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이 풀 뜯는 양들의 시간 만나며 윈도우 바탕화면 같은 풍경에 취하다

[문득여행] 일상 속 명소 송산목장
5만 2000평 규모에 양과 말 등 동물 만날 수 있는 곳
낭만적 풍경 등 자연환경 운치있어 방문객들 ‘호응’
먹이체험 유익…메타세콰이어 숲 터널 진입로 압권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6년 01월 02일(금) 15:45
(2025년 12월 제151호=고선주 기자) ‘등잔 밑이 어둡다’(등하불명 燈下不明)는 속담이 있다.
가까이 있는 것을 알아보지 못할 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세상이치 모두 다 통하는 속담이겠지만 우리네 일상 공간에 정작 명소나 절경이 숨겨져 있음에도 그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이는 일종의 역설이다. 광주 사람 하면 무등산을 제일 많이 찾고, 무등산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 많은 이치와 같다. 이것이 등하불명이자 역설이라 할 수 있다. 무등산만큼 비견할 수는 없지만 군데군데 알지 못해 놓치는 ‘일상 속 명소’는 많다. 수많은 명소가 있지만 이번호에서 다룰 송산목장이야말로 대표적으로 그런 곳이 아닌가 싶다.
목장하면 강원도나 제주도가 연상되지만 같은 광주권역에도 목장이 있다.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곳이 아닐까. 송산목장 역시 집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과거에는 가볼 생각을 못했던 곳이다. 다만 요즘 명소는 즐길거리와 볼거리를 넘어 인생샷 몇컷을 건질 수 있는 뷰맛집으로 소문이 나야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된다. 송산목장은 목장 하나로는 무언가 부족할 듯 보이지만 시간이 느릿하게 기우는 산자락에 자리해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어린이가 있는 집의 경우 잠시 들러 하루를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인근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하면 15km만 이동하면 된다. 겨울로 가는 이맘때는 더더욱 운치가 더하는 곳이 송산목장이다. 호남대를 지나 영광방향으로 송산대교를 건너 얼마가지 않으면 우측으로 빠져 나가 좌회전하면 도로가에 송산목장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오전과 오후 어느때든 방문해도 좋지만 사진에 예민한 사람들은 오전에 가면 역광을 만나지 않아도 되니 보고 즐기며 인생샷(인생사진)까지 건지는데는 최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인생샷은 포인트를 잘 잡으면 윈도우 바탕화면 같은 사진 한두컷은 족히 건질 수 있다. 이런 풍경을 갖추고 있는 곳이 송산목장이다.
송산목장은 오랜 동안 축산업(한우 축사장)에 종사해온 C씨가 2015년 승마장을 운영한 뒤 2017년 양떼목장을 구축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현재 171,900m²(5만 2000평) 규모에 양 100마리, 말 18두, 돼지 2마리, 염소 2마리, 기니피그 10마리 등이 방문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송산목장은 말이 주력이 아니라 양이 주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송산목장을 한두번 오간 사람들은 양떼목장이라고 부른다.
특히 목장이 주는 본래 이미지가 낭만적인 자연환경으로 인해 대개 운치있어 데이트족이나 조용하게 아이들과 함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싶어하는 가족, 머리골치깨나 아픈 일상에서 잠시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송산목장이 최고가 아닌가 싶다.
산자락에 펼쳐진 목장은 그렇게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산자락을 둘러보는 재미가 작지 않다. 학생 마장 등 어린이 승마체험 뿐만 아니라 먹이를 주는 체험에 이르기까지 다른 명소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을 이곳에서는 쉽게 해볼 수 있어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또 연못 둑을 통과하면 양떼 동물 체험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
목장에 작은 규모의 연못은 목장의 운치를 더해준다. 미니 저수지 혹은 둠벙이라고 하면 맞지 않을까 여겨진다. 처음에는 물이 좀 혼탁한가 내려다봤더니 엄청 많은 물고기들이 눈에 띄었다. 죽은 연못이 아니라 살아 꿈틀대는 연못이었던 것이다. 양떼 동물 체험장으로 가는 길목은 연못을 보면서 이동해야 하는데 넝쿨식물로 된 터널을 지나는 형국이어서 둑 건너에 펼쳐진 풍경이 자못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연못 건너에 지대가 조금 더 높은 소나무 숲 아래 한 대의 피아노가 놓여져 있다. 쉽게 보기 힘든 구성이다. 누구나 오가는 방문객이면 연주실력을 뽐낼 수 있도록 피아노가 배치돼 있는 것이다. 연주하고 간 사람들의 피아노 실력을 이곳 물고기들은 다 들어봤을테고, 다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작은 호수공원에서 피아노 연주를 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방문 만족도를 더 높여준다고 믿는다.
