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진가 알리는 활동 지속할 터"

[이사람] 제갈경희 게스트하우스 ‘달꾸메’ 대표
37년간의 서울살이 접고 고향서 게스트하우스 운영
근대 역사문화 조명 ‘도시재생’ 주목 공정여행 실천
만인계마을기업 결성해 축제 등 공동체 복원 진행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0년 10월 07일(수) 18:27
(2020년 10월호 제89호=글 정채경 기자·사진 최기남 기자)목포를 찾는 사람들이 이곳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역할을 자처하는 이가 있다. 37년 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와 전남 목포 목원동에서 게스트하우스 ‘달꾸메’(마인계터로 38번길 13)를 운영 중인 제갈경희 대표가 그다.
원도심이던 목원동은 1987년 목포가 개항, 유달산 자락에 집이 생겨나면서 마을이 형성되고 점차 확대됐다.
목포에서 태어난 제갈 대표는 고등학교까지 원도심의 적산가옥에서 살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고향을 떠났다. 여행을 좋아했던 그는 그 뒤 가정을 꾸려 생활하다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됐을 당시부터 친척이 운영하던 여행사에서 일을 돕기도 했다. 세계 곳곳을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으며,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좋은 것들을 놔두고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내 고향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가슴 속에 자리잡은 셈이다.
당시 그는 명절에 친정집을 찾을 때면 어렸을 적에는 잘 몰랐던 고향의 매력이 하나 둘씩 보였다고 소회했다. 유달산에 오르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와 멀지 않은 곳에 띄엄띄엄 자리한 여러 섬들, 바다와 멀지 않은 울창한 숲, 목포오거리를 중심으로 일본인 마을(좌측 선창쪽)과 조선인 마을(우측 유달산 아래쪽)로 나눠진 거리, 일제시대부터 줄곧 삶의 터전이 돼온 근대 건물들, 근대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목포에 매료된 것이다.
"목포는 힘 안들이고, 슬슬 돌아다닐 수 있는 가성비 좋은 곳이자 살아있는 독립기념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 있죠. 신도시 개발이 이뤄지면서 이 지역은 변함없이 고스란히 남아있게 된 거예요. 박제되고 버려진 폐허가 아니라 생활터전으로 지금까지 활용돼온 거죠."
그는 그동안의 서울살이를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2017년 8월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시작했다. 명칭은 달과 꿈을 더해 ‘달꿈을 꾸는 집’이라는 ‘달꾸메’로 정했다.
고향에서의 삶을 준비하면서 2년여 기간동안 그는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에서 장소마케팅을 전공했다. 재학 당시 목포시 도시재생서포터즈 모집 공고를 통해 도시재생을 접한 뒤 이에 적극 뛰어들었다. 당시 시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던 때로, 이 과정이 끝난 뒤 목포시가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진행한 ‘게스트하우스 마을학교 1기’ 교육을 수료했다.
시는 도시재생의 장기적인 주민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주거지역이어서 숙박업을 할 수 없었던 목원동 일대를 마을 주민 5명 이상이 참여하는 마을기업을 운영하는 조건으로 게스트하우스 건립을 허가했다.
‘만인계 마을축제’ 모습

유달산과 3분 거리, 목포역과는 7분 거리에 자리한 달꾸메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한옥 2채와 그 옆 텃밭까지 세 필치를 매입해 지은 이곳은 가까이 다가가야 비로소 찾을 수 있다. 동네의 운치를 살리면서, 미관을 해치지 않게 지었다는 설명이다. 게스트하우스는 지상 3층 규모로 총 6개 방으로 구성돼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층 마당에 앉아 저녁 하늘을 바라보면 달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으며, 각 층마다 테라스가 마련돼 동네를 조망, 목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 주변에는 벽화로 꾸며진 목포 근대 골목길, 물이 귀했던 시절, 물장수인 옥단이가 물지게를 지고 다녔다는 옥단이길과 유달산 둘레길,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이던 건물을 활용한 근대역사관 등이 있다. 이와 함께 노라노 양장점을 개조한 노라노미술관과 목포 사투리로 방문객을 맞아주는 유달예술타운, 삶에 지친 청년들이 수었다 갈 수 있는 괜찮아마을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외에 근대 극작가인 김우진(1897~1926)의 생가가 있던 북교동성당과 일제강점기 당시 시민 기금으로 세워진 목포청년회관, 구 목포일본영사관과 목포진 역사공원,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 등 도보로 즐길 수 있는 근현대문화유산이 즐비해 있다.
