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제84호=정채경 기자) 온갖 세계음악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ACC월드뮤직페스티벌’이 올해 11회 를 맞이한다. 지난 2010년 첫 무대를 시작으로 매년 성장해온 ACC월드뮤직페스티벌은 평소 접하기 힘든 세계음악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데다 음 악적 다양성을 느낄 수 있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대표 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축제는 지난 10년간의 과정을 기반 삼아 재도약을 해야 하는 시기여서 기대를 모은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문화원은 지난 4월 제11회 ACC월드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에 허윤정 교수(서울대 국악과)를 선임했다.
예술감독에 국악 전공자가 처음으로 선임돼 국악을 비롯한 세계 각국 음악을 어떻게 선보일지 주목된다.
허 감독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6호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 이수자로, 서울시 립국악관현악단 거문고 부수석과 북촌창우극장 대표를 역임, 북촌우리음악축제 예술감독과 월드뮤직 그룹 블랙 스트링 대표를 맡고 있다.
제2회 사야국악상과 이데일리 문화대상 국악부문 최우수 작품상, KBS국악 대상 현악상을 수상했으며, 국립극장 2015여우락페스티벌에서 올해의 아티스트에, 미국 록펠러재단 Asian Cultural Council 레지던스 아티스트에 각각 선정되기도 했다.
KBS와 TBC, MBC 등에서 다수의 드라마를 연출, 극단 민예를 창단하는 한편, 국립극장 극장장을 역임한 연출가 허규(1934~2000)가 그의 부친이다.
허 감독은 초창기 ACC월드뮤직페스티벌에 국가무형문화재 거문고 산조 이수자로 두차례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다. 월드뮤직을 내세운 축제가 국내에는 많지 않던 때여서 다양한 국가와 문화가 깃든 음악을 선사하는 뮤지션들과 한 무대에 선 게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연주자로 참여했던 축제에 예술감독으로 다시 합류하게 돼서 남다른 애정 을 갖고 있죠. 그때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10년 동안 활발히 이어져 온 무대였던 만큼, 올해 역시 잘 치르고 싶어요."
허 감독은 다양한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월드뮤직페스티벌이라며, 여러 음악을 접하기가 쉽지 않은 국내 문화예술 환경 속에서 축제가 열릴 2~3일 동안 월드뮤직을 이해시키는 건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문화다양성’이 결국 우리 모두의 생존을 지켜주는 보루와 같은 것으로 보고 이에 좀 더 따뜻하고, 친절한 축제를 추구하는데 주력한다. 출연하는 뮤지션에 대해 잘 모를지라도 즐겁게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신뢰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음악을 통해 관객들이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같은 마음이 평화를 향한 초석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이어 허 감독은 11회를 맞이하는 올해 축제가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시기라 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10년을 발판삼아 정체성을 확립, 앞으로의 10년을 내다봐야 해서다.
"지난 10년은 국내에서 생소하게 받아들여지던 월드뮤직페스티벌이 시작돼 축제 형태로 뿌리내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아시아 대표아이콘이 될 수 있는 이미지를 형성해나가야 한다고 여겨져요. 그렇기에 이번 축제가 중요한 거죠."
따라서 이번 축제는 놓친 것은 없는지 점검 및 재정립하는 한편, 앞으로 나아 갈 방향을 모색해나간다.
이와 함께 월드뮤직을 향한 국내외의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늘여 나가고, ACC월드뮤직페스티벌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를 각인시킬 복안이다.
또 월드뮤직 축제인 만큼, 광주지역이 갖는 특색있는 음악을 축제에 녹일 생각을 드러냈다.
"월드뮤직은 각 국가, 지형의 특성에 맞는 예술 장르가 하나의 콘텐츠가 돼 고유명사처럼 사용되죠. 브라질을 떠올리면 삼바, 탱고 등이 생각나는 것처럼요. 광주의 소리, 광주의 특색을 녹일 계획이에요. 이번 축제를 계기로 우리음악의 진수라 할 수 있는 ‘남도의 소리’가 세계인들에 그렇게 인식됐으면 하죠. 남도지방 만의 ‘찐한 음악’을 힐링콘텐츠화해 페스티벌의 매력을 끌어올릴 거예요."
우리 국악을 비롯한 세계 각국 민속음악을 한 식구이자 파트너로 인식해 축 제를 치르고 싶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따라서 이번 월드뮤직페스티벌에 국악을 녹여 국악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 감독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청중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들려줬다.
"음악적인 건 물론이고,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려 관객들이 만들어가는 축제를 기획해 치를 거예요. 따뜻하고 친절한 월드뮤직페스티벌로 10년, 20년 뒤에 도 가족과 함께 오고 싶은 축제가 됐으면 하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모든 걸 느낄 수 있는 축제요. 축제가 광주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한편, 올해 ACC월드뮤직페스티벌은 오는 8월28일부터 29일 문화전당 일대 에서 펼쳐져 전세계 민속음악에 뿌리를 둔 뮤지션들이 광주를 찾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주최하고, 아시아문화원이 주관하는 이번 페스티벌은 국내외 14개 팀의 월드뮤직 아티스트 초청 공연과 공모로 선정된 6팀 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 아티스트 토크, 워크숍 등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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