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제85호=고선주 기자) 경상도 출신이었지만 호남 소재 대학에 진학해 학생운동권으로 민주화를 위한 가열한 투쟁을 벌였고, 그런 행적으로 투옥돼 감옥생활까지 하는 고초를 감내했다. 더욱이 등단 과정의 첫 단추 역시 광주의 한 문학상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줄곧 광주와의 인연을 더해오던 그는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도 깊숙히 관여했다. 이번 장편소설을 펴내며 5·18이 없었다면 6월 행쟁도, 촛불혁명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주인공은 소설가 정도상씨로 장편 ‘꽃잎처럼’을 통해 광주 오월의 대서사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런 그를 장편소설 출간에 맞춰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5·18민중항쟁이 올해 40주년이어서 이를 형상화한 소설을 몇년 전부터 준비해 왔습니다. 계획대로 집필을 위한 취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설에 대한 구상도 됐구요. 2018년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자문위원과 지난해 총괄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광주를 자주 방문하게 됐죠. 그때 5·18 사적 답사와 관련 인물에 관해 더 알게 됐는데 답사 때 찾았던 광천동 성당 내 들불야학터와 그옆 시민아파트는 대개 인상이 깊었어요. 이렇게 5·18 항쟁을 앞두고 오월의 최후 결전 전후를 담은 장편소설을 출간하게 돼 감회가 새롭습니다."
　미완의 역사이자 국내 현대 민주주의의 분수령이 된 5·18광주민중항쟁 40주년을 맞아 항쟁 주간보다 열흘 앞서 항쟁의 마지막 날 밤과 새벽을 주요 배경으로 해 사실감과 현장감을 생생하게 그린 장편소설 ‘꽃잎처럼’(다산책방 刊)을 출간한 경남 함양 출생 소설가 정도상씨(61·사진)는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감을 이처럼 밝혔다.

　이번 출간된 그의 장편은 ‘광주 오월’을 전체적으로 조망한 소설들이 넘쳐나지만 항쟁 기간 동안 계엄군이 진압 작전을 펴기 직전 가장 처절했던 시간이자 항쟁의 끝자락이었고, 대거 희생자를 냈던 도청 최후의 결전만을 집중적으로 형상화, 긴장감있게 전개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읽을거리를 안겨줄 전망이다.
　그가 오월문학을 형상화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시대를 바라보는 소설가적 양심과 시각이 우선하지만 경남 함양 출신인 부친과 전북 남원 출신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나 주로 외가였던 남원에서 성장기를 보낸데다 전북대에 진학해 학생운동을 하다가 투옥되고, 제적된 이력이 있어 5·18에 관한 접근을 편견없이 가져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오월문학상’ 출신이라는 점 또한 그의 이번 소설에 자양분이 된 듯하다. 투옥돼 구금생활을 하다가 1987년 봄에 석방됐고, 대학에서 제적돼 노동 일을 하던 중 학교 후배가 오월문학상 공모를 해보라는 말을 듣고 응모했는데 당선돼 문단에 데뷔하는 첫 단추를 꿰게 된다.
　1980년 5월 그의 나이는 스물한살 청년이었다. 이번 소설은 어느덧 예순에 접어든 그가 40년만에 재구성한 현장 소설이자 기록 소설로, 5·18 마지막 날과 그 다음날 아침까지의 특정 시간을 배경으로 해 전남도청에서 최후 결사항전을 기다리던 500여 명의 시민군들에 관해 풀어내고 있다.
　"5·18민중항쟁의 시작과 끝을 다루는 소설이 아닙니다. 1980년 5월26일 오후 7시부터 27일 새벽 5시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죠. 마지막 날 아침 전투까지만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소설적으로 보면 전남도청에서 있었던 실존의 이야기죠. 그들이 왜 거기에 있었는지, 왜 거기에서 나오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매개로 실존 탐구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면 돼요."
　작가는 시민군들이 도청에 남아있으면 죽게 되는데 왜 거기를 떠나지 않고, 남았는지를 관찰했다. 계엄군 앞에서 백기를 든 것이 아니라 핏물 든 깃발을 들고 계엄군에 맞선 시민군들의 정의에 대한 의식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 5·18이야말로 6월 항쟁에서부터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정신적 근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그의 속내다.
　그는 5·18항쟁을 다룬 소설들이 계엄령 부문에서 우발적 충돌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 많은데 비해 이번 소설은 광주학생운동 및 광주전남민주화운동의 연장선상에서 5·18 항쟁을 조망하고 있다. 소설 속 노동자 출신의 스물한살 명수를 제외한 희순 등 나머지 등장인물은 모두 실재했던 인물들이다. 따라서 긴박했던 현장의 기운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작가는 시민군들이 갖고 있는 역사적 함의를 독자들이 놓치지 않고 읽어주기를 바랐다.
　"전남도청에 있었던 사람들이 패배한 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계엄군은 2만명이었고, 시민군은 5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자리를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해 줬으면 하죠. 저는 당시 광주가 쉽게 패배하지 않았다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한국현대사의 물줄기를 바로 잡아줬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집필 계획을 묻자 어머니의 삶을 형상화해볼 뜻을 내비쳤다.
　"쓰고 싶은 소설이 있어요.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의 삶을 형상화해볼 계획입니다. 1932년 생 여자로서 긴 세월 동안 살다간 삶을 그려볼까 해요."
　작가는 현대 정치의 한 페이지에 관여했다. 최근 더불어시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활동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운동을 오랫동안 전개하다 보니 공천관리 역할을 잘 수행해낼 것으로 보고 자신을 부른 것 같다고 술회했다.
　정도상 작가는 창작집 ‘친구는 멀리 갔어도’, ‘실상사’, ‘모란시장 여자’, ‘찔레꽃’, 장편소설 ‘누망’, ‘낙타’, ‘은행나무 소년’, ‘마음오를꽃’, 장편동화 ‘돌고래 파치노’ 등 다수를 펴냈다. 제17회 단재상과 제25회 요산문학상, 제7회 아름다운 작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전북 익산에 머물며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 정도상 작가는 광주문화예술회관 국악당 옆 ‘임을 위한 행진곡’ 창작터(소설가 황석영 옛 자택 부지)에서 5월13일 오전 11시 열릴 ‘임을 위한 행진곡’ 표지석 제막식 행사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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