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이 내 화실…생명 다할 때까지 최선 다할 거예요" 한국화가 김재일 고선주 기자 |
| 2017년 01월 04일(수) 16: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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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미완성이든, 완성이든 항상 내 곁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작품은 말 못하지만 내 분신과 같아요. 가까이 놓고 늘 쳐다보고 해야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실경산수에 한층 더 몰입하며 꾸준하게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한국화가 석운 김재일씨(71)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근 동명동 소재 자신의 작업실에서 필자와 만나 들려준 대화 한 토막이다.
그는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데 깊은 공감을 표한다. 그가 그림을 가까이에 놓고 바라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자신이 예술가라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작품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믿음이다.
이런 미술적 소신을 지켜가는 공간인 그의 작업실은 2001년부터 현재의 동명동 자리를 지켰다. 양옥집을 마련하기 전에는 그도 전남여고 건너편 옛 광주MBC 건물에 작업실을 두고 활동했다. 이 건물에는 여러 화가들이 거쳐갔다.
지금의 작업실은 거주와는 무관하게 순전한 작업을 위한 공간이다. 막 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요즘 보기 힘들어진 연탄재가 눈길을 먼저 휘어잡는다. 연탄재가 쌓여 있었다. 거실 난로가 여전히 연탄으로 가동된다. "정겹다"고 했더니 올 겨울까지만 연탄으로 해야 될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이 나오고 거실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자 붓을 들고 작업하는 공간이 나왔다. 분명히 복잡함이 있는데 싫지 않은 묘한, 단정함이 마음에 맺혀졌다.
이곳 작업실이 조금 낡다 보니 주위에서 팔고 새로 작업실을 마련하라고들 말한다. 물론 임대가 아니면서 화실 겸해서 작은갤러리를 지향하는 3층 규모의 건물을 희망하지만 지금 충분히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작업실 이야기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미술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의 미술 이력은 반전이 숨겨져 있다. 미술부 활동을 했던 조대부고를 졸
업한 뒤 바로 대학진학을 하지 못했다. 어려운 형편 때문이었다. 대학 진학은 한참 시간이 흐른 뒤였다. 2년의 입시 준비 끝에 서른다섯살 세 아이의 아빠가 되어서야 늦깎이로 입학했다. 그 어려운 형편은 그가 대학 갈 무렵에도 결코 벌어날 수 없는 짐이 됐다. 가장으로서 그의 어깨를 짓눌렀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20대 젊은 친구들과 함께 경쟁하면서도 예술대학 수석 졸업을 했다. 늦은 대학 진학으로 그가 대학원에 진학해 마쳤을 때는 이미 불혹을 넘겼다. 늦깎이로 학구열을 발휘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온갖 악조건들을 극복한 셈이다.
대학 재학 시절 지도교수였던 장석원 교수(전북도립미술관장)는 그에게 "처마 밑에 물방울이 떨어져서 바위를 뚫을 수 있는 괴력(집념)의 사나이"라고 했다 한다. 이는 그가 30대와 40대를 어떻게 지내왔는가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학원을 마치고는 전남대와 부산여대 등에 출강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부산여대에 출강할 때는 코피를 쏟으면서 강의를 했다. 물론 강의료보다 지출이 더 됐지만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나중에는 교수제안도 왔지만 기부조건이 있어 응하지는 못했다. 만학도로 대학을 나온 뒤 자신이 배운 만큼 젊은 학생들에게 되돌려주는 일에 종사했던 것이다. 이는 모두 지나간 젊은 날 삶의 자취들이다. 대학 출강 이후에는 화실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 제자들이 ‘운림회’를 결성해 운영 중에 있기도 하다.
이제는 전업작가로 작업에 집중할 뿐이다.
"전업작가들 중 숨은 고수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말 안하지만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죠. 이것은 자존심이예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금이 시작이다’는 생각을 갖고 임할 작정입니다. 근래들어 실경산수를 많이 그리고 있는데 자연이 내 화실이라는 믿음입니다."
‘자연이 화실’이라는 것은 그의 야외스케치에 대한 소신과 패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다. 비와 눈이 오는 날을 빼고는 일주일에 한 차례 정도 야외 스케치를 다녀온다. 중국 황산이나 계림 등도 다녀와 이미 화폭에 담아냈다. 겨울에는 강추위로 팔레트가 얼어 그 밑에 손난로를 부착시켜 녹여 사용할 정도다. 이처럼 그의 야외스케치는 작업 여정에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겨울에 그림을 그리냐고들 하지만 되려 사람들이 격려해줍니다. 저는 자연 자체가 미술관이라는 생각을 해요. 밖에서 하는 그림은 마치 야생마처럼 흥이 나기 때문이예요. 갇혀 있으면 이성 쪽으로 돌아가지만 밖으로 나가면 감성적이 되죠. 자연의 에너지가 내 붓끝으로 통해 들어옵니다."
