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나를 살게 하는 것’ 긴 호흡으로 널리 알려야죠"

[이사람] 명혜영 광주시민인문학 대표
커뮤니티 2012년 결성 후 2014년부터 協 운영 10년째
인문학 거점 전남대 앞 카페 노블서 풍성한 강좌 진행
"운동가·예술인 나혜석 롤 모델"…최근 연구집 출간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11월 04일(금) 14:57
(2022년 8월 제111호=김민빈 기자)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인문학 강좌가 시작할 때쯤이면 광주시민인문학의 소식이 궁금했다. 다채로운 콘셉트의 강좌를 꾸준히 진행해와서다. 주 6일, 거의 매일 강좌가 열리는 시간이면 전남대 정문 앞 카페 노블이라는 인문학 거점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들은 널리 알려진 소설을 함께 읽고 생각을 공유하기도 하며,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친다. 강좌가 열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강좌를 통해 사람들이 각자 가진 생각을 점차 발전시켜 나가는 게 참 좋아 보였다. 이같은 활동이 마음과 정신 곳간을 채우는데 기여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처럼 활발히 운영돼온 광주시민인문학의 중심에 문학박사 명혜영 대표가 있다.
지난 7월14일 카페 노블에서 명 대표를 만났다. 연구자이자 대표,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는 명 대표를 정식으로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늘 그 보다는 그가 벌여온 광주시민인문학의 활동에 주목해와서다.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단발머리와 동그란 안경테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책상 앞에 앉아 손에 펜을 쥐고서 어느 연구든 끝까지 해낼 것 같은 인상이다. 연구한 것을 꼼꼼히 한 자 한 자 눌러쓰고 사람들 앞에 설 때면 연구한 주제에 대해 막힘없이 술술 풀어낼 것 같은 그. 처음부터 문학박사였을 것 같은 명 대표는 사실 민원창구를 담당하는 공무원 생활을 15년이나 했다. 늦깎이 연구자인 셈이다.
그는 공직자로 사회의 일원이 된 뒤 가슴 속에 항상 가시지 않는, 원인 모를 답답함이 있었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 탓이었다.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불만은 있었지만 어떻게 논리적으로 풀어야할지, 어떤 방식으로 이불만을 표출해야할지 잘 몰랐다. 그게 공직 생활을 접고 그가 견문을 넓히기 위해 대학교 진학을 마음먹은 배경이다.
"제가 공무원이었을 때는 전라남도와 광주시가 나뉘기 전이죠. 공무원혁신위원회가 결성되는 시기여서 거기서 여직원만 유니폼을 입는 부서 분위기를 꼬집고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등을 건의했죠. 겪고 있는 부조리, 혹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의견을 내면서 멋지게 말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더라구요. 스스로의 역량 부족을 깨달은 거죠."
그래서 그는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서른 중반에 뛰어들어 이미 늦은 공부, 어렵기는 마찬가지니 외국에서의 공부를 택한 것이다. 문학에 매료돼 일본 분쿄(文敎)대학교를 다니면서 ‘처녀’와 ‘결혼’, 더 나아가 ‘여성’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교 2학년 문학개론 첫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저를 보자 ‘한국은 처녀가 아니면 결혼을 못한다면서요?’라고 질문하셨어요. 그 질문 자체가 충격이었죠. 그때부터 일본문학과 한국문학을 젠더 관점에서 비교하는 연구에 몰입했습니다. 한국문학을 일본에 알리고 싶기도 했죠."

연구에 매달린 끝에 그는 동대학원에서 석사까지 마쳤다. 여성, 페미니즘, 젠더라는 용어가 활발하게 사용되기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그는 자신이 주목한 ‘섹슈얼리티’라는 주제가 한국에서 길게 통용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국내로 돌아와서는 전남대 인문대학원에서 한일비교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면서 전남대와 전주대, 광주여대에서 강의교수로 학생들을 만났고 알고 있는 지식을 인문학 관점에서 풀어낸 강연으로 이목을 끌었다.
"여성의 삶이 궁금했고 시와 소설, 수필 등 문학을 통해 우리의 삶을 반추하게 됐죠. 연구에 매진할 때면 ‘그게 이거 였구나’하고 무릎을 치죠. 그럴 때마다 저를 옥죈 억압들, 가슴 속에 맺혔던 것이 ‘탁’ 하고 풀리면서 명쾌해진달까요. 제가 겪은 이 경험을 저와 같은 사람들이 알게 됐으면 하죠."
이 시기 그는 학교 밖 인문학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대학 안에서는 고사 직전인 인문학이 바깥에서는 인기몰이 중이라는 게 반갑게 느껴졌다. 그래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힘을 보태 광주에 인문학커뮤니티를 형성했다. 광주시민인문학협동조합의 모체인 생생공감 무등지성이 그것이다. 2012년 결성해 2015년 카페인문학과 유럽의 살롱문화를 접목, 법인 형태를 갖춘 현재의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아울러 인문학 거점인 카페 노블도 마련했다. 그렇게 평생학습사회구현을 목표로 조합원 30명의 결의로 시작, 10년 째 운영 중이다. 현재 운영이사 5명이 중점적으로 조합을 관리하고 있고, 23명의 인문학연구소 연구진이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인문학카페 노블에서는 여러 연구자들이 이끄는 강좌가 매일 열린다. 책이 가득 꽂힌 책장과 벽에 걸린 명화를 배경 삼아 마련된 테이블에서는 한 달을 1기로 92기 정기강좌가 이뤄진다. 기획 프로그램도 펼쳐진다. 현재 50세 이상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기획 강좌인 ‘50+Well alone, 관계의 인문학’ 운영이 한창이다.
명 대표는 ‘인문학이란 나를 살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간이 관여한 모든 사물, 사건에 사람이 있고 자신의 마음이 하는 일을 깨달을 때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형태의 조직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잘 운영될 수 있었던 비결로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연구진들과 인문학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협동조합 대표와 강사로 활동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개인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최근전남대학교출판부에서 ‘한일 여성문학자, 그녀들의 개인-되기’를 펴냈다. 1896년부터 2016년까지 근현대 한일 소설을 중심으로 여성문학 39작품을 다룬 이 연구집은 그가 시민인문학 강연을 진행하면서 영감을 받아 앞서 발표한 16개 논문이 바탕이 됐다. 연애와 성욕, 광기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는 연구집이지만 일상과 밀접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회운동가이자 예술가인 한국페미니스트 1세대 나혜석이 제 롤 모델이에요. 대부분의 연구 주제도 그녀의 삶에서 영감을 얻었죠. 앞으로 나혜석을 여러 관점에서 조명하는 연구 뿐만 아니라 소수자 문화에도 주목할 거예요. 아이디어가 고갈될 때까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광주시민인문학을 긴 호흡으로 이끌어 인문학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겁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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