이곳에는 달꾸메를 비롯한 7개 게스트하우스를 시작으로 현재 20여 개가 운영 중이다. 제갈 대표는 이들과 목포게스트하우스협의회를 결성, ‘내가 사는 곳은 내가 바꾼다’는 모토로 마을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갈 대표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이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8년 마을사람들과 ㈜만인계마을기업을 설립했다. 그에 따르면 만인계는 사람들에 계표를 판매한 뒤 추첨을 통해 순위에 따라 배당금을 나눠주는 일종의 복권계를 의미한다. 1899년부터 1904년 사이 전국적으로 진행된 가운데 목포에서는 도로건설 등에 필요한 공공사업비를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만인계가 진행됐다고 한다.
이같은 명칭은 도로명인 마인계터로에서 알 수 있듯 변화했다. 만인계를 도로명에 사용하는 곳은 전국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만인계가 목포 사람들에게 유난히 각인됐던 모양이다.
이같은 뜻을 살려 기업을 설립, 마을입구에 웰컴센터 ‘만인살롱’을 열고, 동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해 카페로 활용 중이다. 이곳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음악회와 인문강의, 전시회 등이 열리는 동네 마을사랑방이자 방문객들에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을 거점으로 한달에 한번씩 마을 축제를 진행, 현재까지 15회에 걸쳐 운영됐다. 복권계를 비롯해 플리마켓과 골목길 정기투어, 단편영화 상영 등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해 마을공동체 복원과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첫 공모사업으로 목포시교육청이 주관하는 마을학교 운영기관에 선정돼 주민들을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올해는 조선대 HK+사업단과 협약을 맺고, 소안도와 관매도, 소록도 등을 찾아 마을 컨설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올해 홀로된 어르신과 젊은 세대 등 1인 가구를 위한 ‘만인식탁’과 만인살롱을 활용한 게스트하우스 운영 활성화 등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지속가능한 동네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로 마을기업을 만들었습니다. 공정여행을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제가 어느새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람들에 소개하고, 독립영화관과 갤러리 등 수입을 내기 어려운 문화공간들과 연계한 행사를 열고 있더라구요, 마음 속에 간직해온 꿈을 이루며 살고 있는 거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사람들에 하고 싶은 일은 꼭 버리지 말고 갖고 있으라고 얘기해요."
제갈 대표는 도시재생사업은 지난 2017년 끝나고 뉴딜사업이 한창이라고 했다. 목원동 일대는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의 실패 사례로 꼽히지만 이 가운데 유일하게 성공한 것으로 손꼽히는 게 게스트하우스사업이라는 설명이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문화원에서 하는 강독에 참여하거나 목포대에서 운영하는 인문 프로그램을 찾는다는 그는 여기서 매일 배우고 체화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어서 일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마을과 지역을 위해 보람된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느낄 때 뿌듯하다고 한다.
끝으로 그는 더 많은 사람들에 지역을 알리겠다는 바람을 들려줬다.
"도시에서는 나만 천천히 걸으면 이상한 것처럼 느껴지는 데 여기를 오면 천천히 걸어도 될 것 같은 위안을 안겨줘요. 석양과 바다 풍경 등 자연 풍광이 일품이구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이 이곳에 머무르며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 스스로 행복한가 물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어요. 목포의 진가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는 활동을 지속해나갈 겁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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