이렇게 야외에서 작업된 그림들 대다수는 문인화를 한 덕분에 선이 이쁘게 나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그는 야외에서 그림을 완성하는 편이다.
재료 또한 자유스럽게 선택한다. 최근에는 광목을 많이 사용한다. ‘백령도’ 스케치 작품은 광목에 아크릴로 그린 것으로 매입자가 나타났지만 판매하지 않았다. 화선지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이다. 재료를 어떤 것을 쓰든 작품이 잘 나오게 하면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는 실험정신을 가질 것을 잊지 않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작품을 내놓지 않는다고 해 그 의미를 파악하느라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그의 말씀인즉 시내에 그림을 내어놓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시중에 돌아다니는 자신의 작품 중 100만원 이하대 작품은 다시 사들인다. 거기다 좋지 않은 작품은 바꿔주기까지 한다. 이는 작가가 작품에 대해 완성도를 얼마만큼 중요하게 여기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러면서 ‘한국 근현대 산수화전’을 언급하며 광주미술에 대한 소신을 잊지 않았다.
"올해 7월8일부터 8월21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한국 근현대 산수화전’이 열렸는데 작고작가를 포함해 총 54명이 출품했고, 이 지역에서는 저를 비롯 2명이 참여했죠, 전시 의미도 그렇고, 하루 1000여명이 들었을 만큼 큰 반응을 얻었어요. 광주도 이런 전시를 해야 해요. 광주는 수묵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전시를 광주시립미술관에서도 한 번 열 필요가 있겠죠."
마지막으로 그는 칠순기념전을 언급했다. 칠순을 맞아 칠순전을 열지 못해 2017년에 제17회 개인전이자 칠순기념전 성격의 전시를 열 예정이다. 스케치 현장에서 그린 작품 100점을 가지고 ‘백경’전으로 꾸밀 복안이다. 이 백경전은 4년만에 열리는 전시로 그동안 모은 작품들을 선보일 복안이다.
아울러 문필선에 자신이 있는 만큼 대작에도 힘을 쏟을 생각이다.
"생명이 다할 때까지 다른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어요. 가족들을 돌보며 그림을 그리는 것만 생각하겠습니다. 팔순 가까이 되어서는 대작 15점을 모아 수묵대작전 겸 출판기념회를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화가 김재일은
△전남 완도 출생
△전남대 예술대학·조선대 대학원 졸업
△개인전 16회
△한국 근현대 산수화전 등 국내외 단체전 500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6회
△전라남도 미술대전 한국화·문인화 부문 대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의재 허백련미술상 본상(광주시)
△원진 미육대상(광주지방검찰청)
△전남대·호남대·부산여대 ·전북대·광주교대 출강
이는 실경산수에 한층 더 몰입하며 꾸준하게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한국화가 석운 김재일씨(71)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근 동명동 소재 자신의 작업실에서 필자와 만나 들려준 대화 한 토막이다.
그는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데 깊은 공감을 표한다. 그가 그림을 가까이에 놓고 바라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자신이 예술가라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작품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믿음이다.
이런 미술적 소신을 지켜가는 공간인 그의 작업실은 2001년부터 현재의 동명동 자리를 지켰다. 양옥집을 마련하기 전에는 그도 전남여고 건너편 옛 광주MBC 건물에 작업실을 두고 활동했다. 이 건물에는 여러 화가들이 거쳐갔다.
지금의 작업실은 거주와는 무관하게 순전한 작업을 위한 공간이다. 막 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요즘 보기 힘들어진 연탄재가 눈길을 먼저 휘어잡는다. 연탄재가 쌓여 있었다. 거실 난로가 여전히 연탄으로 가동된다. "정겹다"고 했더니 올 겨울까지만 연탄으로 해야 될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이 나오고 거실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자 붓을 들고 작업하는 공간이 나왔다. 분명히 복잡함이 있는데 싫지 않은 묘한, 단정함이 마음에 맺혀졌다.
이곳 작업실이 조금 낡다 보니 주위에서 팔고 새로 작업실을 마련하라고들 말한다. 물론 임대가 아니면서 화실 겸해서 작은갤러리를 지향하는 3층 규모의 건물을 희망하지만 지금 충분히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작업실 이야기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미술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의 미술 이력은 반전이 숨겨져 있다. 미술부 활동을 했던 조대부고를 졸
업한 뒤 바로 대학진학을 하지 못했다. 어려운 형편 때문이었다. 대학 진학은 한참 시간이 흐른 뒤였다. 2년의 입시 준비 끝에 서른다섯살 세 아이의 아빠가 되어서야 늦깎이로 입학했다. 그 어려운 형편은 그가 대학 갈 무렵에도 결코 벌어날 수 없는 짐이 됐다. 가장으로서 그의 어깨를 짓눌렀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20대 젊은 친구들과 함께 경쟁하면서도 예술대학 수석 졸업을 했다. 늦은 대학 진학으로 그가 대학원에 진학해 마쳤을 때는 이미 불혹을 넘겼다. 늦깎이로 학구열을 발휘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온갖 악조건들을 극복한 셈이다.
