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호 제83호 =여균수기자)무안 해제반도 북쪽에 위치한 도리포는 조용하고 한적 한 어촌마을이다. 이따금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이 보이고, 항구 인근에 송림을 낀 긴 모래 해변이 있기는 하지만 모래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해수욕장으로 유명하진 않다.
도리포는 바다를 향해 돌출된 해제반도에 위치해 있어 서해에서 드물게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매년 연초에는 제법 많은 사람이 새해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보기 위해 도리포를 찾는다. 함평만 너머 영광군과 함평군 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다. 예전엔 광주에서 도리포를 가기 위해서는 무안을 경유해야 했으나 지금은 영광 염산 향하도를 거치는 게 더 빠르다. 국도 77호선 건설사업으로 향하도와 도리포가 새로운 관 광명소로 부각되고 있는 칠산대교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도리포는 과거 중국과 아주 가까운 항구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중요한 교역항의 역할을 했는데, 이를 뒷받침하 는 게 바로 지난 1995년에 이곳 해역에서 발견된 해저유물이다.
당시 민간인 잠수사들에 의해 청자 대접 등 120여 점의 유물이 인양되면서 이곳 일대가 보물섬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해저 조사에서 선체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청자 대접과 접시류, 청자 잔탁, 잔 등의 청자가 쏟아져 나왔다. 1995년과 1996년 모두 3차례의 수중 유물 탐사를 실시했는데 1370~1380년대의 상감청자 총 639점을 인양했다. 인양 유물은 강진 대구면 도요지(사적 68)에서 제작된 청자들로, 선박을 이용해 운송 도중 풍랑으로 현 위치에 가라앉 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인양 지역을 중심으로 반경 1.5㎞ 범위 내의 전 해역을 사적(제395호)으로 지정했다.
주민들이나 어부들에 의해 이곳 인근에서 지속적으로 유물이 발견된 점을 고려할 때, 아직도 이 사적지에서 유물의 잔존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전성기의 청자에 비해 그릇의 기벽이 두꺼운 편이며 유색도 비색과는 달리 갈색이 강하다. 또 상감기법으로 시문된 구름, 봉황, 국화, 모란, 연화, 버들 등의 각종 문양은 전성기 때의 문양에서 간략하게 변형·생략됐으며, 대부분 도장으로 찍은 인화기법(印花技法)으로 문양을 상감했다.
이 청자는 고려청자의 쇠퇴기인 14세기에 만들어진 것 들로 주로 왕실 및 관청 소용의 상감청자들이었다. 당대의 실생활 용기로서 학술적인 가치가 매우 높다.
이 유물들은 선박으로 운송하던 중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 말기 청자와 조선 초기 분청사기 연구 및 당시 사람들의 도자공예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도리포는 사적지이면서도 어촌관광지로서 도약을 꿈꾸고 있다. 문득 복잡한 도회지를 떠나 한적한 시간을 갖고 싶다면 소담한 어촌 풍경을 간직한 도리포를 강추한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