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호 제103호=고선주 기자)늦가을을 재촉하는 장맛비가 내린 다음 날, 1913 송정역시장을 찾았습니다. 늦가을이지만 제법 날씨가 차가워졌네요. 그런데 푸르른 하늘은 드높고, 코로나19로 묶인 채 2년 가까이 인내해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입니다. 아직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멀어 보입니다.
시장통을 걷는 사람들이 드문드문입니다. 상인들은 죽지 못해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낯선 상가들이 제법 많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그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었죠. 점포 앞마다 사투리가 새겨진 의자들이 소담스럽게 놓여 있습니다. 아직 앉아 쉬어가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네요. 시장통을 오가며 봤습니다. 의자에는 ‘또 오시요잉’에서부터 ‘아따 허벌나게 덥소’, ‘요래뵈도 솔찬히 야물당께’, ‘워메 겁나게 반갑소잉’, ‘허벌나게 좋구만이라’ 등 눈길끄는 사투리들이 새겨져 있네요. 그걸 읽으며 미소가 터져나오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나 보죠. 이중 인사말로까지 격상된 ‘밥은 묵고 댕기나’가 가장 눈길을 끌었습니다. 과거 워낙 배고픈 이들이 너무 많아서였겠죠. 지금은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배고픈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 주위에 많습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로 힘들고, 날씨마저 추워지는데 올 겨울 이땅에는 배고픈 사람들이 진짜로 없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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