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담은 재즈 ‘추억 페이지’로 여행 가요

무등산·양림동 펭귄마을 주제로 연주 ‘눈길’
증심지구·화순 세량지 배경으로 한 MV제작
국악과 협업 시도…"소통하는 공연 선보여"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3월 04일(목) 18:19

(2021년 3월호 제94호=글 박세라 기자)


두 귀에 이어폰을 꼽고 가만 앉아 음악을 기다린다. 선곡한 노래가 재생되면, 세상 온갖 소리와는 단절되고, 온전히 제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다. 추억이 있는 음악은 그 시절, 그곳으로 우리를 데려다준다. 20대 대학시절에 들었던 노래를 우연찮게 마주할 때면, 눈앞에 그 시절의 풍경들이 촤르륵 펼쳐지는 것만 같다. 음악이 주는 선물 같은 힘이다.
저마다 돌아가고픈 인생의 페이지로 안내하는, 친절한 뮤지션들이 있다. 추억이 깃든 노래로, 마음을 보태는 공감으로, 삶의 활력을 주는 팀. 2016년 창단해 5년 째 활동하고 있는 재즈밴드 ‘리페이지’(RE:Page)가 그 주인공이다.
리페이지는 말 그대로 해석하자면, 책장의 페이지를 다시 넘긴다는 의미다. 연주에 리페이지만의 색을 담아 새로운 곡의 페이지를 쓴다는 뮤지션들의 ‘의지’가 올곧게 담겨있다.
보컬 최유진씨는 "누구에게나 한 쪽 귀퉁이를 접어두고, 오래 오래 기억하고 있는 순간이 있다. 우리의 연주를 통해 저마다의 그곳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그것이 리페이지가 믿는 음악의 힘이다"고 설명했다.
리페이지는 대표로 인터뷰를 진행한 보컬 최유진씨를 비롯해 드럼·리더 정명훈, 피아노 이애신, 콘트라베이스 한수정씨 등 4명이 마음을 모아 창단한 팀이다. 개별적으로 또는 뭉쳐서 비공식적인 활동을 이어오다, 서로의 음악적 지향점이 다르지 않음을 확인한 이들은 ‘함께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들이 주로 다루는 음악 장르는 조금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는 재즈다.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라 ‘어렵겠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리페이지의 음악을 들으면 어쩐지 친근하다. 장르적·연주적 기법들을 차치하고도 유독 그렇다. 그저 ‘아, 듣기에 좋다. 편안하다’고 여길 것이다.
리페이지는 재즈에다 ‘광주만의 감성’을 담아내는 작품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양림동 펭귄마을을 주제로 한 ‘fat fat 블루스’, 무등산을 담아낸 ‘Mountain Of The Mood’을 비롯해 담양의 벚꽃 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See You Next Spring’ 등이다.
최씨는 "광주의 관객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한 결실들이다. 2019년 1월 리페이지의 첫 앨범이 나왔는데, 그 주제가 ‘Our Home’이었다. "우리 마음 속 집, 현재 살아가는 이곳 고향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음악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리페이지는 이 같은 도시의 감성을 담은 음악들로, ‘듣는 관광’, ‘재즈로 듣는 광주 한바퀴’ 등의 레퍼토리 공연을 꾸렸다. 실제 이들의 공연에서는 관객과의 ‘소통’이 주무기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곳’에서의 추억들을 펼쳐 보이는 장이 되는 셈이다.
음악여행의 코스는 앞서 소개한 무등산, 양림동 펭귄마을과 추억의 충장로 거리, 청춘들의 캠퍼스 전남대학교, 밤이 빛나는 상무지구, 광천터미널, 광주송정역 등이 담겼다. 한 시간 가량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과 함께 도시 곳곳의 명소들을 둘러보는 것이다. 이때 함께 듣는 곡들은 리페이지 색을 담은 창작연주곡들을 비롯해 올드팝, 추억의 7080가요 등이다.
최씨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을 선사하려 한다. 기존 곡들을 편곡할 때도, 각자의 추억을 녹이는 데 공을 들인다"며 "개별적 삶이 깃든 음악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재즈’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활동 중 흥미를 끄는 것이 있다. 바로 광주 명소를 배경으로 제작한 뮤직비디오다.
무등산을 주제로 한 ‘Mountain Of The Mood’와 화순 세량지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See You Next Spring’이 그것이다.
