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표하는 브레이킹 크루 자부심 남다르죠

[예술기획] <65>힙합문화예술단체 애시드브레이커즈
2003년 창단 이후 20여 년 광주 기반 활동
연례 대표 배틀 행사 ‘Wild street’ 등 개최
올림픽 채택…"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11월 06일(일) 14:25
(2022년 9월 112호=김민빈 기자)흔히 ‘비보잉’, ‘브레이크댄스’라 불리는 ‘브레이킹’은 자유분방한 스트릿댄스의 한 장르이자 힙합문화를 이루는 요소 중 하나다. 힙합 비트에 맞춰 ‘헤드스핀’, ‘윈드밀’ 등 역동적인 동작을 몸으로 표현하며, 춤꾼들이 다함께 무대를 둘러싸고 나와 춤 대결을 벌이는 배틀 문화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20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브레이킹’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스트릿댄스 문화에 속하는 브레이킹이 스포츠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두고 다양한 견해와 함께 시행착오가 예상되고 있긴 하지만, 다가올 올림픽에서 이 종목이 ‘뜨거운 주목’을 받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욱이 세계적인 배틀 대회에 나가 우승하며 ‘비보잉 강국’이라 불려온 대한민국은 현재 유력한 메달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장르로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지금껏 국내에서 비주류 문화로 인식돼온 브레이킹의 향후 전망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광주에도 이 씬을 대표하는 팀이 있다. 지난 2003년 창단 이후 햇수로 20년째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힙합예술단체 ‘애시드브레이커즈’(ACID BREAKERZ)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비보이들’이라는 뜻을 가진 애시드브레이커즈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멤버 22명으로 구성됐다. 현재 광주지역에서 유일하다시피한 브레이킹 크루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이들과 같은 팀이 10개 가까이 존재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백화점 앞이나 광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쉽게 춤꾼들을 볼 수 있었다고.
"그때는 가까운 동네만 가도 거리에 춤추는 친구들이 있었으니까요. 서로 오다가다 만나며 쉽게 친해졌죠. 또 조선대와 전남대에 댄스 동아리가 있었는데 거기서 춤을 추던 형님들이 자리를 만들어주기도 했어요. ‘운남동에 누가 잘하는데 한번 만나봐라’ 이런 식으로요."
여느 단체가 그렇듯 처음에는 이 문화를 좋아하는 5명이 우연히 모여 춤을 추던 것이 시작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2007년 광산구 청소년 수련관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수련관 안에 자리를 잡게 됐다.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춤을 배우러 오곤 했고, 자연스레 멤버들이 늘어나 크루가 형성됐다.
이들은 소위 ‘언더그라운드’라 불리는 배틀 등의 비공식 활동과 각종 초청 공연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예술단체로서 기관의 지원사업에도 적극 참여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05년쯤부터 3년 간 여러 지역에서 열리는 댄스 경연대회에 바짝 나갔어요. 받은 상만 해도 100개가 넘죠. 그때 이후로는 대회보단 배틀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2014년 창원에서 열린 팀 배틀에 나가 우승했을 때는 정말 울컥했어요."
비보잉 문화를 대표하는 요소인 ‘배틀’은 말 그대로 댄서들이 춤으로 펼치는 대결이다. 1대1부터 팀배틀까지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겨룬다. 전국 지역마다 활동하는 크루들이 있는데, 보통 이들이 사비를 모아 크고 작은 행사를 진행한다.
애시드브레이커즈 역시 2012년부터 대표 연례행사로 비보이 배틀 대회 ‘Wild street’을 열고 전국의 비보이, 비걸들이 함께 모여 즐기는 축제를 열어왔다. 2015년부터는 광산구 청소년 수련관의 지원으로 상금을 걸고 진행해왔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개최를 중단해야했다. 올해는 예산 지원이 끊기면서 또 한 번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전에는 광주에서 배틀이 없었는데 저희가 열게 됐죠. 광주에도 이런 팀이 있고 행사가 있다는 걸 전국에 알릴 수 있는 기회였어요. 전국의 크루들과 친목을 다질 수도 있었고요. 계속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겁니다."
지난 7월부터 시교육청의 문화예술단체 지방보조금 사업에 선정되면서 대안학교와 초등학교, 중학교 총 5곳을 대상으로 ‘2022 학교로 찾아가는 비보이’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얼마전 남구에 있는 광주푸른꿈창작학교에서 첫 수업을 가졌다.
