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전통 가치 "한마음으로 노래할 것"

[예술기획] <66>(사)내벗소리민족예술단
2003년 설립 전통예술단체 북한민요·시 노래 무대
매년 김남주 시인·들불 7열사 추모제·천제 등 기획
12월 정기공연 함경·강원도…팔도 특색 반영 선사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01월 18일(수) 18:28
(2022 10월 113호=김민빈 기자)올해는 1945년 해방 이후 남북한이 분단된 지 77년이 되는 해다. 한반도는 아직도 전쟁을 끝내지 못한 정전상태에 머물러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시작된 훈풍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최근 남북 관계는 경색돼 있지만, 평화와 통일을 향한 민족의 간절한 열망은 더딜지라도 사그라지지 않는다.
(사)내벗소리민족예술단은 평화 통일과 한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꿈꾸며 20년간 무대에 서온 전통문화예술단체다. 지난 2003년 남원의 국립민속국악원에서 피리 연주자로 활동하던 신경환 이사장을 비롯해 국악인 7명이 우리 민족의 소리를 전승하고 통일을 노래하기 위해 뜻을 모아 설립했다.
이들은 국악을 바탕으로 북한 가요와 팔도 민요 등을 편곡해 선보이는 작업을 해왔다. 흔히 알려진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와 ‘휘파람’,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을 비롯해 ‘연변아리랑’·‘영천아리랑’·‘해주아리랑’ 등의 지역 민요, 해남 출생 김남주 시인(1946~1994)과 화순 출생 문병란 시인(1935~2015), 해남 출생 김준태 시인(1948~) 등의 통일 관련 작품들을 국악곡으로 창작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다양한 정기 공연 및 지역 행사 참여를 통해 설립 초기 정신을 잇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월 ‘김남주 시인 추모제’, 5월 ‘들불 7열사 추모제’, 6월 ‘합수 윤한봉 선생 추모식’, 10월 ‘개천 대제’, 11월 ‘무등산 천제’ 등을 십여 년 가까이 빠짐없이 진행했다. 또 ‘5·18전야제’, ‘광주민족예술제’ 등 지역의 대표 행사에 주요 단체로 참가해 음악으로 민주·평화·통일에 대한 목소리를 내왔다.
이렇듯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민족 예술의 계승과 발전에 기여해온 단체는 최근 20년 만에 주목할 만한 세대교체를 이뤘다. 창단 이래 단체를 이끌어온 신경환 이사장이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올해 초부터 지역 국악계의 ‘젊은 피’인 대금·생황 연주자 신선민(32)씨가 대표를 맡게 됐다.
창단 초기 40~50대 단원들이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현재 연령대는 임원진을 제외하고 전부 20~30대다.
이들이 변화를 준 이유는 음악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은 "단체를 오래 맡다 보니 언젠
가부터 음악적으로 항상 맴도는 느낌이었다"면서 "이제는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젊은 세대의 시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더불어 이들이 스스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낫다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대가 변하고 분단의 역사가 멀어질수록 통일을 바라보는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TV를 틀면 나오던 이산가족의 상봉 모습은 어느덧 과거형이 됐고, 남북한이 하나로 존재했던 역사는 소설책이나 영화 매체 속에서 나올 법한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경향은 MZ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
신선민 대표는 단체가 젊은 세대 교체로 변화를 맞았지만 활동 방향에 변함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원 중에 아직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도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과 대화해보면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같은 노래도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 잘 모른다고 해요. 그런 부분에서 공감이 어려울 때면 함께 모여 노래를 들어보면서 알려주고 같이 공부하죠. 나이가 달라도 같은 마음으로 모였기 때문에 추구하는 음악과 활동은 그동안 선배님들이 해 오신 것과 같아요."
내벗소리민족예술단이 20돌을 맞기까지 남북의 상황은 여러번 변화를 겪었다. 창단 초기였던 2003년만 해도 남북의 대중가수들은 물론 전통예술인들이 함께 공연하는 등 교류가 활발했다. 예술단 역시 탈북민 공연팀과 합동 무대를 꾸미고, DMZ에서 열리는 ‘평화 손잡기’ 행사에 나서 공연을 펼치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하지만 이후 한반도 정세가 변화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문화 교류의 기회가 사라지면서 통일과 관련해 설 수 있는 무대는 줄어들었다. 탈북민 공연팀과의 합동 공연은 지속할 수 없게 됐다.
"어느 날 그분들이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다고 하셨어요. 어릴 적에 배웠다고 해도 안 하다 보면 뭐든 잊게 되잖아요. 그분들도 고향을 떠나온 시간이 길어지면서 북한 고유의 전통 음악이 뇌리에서 점점 잊혀질 수밖에 없었겠죠. 분단은 사람만 분리되는 게 아니라 문화와 정신, 예술적인 것도 마찬가지예요. 떨어진 세월이 길어질수록 간극이 커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민족의 문화예술은 그들의 얼과 정체성이 담긴 결정체다. 남북한이 서로의 문화를 알고 공유하는 것은 훗날 분단선이 사라질 때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빠르게 회복시켜줄 유일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술단은 지금껏 단체의 활동에 도움을 준 분들을 향한 감사와 더불어 통일과 관련된 공연의 지속적인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남주 선생님, 문병란 선생님, 범능 스님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희 단체는 시작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신 것은 결국 통일이었죠. 민주와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만큼 통일에 대해서도 더 많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어요. 저희 예술단이 민족 음악을 하는 이유입니다."
이들은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2004년부터 지금껏 꾸준히 정기공연을 열어왔다.
올해는 12월에 행사를 앞두고 있다. 공동경비구역(JSA)을 ‘공동놀이구역’으로 설정해 무대를 구상 중이다. 지난해 정기공연을 모태로 좀 더 길고 완성도 있게 보완해 선보이기로 했다.
"어떠한 경계도 없이 남과 북이 어울려 한판 신명나게 놀 수 있는 놀이판을 연출할 계획이에요. 함경도와 강원도, 제주도 등 팔도의 다채로운 특색을 담아 국악, 무용, 연희가 어우러지는 흥겨운 무대를 준비 중입니다."
퓨전국악을 주로 하는 수많은 공연단체들 사이에서 이들이 전통 민족 음악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선민 대표는 "퓨전 음악은 요즘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면서 "전통 그대로의 민족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게 우리 공연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저희 공연에서는 남한과 북한의 전통음악을 다 들을 수 있으니 그 점이 오히려 특색이죠. 또 남북이 분단되지 않았다면 음악 전공자로서 둘 다 해야 하는 음악이잖아요. 국악을 전공했다고 해도 대학에서 배울 수 없는 다양한 민족음악을 공부하고 계승할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전통 음악이라고 해서 지루한 무대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국악이 들으면 처지고 우울한 곡이라는 일부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타악기를 이용해 비트 있고 신나는 무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죠."
이들은 지금을 예술단만의 새로운 색깔을 찾아가는 시작 단계라고 설명했다. 민족음악을 토대로 구체적인 방향성은 앞으로 단체가 고민하며 이끌어가야할 부분이다.
"새 단원들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함께 친해지고 소통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모두가 언젠가 통일이 될 그 날을 그리면서 매주 모여 한마음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내벗소리민족예술단은 통일이 될 때까지, 아니 통일이 된 이후에도 계속 지금처럼 활동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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