혹 은 고조 벳(Gojo Bet)으로 불린다. 벌레 등 해충을 막기 위해 집 곳곳에 소똥을 발랐다는 특징이 있다. 당연히 전기도 없다. 집안 내부의 경우 생활 수준에 따라 크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중앙에 큰 나무를 기둥 삼은 높은 천장과 아궁이, 나무를 덧대 만든 간소한 침대 등은 대동소이했다.
심지어 이 집은 환기가 잘 이뤄지지 않은 탓에 음식을 하려고 하면 내부에 희뿌연 연기가 가득 차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가족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 했다. 마치 이곳에서의 삶은 ‘자연, 그대로의 날 것’을 연상케 했다.

교육환경이 바꿔 놓은 변화
방문단은 방문 기간 내내 훌라지역의 가타메·루다·소 케 초등학교 등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이 초등 학교들은 월드비전과 수년전부터 인연을 맺은 곳들이다. 과거 소케 초등학교가 속해있는 마을 내 학생들의 중퇴 율은 지역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등록률도 지역 평균에 비해 약 6% 더 높았다.
아동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고 교육을 받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많아 아동들이 학업 을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아동들은 학업보다는 가족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하거나 집안일을 돕도록 강요받는 경우가 많았다. 더욱이 식량이 부족한 건기에는 부모들과 함께 다른 지역에서 노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소케 초등학교 건물이 낡고 기자재(칠판, 책 상, 의자 등)가 부족해 아동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받 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 교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교육자료가 부족하고 교사 들의 역량이 낮아 아동들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화장실 역시 1개로 남아, 여아 및 교사까지 총 621명이 사용하고 있어 비위생적이고 안전하지 않았다. 루다 초등학교는 938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지만 충분한 식수시설이 없어 학업에 큰 지장을 주고 있었다.
열악한 교육환경과 높은 중퇴율로 학업능력이 지역 내 초등학생 문해율은 타 지역보다 낮은 25% 수준이었다.
월드비전은 그간 이 오지 마을들에 학교를 세우는 등 아동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 건물 및 시설 개선에 부단한 노력을 쏟았다. 특히 아이들에 대한 일회성 지원이 아닌, 아이들이 배움 을 통해 꿈을 찾고, 미래를 설계할 수 환경 조성에 역점을 뒀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현재 이곳 아이들과 마을에는 변 화의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마실 물을 찾아 산을 헤매고, 가축을 돌보던 아이들의 발길은 우물 등 마실 물이 있는 학교로 향했고, 학교 보내 길 꺼려하던 부모들 역시 배움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이어졌다.
월드비전이 2007년부터 훌라 지역의 교육 사업을 지원한 뒤 초등학교 입학률이 41.5%에서 98%로, 문해율은 30% 수준에 50%대 중반까지 올랐다.
또 학교에 대한 꾸준한 지원으로 교실 당 아이들 수는 80명에서 60명으로 줄었다. 책상 하나당 5명에서 3명, 교 과서 한 권당 7명에서 2명까지 보급되는 등 교육의 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씨감자’ 새로운 소득원 기대
월드비전은 마을 주민들의 소득 증대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 2014년부터 월드비전은 에티오피아의 각 지역 주민들과 함께 병충해에 강한 씨감자를 지역에 보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훌라지역은 토양이 비옥해 씨감자 사업의 최적지로 꼽힌다. 방문단이 찾은 로야&할레카 마을에서는 양질의 감자 생산법 및 관계기술 훈련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산 중턱에 55ha 면적에 씨감자를 재배하고 있었다. 씨감자 재배 사업은 일자리와 소득 증대에 큰 영 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곳에 투입된 인력만도 무려 543명에 이른다. 수확한 감자는 먼저 주민들에 보급하고 남은 감자는 시장에 판매해 소득을 창출한다.
현재는 친환경농법을 활용한 질병에 강하고 수확량도 풍성한 품질 강화 연구를 위해 수확한 감자의 일부를 씨감 자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었다. 또 좋은 품종의 감자뿐만 아니라 비료 사용법이나 퇴비 활용법에도 힘을 쏟고 있었다.
월드비전 씨감자 보급·교육 담당 스태프는 "훌라지역 은 지대가 높아 감자 재배에 가장 특화된 곳이다"며 "현재 까진 소득이 그리 크진 않지만 점차 재배 면적도 넓히고 있고, 품종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어 머지않아 이 지역을 책임지는 주요 소득원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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