대학 재학 시절 지도교수였던 장석원 교수(전북도립미술관장)는 그에게 "처마 밑에 물방울이 떨어져서 바위를 뚫을 수 있는 괴력(집념)의 사나이"라고 했다 한다. 이는 그가 30대와 40대를 어떻게 지내왔는가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학원을 마치고는 전남대와 부산여대 등에 출강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부산여대에 출강할 때는 코피를 쏟으면서 강의를 했다. 물론 강의료보다 지출이 더 됐지만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나중에는 교수제안도 왔지만 기부조건이 있어 응하지는 못했다. 만학도로 대학을 나온 뒤 자신이 배운 만큼 젊은 학생들에게 되돌려주는 일에 종사했던 것이다. 이는 모두 지나간 젊은 날 삶의 자취들이다. 대학 출강 이후에는 화실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 제자들이 ‘운림회’를 결성해 운영 중에 있기도 하다.
이제는 전업작가로 작업에 집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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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작가들 중 숨은 고수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말 안하지만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죠. 이것은 자존심이예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금이 시작이다’는 생각을 갖고 임할 작정입니다. 근래들어 실경산수를 많이 그리고 있는데 자연이 내 화실이라는 믿음입니다."
‘자연이 화실’이라는 것은 그의 야외스케치에 대한 소신과 패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다. 비와 눈이 오는 날을 빼고는 일주일에 한 차례 정도 야외 스케치를 다녀온다. 중국 황산이나 계림 등도 다녀와 이미 화폭에 담아냈다. 겨울에는 강추위로 팔레트가 얼어 그 밑에 손난로를 부착시켜 녹여 사용할 정도다. 이처럼 그의 야외스케치는 작업 여정에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겨울에 그림을 그리냐고들 하지만 되려 사람들이 격려해줍니다. 저는 자연 자체가 미술관이라는 생각을 해요. 밖에서 하는 그림은 마치 야생마처럼 흥이 나기 때문이예요. 갇혀 있으면 이성 쪽으로 돌아가지만 밖으로 나가면 감성적이 되죠. 자연의 에너지가 내 붓끝으로 통해 들어옵니다."
이렇게 야외에서 작업된 그림들 대다수는 문인화를 한 덕분에 선이 이쁘게 나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그는 야외에서 그림을 완성하는 편이다.
재료 또한 자유스럽게 선택한다. 최근에는 광목을 많이 사용한다. ‘백령도’ 스케치 작품은 광목에 아크릴로 그린 것으로 매입자가 나타났지만 판매하지 않았다. 화선지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이다. 재료를 어떤 것을 쓰든 작품이 잘 나오게 하면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는 실험정신을 가질 것을 잊지 않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작품을 내놓지 않는다고 해 그 의미를 파악하느라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그의 말씀인즉 시내에 그림을 내어놓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시중에 돌아다니는 자신의 작품 중 100만원 이하대 작품은 다시 사들인다. 거기다 좋지 않은 작품은 바꿔주기까지 한다. 이는 작가가 작품에 대해 완성도를 얼마만큼 중요하게 여기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러면서 ‘한국 근현대 산수화전’을 언급하며 광주미술에 대한 소신을 잊지 않았다.
"올해 7월8일부터 8월21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한국 근현대 산수화전’이 열렸는데 작고작가를 포함해 총 54명이 출품했고, 이 지역에서는 저를 비롯 2명이 참여했죠, 전시 의미도 그렇고, 하루 1000여명이 들었을 만큼 큰 반응을 얻었어요. 광주도 이런 전시를 해야 해요. 광주는 수묵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전시를 광주시립미술관에서도 한 번 열 필요가 있겠죠."
마지막으로 그는 칠순기념전을 언급했다. 칠순을 맞아 칠순전을 열지 못해 2017년에 제17회 개인전이자 칠순기념전 성격의 전시를 열 예정이다. 스케치 현장에서 그린 작품 100점을 가지고 ‘백경’전으로 꾸밀 복안이다. 이 백경전은 4년만에 열리는 전시로 그동안 모은 작품들을 선보일 복안이다.
아울러 문필선에 자신이 있는 만큼 대작에도 힘을 쏟을 생각이다.
"생명이 다할 때까지 다른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어요. 가족들을 돌보며 그림을 그리는 것만 생각하겠습니다. 팔순 가까이 되어서는 대작 15점을 모아 수묵대작전 겸 출판기념회를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화가 김재일은
△전남 완도 출생
△전남대 예술대학·조선대 대학원 졸업
△개인전 16회
△한국 근현대 산수화전 등 국내외 단체전 500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6회
△전라남도 미술대전 한국화·문인화 부문 대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의재 허백련미술상 본상(광주시)
△원진 미육대상(광주지방검찰청)
△전남대·호남대·부산여대 ·전북대·광주교대 출강
고선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