피아노가 놓여진 바로 옆에 말 목장이 자리하고 있다. 방문한 날 그곳에서 말 두 마리가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목장에서 만난 말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과는 달리 느릿느릿 여유가 넘쳐 보였다.
카메라 셔터를 몇 차례 누르느라 오르락 내리락 한 뒤 매점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매점에서는 입장 시 받은 먹이주기 체험 쿠폰을 교환, 건초바구니에 담겨진 동물들 먹이를 받을 수 있다.
매점 앞쪽에는 거대한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는 목장에서 오랜 동안 머무를 수 있는 공간 중 한곳이다.
날씨가 무덥지 않은 요즘 같아서는 배드민턴을 치기에 적격이다. 방문했던 날에도 방문객들이 배드민턴을 치며 오후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 부러워 보였다. 목장에서의 배드민턴 역시 설정이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뛰놀 수도 있고, 목장을 돌아다니느라 출출한 사람들은 매점에서 라면 등 잠시 에너지를 충전할 수도 있다.
잔디밭을 지나면 데이트족이나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그네가 설치돼 있다. 그리고 동물들이 삼삼오오 모여 지내는 공간이 나온다. 동물들에게 줄 먹이를 가져가 먹여볼 수 있는 체험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접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방문을 강추한다.
목장에서는 가장 높은 지대에 해당하는 곳이 양떼 목장이다. 양떼 목장으로 이동하려면 양떼들이 지내는 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이동해야 한다. 양떼들이 아무데나 돌아다니거나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대할까 봐 펜스가 쳐져 있는데 들어가서 직접 접하고 둘러볼 수 있도록 문이 있다.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문을 열고 들어가 목장에서 가장 높은 산자락으로 이동해 드넓게 펼쳐진 목장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높은 산자락으로 이동해야 입체뷰 비슷한 사진들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문했을 때 그리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각오하지는 않았다. 양떼 목장을 한 바퀴 도는 코스를 택한 가족 등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필자는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아가며 양떼 목장을 한 바퀴 둘러봤다. 양떼가 아랫쪽에 있으면 좋으련만 하필 목장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그 양떼들을 만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어느새 해는 기울었다. 산자락 그늘이 조금씩 커져갔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나오면 양떼 동물 체험장으로 가는 곳 입구다. 그 입구 맞은 편에 중의적으로 센스있게 작명한 카페 ‘양, 말’이 나온다. 너무 짧은 시간동안 몰아쳐서 둘러보다 보니 ‘양, 말’에서는 쉬어가지 못했다.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송산목장은 목장 자체가 가져다 주는 운치도 좋지만 진입로 때문에 더 운치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언제부터 심어져 가꿔졌는지는 모르나 커다란 메타세콰이어 숲 터널길이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 것은 분명하다. 한낮에도 그늘이 깊어 작은 예쁜 전등들이 매달려 반짝인다.
티켓 판매하는 곳까지 나와 잠시 차를 주차하고 그 아름다운 풍경을 담을 수 있었다. 진입로 폭이 넓지 않아 겨우 차들이 비켜 이동할 정도여서 중간에 차를 세울 수는 없다. 진입로 시작점과 끝지점에서 차를 세워두고 촬영해야 한다. 다소 불편해도 충분히 감내할 가치가 있다.
송산목장은 평소 알고 방문한 곳은 아니었다. 어느날 SNS에서 접하고는 단박에 달려갔던 곳이다. 이렇게 방문한 몇 곳은 한 번 가는 것으로 족하지만 송산목장은 집에서 가깝기도 한데다 너무 풍경이 아름답다보니 마음에 저장된 곳이 됐다. 가까운 시일 내에 한 차례 더 방문해야겠다는 마음이 자동적으로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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