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제79호=정채경 기자)순천시 향동 문화의 거리는 입구에 자리한 팔마비부터 길의 끝 부분에 있는 청수골 달빛마을 벽천 분수대까지 이어지는 금곡길이라는 메인 거리가 형성돼 있다.
메인거리와 700여 년된 골목 골목을 걸어다니면, 특색 있는 상점과 함께 순천 문화의 거리 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전통문화유산과 100년 전 미국 선교사에 의한 근대 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예로부터 전통문화와 예술 이 축적된 서울 인사동, 근현대사가 공존하는 광주 양림동 을 떠올리는 분위기를 풍긴다. 걸으며 둘러볼 수 있는 거리여서 정취를 천천히 느끼기에 충분하다.
순천의 원도심인 이곳은 1430년 지어진 순천 부읍성이 있던 역사적인 지역이다. 조선시대에 군사, 행정, 상업의 요충지였다. 현재까지 성곽터가 남아있고, 구도심과 신도심을 가르는 향동 옥천 등으로 그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순천시 도시재생사업으로 마련된 전국 도시재생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2005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조성에 필요한 기반을 닦았고, 2010년부터 공방과 카페 등이 입점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순천만을 보전하기 위해 순천만국제정원 박람회가 열리고, 신도심이 들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쇠락 해가는 원도심을 살리자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원도심 도시재생 기획 단계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야간 주민토론회 등을 통해 주민이 참여, 시민들의 의견 수렴에 공을 들였다.
지난 2014년 4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돼 몇 백년 시간이 축적된 문화자산이라 할 수 있는 원도심에 도시재생 선도사업을 실시, 200억원의 사 업비가 투입됐다.
순천부읍성 서문 안내소가 마련, 마을방송국과 도서관, 전시실 등이 들어섰다. 예술가나 관련 전문가 뿐만 아니 라 일반 시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창작 예술촌을 조성, 문닫은 식당건물, 오래된 폐가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공유부엌과 창작마당이 문을 여는가 하면, 마을 주민이 협동조합을 꾸려 카페와 공유 공간 등을 접목한 다채로운 공간들이 들어서게 됐다. 사람이 빠져나간 원도심에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체험학습장과 공연장 등이 들어서면서 주변 상인들과 연계,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는 데 기여한 셈이다.
메인거리에 들어서면 순천 향동마을 축제와 민주주의 정책 페스티벌, 팔마문화제, 도시재생 한마당 등을 거리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행사 포스터들과 현수 막을 통해 쉼 없이 생동하는 문화행사들이 펼쳐지는 곳이 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도로 입구 우측에 청소년 수련관이 보이고, 미디어 교 육 및 지역영상 문화를 보급하는 영상미디어센터 두드림 이 눈에 띄었다. 옛 순천중앙파출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창작예술촌으로 조성된 순천 출신 서양화가 조강훈(前 한국 미협 이사장)씨 아트스튜디오가 지역 미술인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적기업 앨리스와 예술공간 돈키호테도 터를 잡고, 문화예술을 이끄는 데 기여하고 있다.
부읍성 서문과 성곽터에 조성된 서문안내소는 마을 안내를 비롯해 지역 작가의 작품 판매, 주민 커뮤니티실, 각종 체험 다목적실 등을 갖추고 있었고, 도문터 정원에서는 도심 물길과 함께 순천의 역사 변천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복합문화공간 한옥글방은 지역주민 및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소모임, 강연을 비롯해 공연,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 등이 이뤄지고, 메인 거리 끝 쪽에 자리한 창작예술촌을 총괄하는 복합예술공간 장안 창작마당에서는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한편, 그 옆에 자리한 순천선비문화체험학습관에서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01 청수정마을 골목 02 청수정 쉼터 03 국내 최초 구급차 04 안력산의료문화센터

메인 거리를 벗어나 위쪽 산 아래에는 마을주민들이 내놓는 맛있는 음식을 만날 수 있는 청수정 쉼터와 마을 카 페가 운영 중이다.
빈집으로 방치됐던 70년 된 한옥을 순천시가 매입해 리모델링한 이곳은 주민 20여 명으로 구성된 청수정협동조 합이 7000~9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엄니밥상 과 제육밥상을 선보이고 있다. 대기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인기다. 또 카페 옆에서는 주민들이 유자청을 넣어 만든 오란다도 판매한다.
청수정 옆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안력산의료문화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1926년 의료 선교사 알렉산더에 의해 들어선 이곳은 순천시와 전남 동부 지역 최초 근대병원인 안력산 병원 격리병동을 개조해 지난해 초 문을 열었다.
입구에서는 국내 최초 구급차 2대가 전시돼 있고, 내부에서는 격리병동이 건립될 당시부터 현재까지의 근현대 사가 전시돼 있었다. 이외에도 인근에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 프레스턴 사택과 순천시립기독교역사박물관이 있다.
현재 매산여고 어학실로 사용되고 있는 프레스턴 사택 은화강석으로 외벽을 쌓고 한식 기와를 얹은 한·양 절충식 형태를 띈다. 1900년 대 초 순천 지역에서 활동한 선교사들의 역사와 주거 형태를 살펴볼 수 있는 건축물로 평가 받는다. 건물의 폭과 높이가 1대 1로 구성한 점은 1900년 대 초 순천 및 광주 지역에서 활동한 선교사 주택 건축에서 드러나는 특징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순천시립기독교역사박물관은 100여 년 전부터 한국에 서 활동했던 선교사들의 유물와 자료들을 통해 한국 근대 문화와 함께 전남 동부지방에 기독교가 뿌리내리기까지의 발자취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또 골목 골목마다 자리 잡은 소규모 상점들과 갤러리에 서는 원데이 클래스와 각종 체험이 이뤄져 문화를 이끌어 가는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근대문화 유적부터 현재 문화예술행사까지 사람들이 모일 수 밖에 없도록 곳 곳이 각종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가득했다. 이곳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문화에 물들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순천 문화의 거리가 2020년까지 문화도시 만들기 사업 으로 조성되는 가운데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기존 도 심 재생 사업을 통해 옛 이야기가 살아있는 장소, 지역 문화 예술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현재의 모습을 잃지 않고 발전해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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