(위에서부터) 아트피크닉 초청공연, 빛고을시민문화관과 함께 하는 공연나눔사업 ‘코로나19극복을 위한 광주청년예술가들의 합동쇼’, ‘Beat street 062’ 공연을 마친 뒤 애시드브레이커즈

"학생들이 엄청 좋아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처럼 또래끼리 몸으로 부딪치며 어울리는 문화가 없잖아요. 다들 학교를 마치자마자 학원에 가느라 바쁘죠. 그런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몸을 쓰면서 운동하듯이 춤을 배우니까 얼마나 즐겁겠어요."
한 해 동안 가는 지역 공연만 해도 1000건이 넘는데, 그간 참고 견뎌온 우여곡절이 많다. 이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무조건 반말부터 던지고 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주최 측에게 공연비를 못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역 축제 등 안 가본 데 없이 다 뛰어다녔는데 돈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어요. 사전에 계약서를 쓰고 최대한 조치를 취해도 그쪽에서 마음먹고 안주면 방법이 없더라고요. 전에 한번 계산해봤더니 1년 동안 1600만원도 넘게 못 받았더군요."
금전적인 문제뿐만 아니다. 변변한 대기실 하나 없어 현관 로비에서 몸을 풀고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은 다반사. 행사가 지연된 상황을 사전에 공지하지도 않고 멋대로 시간을 바꾸는가 하면, 오기로 한 가수 스케줄이 펑크 났다며 막무가내로 공연을 떼워달라 우기는 경우도 있다.
"일부 공연 관계자 분들이 이해를 잘 못하시는 것 같아요. ‘돈 주면 해야지’ 이런 마인드도 많고요. 속상해서 큰소리를 낸 적도 많았죠. 이제는 공연 요청이 와도 신중히 고민하고 결정합니다. 우리가 존중받을 수 있는 공연인가를 첫 번째로 생각해요."
광주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한지 벌써 20년째다. 그동안 많은 팀원들이 새로 들어오고 또 떠나갔다. 더 나은 환경에서 춤을 추겠다며 서울로 향하는 이들도 많았다.
"광주 뿐 아니라 모든 지역의 상황이 비슷할 겁니다. 연습실 월세 수입도 나오지 않아 사비로 충당하는 것은 흔한 일이죠. 아직도 비보이라고 하면 질 나쁘고 껄렁한 젊은이들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잖아요. 이런 사회적 시선에다 지역의 열악한 환경도 있다 보니 그동안 무대에 서고 사람들 앞에 노출될 기회가 부족했던 거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시드브레이커즈가 지역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힙합 문화에선 ‘Represent’라고 표현하는데,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을 대표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껏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것에 대해 긍지와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의 브레이킹 배틀 프로그램 ‘쇼다운’은 내로라하는 월드클래스 크루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2000년대 초중반을 주름잡던 세대가 교체되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나이 많은 형들이 아직 잘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후배 양성이 쉽지 않은 환경이라 세대교체가 느려요.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 학생 때부터 스트릿댄스를 접할 기회가 많거든요. 교내 동아리 활동처럼 제도권 안에서 배우고 경험해볼 수 있도록 활성화돼있죠. 또 이 분야 종사자 대부분이 최상위권에 있는 게 아닌 이상 생업으로 삼기가 불가능해요. 그러니 어린 친구들이 선뜻 도전하기가 힘들죠."
하지만 브레이킹이 올림픽 종목에 정식 채택되면서 국내 씬의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게 됐다. 많은 댄서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과 인프라 형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처음에는 올림픽에 대해 말이 많았어요. 우리는 예술이지 스포츠가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결국에는 사회적 합의를 봤어요. 예술이든 스포츠든 대중에게 알려지고 인정받게 된다면 이 문화도 발전하게 되겠죠. 길이 넓어지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긴다면 긍정적인 일이잖아요."
애시드브레이커즈는 자신들을 ‘평범한 동네 청년들’이라고 칭했다. 이들은 전부 생계를 위한 직업을 갖고 있다.
공무원, 사회복지사, 회사원 등 각자 자리에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와중에 틈틈이 시간을 내 연습하고 무대에 선다. 가벼운 마음가짐으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무대가 끝나면 관객분들에게 기념품으로 저희 로고가 적힌 티셔츠를 나눠 드리곤 합니다. 식혜를 판매하는 멤버가 있는데 그것도 나눠주고 하면서 어떻게든 알려보려고 노력하죠. 이 문화를 정말 사랑해서 많은 분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궁금하다면 한 번쯤 저희 무대를 보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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