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국악 선생님 ‘나랩’ 구독하세요"

예술기획(국악콘텐츠제작소 나랩)
2017년 뜻 모아 시작해 330여개 유튜브 업로드
‘달콤한 소금’·‘고고가야금’ 등 교육콘텐츠 인기
학교·EBS 등서 러브콜…"랜선으로 팬들과 소통"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3월 31일(수) 15:23

(2021년 4월호 제95호=글 박세라 기자)

국악계 ‘일타강사’가 있다면, 바로 이들이다. ‘소금 잡는 법’, ‘단소랑 친해지기’, ‘가야금 배우기’ 등 국악기를 처음 다루는 초보들이라도, 이들만 잘 따른다면 멋들어진 국악 곡 연주는 금방 할 수 있겠다.
국악콘텐츠제작소 ‘나랩’(NALAB)은 그 이름에서 알아챌 수 있듯 국악 관련 영상콘텐츠를 만드는 곳이다. 많은 예술단들이 창작·공연 활동에 뜻을 모아 창단한 것과는 달리, 나랩은 처음부터 영상 제작에 몰두해 왔다. 실험실이란 뜻의 ‘랩’(LAB)을 쓴 것도 바로 이 이유다. 공연예술계에서는 실험적인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공연단체를 꾸리면서 그 기반을 온라인으로 한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그 어떤 장르보다 현장성이 중시되는 게 공연예술이어서다. 지금에야 ‘코로나19’ 탓에 차선책으로나마 온라인 채널을 열어둔 예술단이 많지만, 2017년인 그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나랩’은 유튜브 채널로 먼저 자리를 잡고, 유명세를 타면서 현장에서 또한 팬들을 만나고 있다. 어찌 보면 시대를 앞서갔다 할 수 있다.
2017년부터 비공식적 활동을 이어온 ‘나랩’은 피리 전공의 김현무 대표, 해금 김단비, 가야금 박희재씨 등 3명으로 구성된 단체다. 이들이 애초 온라인으로 눈을 돌린 것은, ‘기록’의 필요성을 절감해서였다.
김 대표는 20여 년 공연 활동을 해왔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남은 게 없다는 허무함이 들었다. 물론 그 세월을 헛되이 보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인생의 기록으로서나 예술인으로서 활동을 내보일 만한 자료가 없었다는 뜻이다.
그때부터 ‘나랩’은 공연을 준비하는 연습 모습을 영상콘텐츠로 차근차근 기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 했을 땐, 당연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랩’은 이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개개인 단원이 유명인도 아니었고, 눈에 띄는 광고가 붙는 콘텐츠도 아니었기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저 천천히, 묵묵하게 해보자는 다짐을 다잡았을 뿐이다.
김단비 씨는 "처음엔 연주 영상을 하나 둘 올리다가, 각 분야에서 교육 활동을 하고있는 단원들의 특성을 살려서 교육용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국악 관악기나, 해금, 가야금 등 우리가 다루고 있는 악기들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친절한 해설을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나랩’이 일을 벌이고 보니, 국악계에서는 꼭 필요한 일이었다. 사실 서양악기를 다룬 교육용 자료는 차고 넘치는 와중에 국악을 따라 배울 수 있는 영상콘텐츠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는 소금이나 단소 등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악기들마저도 영상으로 만나는 길은 귀했다. 영상자료 역시 서양악기에 치중되고 있는 셈이었다.
김씨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하다 보니 우리의 콘텐츠가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됐다"며 "우리가 해왔던 방식대로 지치지 않고 한다면 국악의 판을 넓히는데도 기여할 수 있겠구나 싶어 확실한 동력이 생긴 건 분명하다"고 전했다.
‘고고가야금’, ‘달콤한 소금’, ‘단소의 소리를 찾아서’, ‘나홀로 태평소 연습법’ 등을 비롯해 국악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위한 ‘국악수업 레시피’ 등이 이들의 작품이다. 영상을 재생하면 친절한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연주하는 바른 자세부터 시작해서 취구의 위치, 입 모양, 호흡 방법,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꿀팁’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여기다 대중가요 ‘너의 의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청춘’ 등 각 주제별 곡들의 연주 모습을 담은 감상콘텐츠들이 인기 리스트다.
그는 "처음에는 만들어지는 대로 올려뒀는데, 기다리는 구독자들이 생기다 보니 꾸준하게 하는 게 중요하겠다 싶어,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에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으로 정했다"며 "어떤 보상을 기대하고 시작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욕심 없이 성실하게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한 자릿수를 기록하던 조회 수가 이제 인기콘텐츠의 경우 8만5000뷰를 넘겼다. 교육 현장에서 슬슬 입소문도 탔다. 지난해 ‘고고가야금’은 대전의 한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활용하겠다고 영상 협조 의뢰를 해왔고, EBS에서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해금·단소 교육콘텐츠를 만드는 데 김 대표에게 함께하자고 손을 내밀기도 했다.
사실 일주일에 두 개씩,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올리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교육의 주제를 정하고 촬영·편집·녹음까지 손수 ‘나랩’ 단원들이 도맡는다. 촬영이나 영상제작을 배운 적은 없지만 하다 보니 요령도 생기고, 센스 있는 편집법도 익혔다. 이들의 콘텐츠를 구독하면 알 수 있지만, 로고나 자막 등의 세련됨이 돋보인다.
김 단원은 "공연은 시간예술로서 소비되고 만다면, 영상의 경우는 온라인상에서 계속 남아 우리도 모르게 살아 숨 쉰다. 이것을 생각하면 어느 한 장면도 허투루 쓸 수 없게 된다"며 "우리의 이름을 단 영상콘텐츠들이 많아질수록, 즐거움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구독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진심을 다해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들의 콘텐츠는 누군가에겐 귀한 교육 자료가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겐 재미난 놀잇감이 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 탓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각자의 방에서 악기를 배울 수 있어 큰 사랑을 받았다. 취미로서 국악기를 터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나랩’은 이 같은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콘텐츠에 사용된 곡의 악보를 무료로 제작해 배포했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 고민하다가 결정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악보 제작하며 한 고생이 싹 다 잊혔다 한다.
그는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나마 ‘나랩’의 콘텐츠가 많은 이들의 시간에 함께 할 수 있어 보람찼다"며 "사람을 외롭게 하지 않는 힘, 함께 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문화예술의 힘임을 깨닫는 지난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새 길도 속속 나고 있다. 대면 공연으로 ‘나랩’을 보고파하는 팬들이 많아지면서, 현장 공연의 기회도 늘었다. ‘나랩’은 지난 3월4일 빛고을국악전수관 공연장에 올라 ‘봄’과 ‘꽃’을 주제로 한 전통음악부터 트로트까지 온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꾸며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나랩’은 올해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직접 호흡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더 넓혀 나갈 생각이다.
이와 함께 영상콘텐츠의 내실화에도 공을 들인다. 이미 구독자 수가 5000여 명에 달하는 만큼 이제는 더 알찬 내용들로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다. 3년의 시간 동안 채워진 330여개 영상들을 다듬고, 악보나 부수적인 자료들도 정형화해 선보일 계획이다.
김 단원은 마지막으로 "처음에 우리의 활동을 기록하고, 사라지지 않게 하자는 그 마음에서 시작했던 초심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며 "시공의 제약을 받지 않는 활동인 만큼 ‘나랩’의 색을 담은 영상콘텐츠들로 팬들과 오래 오래 소통하고 싶다. 나랩과 우리의 콘텐츠를 보는 이들도 모두 ‘윈윈’하는 게 우리의 꿈"이라고 덧붙였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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