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된 음악, 순간의 감성 실어 만든 곡 들려줘야죠"

[예술인플러스] 싱어송라이터 김상운
고1때 기타 독학 광주·제주 등서 포크음악 활발
지난해 첫 앨범 낸 늦깎이 신인 30년 무명 벗어
연주 이어 30대 후반 작사 시작 5년 전부터 작곡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07월 06일(수) 16:54
(2022년 6월 제109호=정채경 기자)우연히 그의 시선이 집에서 놀고 있는 기타에 머문다.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기타를 품에 안고서 기타 줄을 튕겨봤다. ‘디리링~.’ 기타 소리가 꽤 마음에 들었다. 손 끝에 닿는 짱짱한 기타 줄의 감촉도 나쁘지 않다.
고1, 김상운씨와 기타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가 처음 켜본 그 기타는 집안의 반대로 몰래 기타를 배우던 친구가 자취를 하던 상운씨 집에 숨겨둔 것이었다.
현재 싱어송라이터가 된 그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기타와 함께 그간의 시간을 견뎠다. 학창시절,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즈음 만난 기타와 40여 년 가까이 동고동락할 줄 알았을까.
고등학생이던 그가 기타를 치기 시작하면서, 때때로 음악이 필요할 때면 친구들이 그에게 연주를 부탁했다. 그게 여러 번 반복되니 ‘누구보다 기타를 잘 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기타를 잘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뒤 그는 포크음악이 태동한 사직공원 인근을 들락였고, 거기에 자리한 소리모아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배우며 음악에 대해 정립했다. 군대에 다녀와서는 ‘꼬두메’ 활동을 통해 음악인들과 교류했으며, 풍운의 꿈을 품고 기타를 들고간 서울, 이후 제주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제주MBC ‘별이 빛나는 밤에’에 고정 출연을 하면서부터다. 이때 그는 마이크를 앞에 두고 라이브로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가 전파를 타 많은 사람들의 귀에 가 닿는 게 좋았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7년간 소리모아와 꼬두메 등 광주 음악을 비롯한 포크음악을 알렸다.
광주로 돌아와서는 40대 후반에 끊긴 포크음악의 명맥을 체감했다. 그는 언더그라운드에서 더 많은 무대에 서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여성 보컬 정진화씨와 ‘여러날밴드’를 결성해 햇수로 6년째 활동하고 있고, 기타동아리 ‘도깨비 소리공방’의 방장을 맡아 3년간 음악나눔 및 합평회, 공연 등을 펼쳐왔다. 음악을 매개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것이다.
연주를 하고 있는 싱어송라이너 김상운씨

그는 자칭 ‘생계형 가수’다. 무명 생활이 길었다. 한때는 기타가 보기 싫었던 적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음악이 매일 똑같이 느껴지고, 기쁘지 않은 게, 가난한 게 음악을 해서인 것만 같았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노래를 불렀으니 ‘내 노래를 담은 앨범’ 한 장은 냈을 법도 한데, 지난해 첫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그동안 제 노래없이 무대에 서온 것이다. 누군가 앨범을 낼 때가 됐다는 말을 할 때마다 그는 ‘내가 무슨’, ‘감히 내가’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가 지금까지 앨범 발매를 하지 않은 것은 이미 알려진 노래를 불러야 관객 호응이 더 높기도 했고, 금전적인 문제와 함께 앨범을 낼 만한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고 스스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은 청중들을 위한 무대보다는 음악인들끼리 교류할 때 부르곤 했다.
어렵게 발매한 첫 앨범은 도깨비소리공방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 모임을 함께하는 이들이 앨범을 낼 비용을 십시일반 모아준 것이다. 그는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 앨범을 내게 됐다.
프로듀서는 그와 어렸을 적 함께 거리를 누비며 노래를 부르던 친구이자 Studio YK를 운영하고 있는 윤영준씨가 맡았다. 코로나 시국이어서 그를 통해 앨범 세션도 어렵지 않게 구했다. 윤씨가 함춘호 기타리스트와 막역한 사이여서 친구 찬스로 한국가요사 레전드 음악가가 그의 앨범을 위해 기타와 우쿨렐레를 직접 연주해줬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머리가 너무 무겁더라구요. 며칠 밤잠을 못 잤죠. 금전 문제 등으로 인해 혼자서 앨범을 낼 생각조차 못했는데, 저를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생겨 그 사람들을 위해서 앨범을 내야 되는 상황이 돼버렸으니까요. 그렇게 낸 앨범이 1집이죠. 첫 앨범인 ‘벚꽃날린다’는 제가 음악을 계속해도 된다는 것을 일깨워준, 제게 힘이 돼준 것이어서 의미가 깊죠. 그간의 설움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앨범에는 ‘벚꽃, 날린다’를 비롯해 ‘너의 노래는’, ‘자미탄’, ‘나의 봄은 너’, ‘사탕’ 등 다섯 곡이 수록됐다. 뒤로 갈수록
달콤하고 가벼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미 만들어놓은 수십여 곡 중 몇 곡만 선별한 게 이번 앨범 수록곡이에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나이에 맞는 곡을 내놓기도 하지만, 반대로 젊고 밝은 곡을 만들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힐링이 되는 곡을 중심으로 다양한 감성의 곡을 앨범에 담았죠."

