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성 글을낳는집 대표

현대 한국사회는 빈부차, 세대차, 남녀차, 도농 간의 차이 등 갈등 지수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중앙과 지방 간의 수준 차이다. 지방자치의 실현으로 정치, 행정의 문제점들은 많이 개선되고 있는 편이지만 교육 격차, 소득 격차 부분은 오히려 갈수록 전망을 어둡게 한다. 문화 예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심화되어 가는 중앙 편중 현상은 가파르게 지역 소외를 부추기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 예술인들의 정서, 생계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민감한 시사성을 안고 있다.
얼마 전까지 아시아문화전당 앞을 지나다 보면 더위나 추위에 아랑곳 없이 반복되고 있는 1인 시위 현장을 만날 수 있었다. 더 가까이 가야 읽을 수 있는 팻말의 문구는 "예술인도 노동자다. 21대 국회는 예술인 권리보장법을 제정하라!"는 구호였다.
2년 가까이 시위를 계속한 바 있는 연극배우이자 연출가인 장도국(33세)씨는 현재 연극 ‘전태일’에서 전태일 역을 열연하며, 지역에서 활발한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 그가 바쁜 와중에도 1인 시위를 한 요인은 아직도 문화예술인의 인권이 사각지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에서의 형편은 더욱 열악한 데 있었다.
문화예술인의 존엄과 권리, 지위 보장 운동을 전개해 온 그는 예술인에 대한 노동인권 침해, 불공정 계약 등 산적한 현안 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하는 동시에, 광주시 의회에는 시립극단의 운영 개선, 시립예술단 운영 조례 개정 등을 포함한 광주 지역 예술인 권리·지위에 관한 조례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 사항 모두가 탁상공론이나 사적 편견이 아니라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경험을 통해 축적된 객관성을 담보로 하고 있는 당면과제들이다. 따라서 절실하면서도 합리적인 주장으로, 당면 과제를 해결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지닌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당장 실현 가능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문화예술의 민주화는 정치, 경제 민주화와 상호 보완적 협업관계를 이룬다. 다시 말해 문화예술의 민주화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선도하며, 문화예술의 민주화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최종적으로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이다.
광주는 아시아 문화예술의 중심지라는 상징에 걸맞게 세계적 관심을 끌어 모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한 노력은 광주 문화예술계의 주역이자 첨병인 문화예술인의 입지와 처우에 대한 적극적 관심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는 곧 문화예술 수도로서의 자긍심과도 연계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회나, 시의회 일각에서도 앞에서 제기한 사안을 이해하고 법률과 조례 개정에 적극적 찬동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