지역의 뮤지션들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는 것도 칭찬받아 마땅한 일인데, 영상 속엔 무등산, 화순 세량지 등 절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빼어난 영상미에다 감각적인 연출이 더해져 신선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재즈와 국악기, 현대무용수들의 협업과 사후 제작으로 곁들어진 서예의 ‘붓’칠들이 인상 깊다.
먼저 ‘Mountain Of The Mood’는 광주의 어머니 산 무등산을 재즈선율로 풀어낸 곡이다. 피아노, 드럼, 콘트라베이스 트리오 사운드에 태평소, 색소폰 선율을 더했다. 재즈와 국악기·목관악기의 크로스오버를 꾀한 연주곡이다. 국악기 태평소가 메인 선율을 연주하고, 색소폰이 뒤를 받쳐주면서 주고받는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최씨는 "재즈밴드와 태평소와의 만남은 이질적인 듯 하면서 꽤 조화롭다. 무등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유서 깊은 곳이면서도, 오늘을 넘어 미래를 향해 도약하고 있는 광주의 중심이다"며 "장르 간 협업을 통해 조화로움을 이끌 듯, 과거와 미래를 잇는 무등산의 상징적인 에너지를 뮤직비디오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공을 들인 것은 무등산의 협곡을 따라 그려지는 감정의 굴곡을 묘사한 부분이다. 메인 선율인 태평소 연주에 맞춰 한국적인 ‘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손짓으로 펼쳐지는 안무가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어 ‘See You Next Spring’은 담양에 핀 흐드러진 벚꽃 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창작곡이다. 싱그러운 봄의 느낌을 담아내기 위해 화순 세량지를 선택했다. 만개했던 벚꽃이 져가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봄을 기다리는 메시지를 담았다. 코로나19가 지나간 이후의 진짜 ‘봄’을 열망하는 마음으로도 읽힌다.
리페이지가 꼽는 공연의 제1 지향점은 관객과의 ‘소통’이다. 곡마다 보컬 유진씨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지는 것은 기본이고, 선곡된 노래들을 가지고 관객들과 편하게 이야기하는 시간도 갖는다. 그런 덕인지, 카페에 앉아있으면 ‘리페이지 보컬 아니세요?’ 최씨를 알아보는 팬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탓에 대면 공연을 자주 열지는 못했지만, 올해는 시민들을 자주 만나는 방향으로 길을 낼 작정이다. 정기 합주도 ‘눈치’ 보는 일 없이 마음껏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또 2집 앨범을 계획하고 있어, 앨범에 수록할 곡들을 차근차근 만들어나간다. 발매는 2022년을 목표로 한다.
앞으로 꿈을 물었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면서 연주 활동을 잇는 것이라 한다.
리페이지는 "많은 사랑과 관심 속에서 행복하게 음악 할 수 있었다. 과분하게 받은 사랑을 공연활동과 앨범 발매 등을 통해 나눠가고자 한다. 존경하는 광주지역 뮤지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팀이 되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이어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음악을 하려 한다. 꾸준히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오랜 친구 같은 그룹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회사소개회사연혁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고충처리인광고문의기사제보
광남일보 등록번호 : 광주 가-00052 등록일 : 2011. 5. 2.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광주 아-00193 등록일 : 2015. 2. 2. | 대표 ·발행인 : 전용준

광주광역시 북구 무등로 254 (중흥동 695-5)제보 및 문의 : 062)370-7000(代) 팩스 : 062)370-7005 문의메일 : design@gwangnam.co.kr

본사이트에 게재된 모든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 의 사전 허가없이는 기사와 사진을 무단전재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