특히 ‘자미탄’은 무등산에서부터 식영정과 환벽당 사이로 흐르던 옛 개울을 소재화해 평이 좋다는 설명이다.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벚꽃, 날린다’에서는 ‘지금 네가 잃어버린 것들이/지금 네가 후회하는 것들이/지금 네가 아파하는 것들이/거짓말처럼 가벼워진다면…벚꽃이 날린다 바람에 달린다/벚꽃이 날린다 바람에 달린다’고, 감미로운 분위기의 ‘사탕’에서는 ‘오늘도 힘든 하루였어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버스 안 풍경이 어제와 달리 다들 손에 사탕들 손에 손에 사탕들(생략)…’이라고 노래한다. 가사에서 엿볼 수 있듯 마음이 힘든 시간을 소재로 삼았다. 이 곡들은 사실 그가 음악을 포기하려던 때 탄생했다.
음악을 안 하면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하면서 펜을 쥔 것이다. 이후 음악과 자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임을 깨달은 뒤 썼던 글들을 악보로 옮겨오면서 그는 작사를 하게 됐고, 이것은 작곡으로 이어졌다.
"찰나에 제가 느낀 생각과 감성을 곡에 담습니다. 제 노래를 들은 사람들이 삶의 한 부분을 표현한 가수라는 것을 알았으면 하죠. 미처 느끼지 못했거나, 쉬이 지나친 부분, 변두리 삶의 한 귀퉁이를 이 사람은 더 깊게 느끼고 노래로 만들어 들려준 것이라는 점을요."
늦깎이 신인인 그는 ‘그 때가 언제든, 꽃을 피울 수 있구나’를 느끼는 요즘이다. 그가 낸 앨범을 계기로 여러 사람들이 마음가짐을 달리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노래를 포기했다가 다시 마이크를 든 이, 혼자서 작업에만 몰두하다 전시를 목표로 하게 됐다는 이 등 그의 노래가, 그의 앨범 발매가 누군가 ‘나도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결심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는 누군가의 가슴에 새로움이라는 씨앗을 심을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끼는 한편, 앞으로 책임감을 갖고 음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다. 그래서 그는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다. 대구와 광주가 통기타로 하나되는 ‘제7회 달빛통맹 대구콘서트’에서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구 예술인이 광주 무대에서, 광주 예술인이 대구 무대에 서는 가운데 그는 이달 4일 대구 가락스튜디오에서, 오는 7월3일 방천시장 김광석 야외공연장에서 통기타 선율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 7월 중 ‘광주프린지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시민들을 만나고 올해 말에는 연말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가수에게 개인 콘서트는 꿈의 무대인 만큼, 이 자리에서 그는 그를 보러온 관객들을 위해 앨범 수록곡 뿐만 아니라 이미 작사·작곡을 마친 미발표곡들을 들려줄 복안이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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