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결 보여주는 학문…현재 알기 위한 과거로의 여행 계속해야죠

[이사람] ‘박선홍 학술상’ 첫 수상자 향토지리연구가 김경수
해직교사 출신 지리 매력에 빠져 연구 매진
공간·시간·인간 주목 연역·귀납 통한 이해
연구서적 열람 거점·향토 자료 디지털화 과제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03월 05일(일) 17:34
(2022 10월 113호=정채경 기자)그를 키운 것은 그가 두 다리를 디디고 선 이 땅이다. 매일 숨을 내쉬고 부대끼면서 자라온 생활 터전. 그는 어려서부터 이 공간의 지표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데 재미를 느꼈다. 일상을 이루는 공간과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 그 가운데 선 인간. 연구를 하면 할수록 이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지는 학문이 바로 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40여 년 간 지리와 역사를 토대로 향토문화 연구를 지속해온 향토지리연구가 김경수씨가 최근 광주문화재단이 주관한 ‘제1회 박선홍 광주학술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간의 연구 성과가 빛을 발한 것이다.
박선홍 광주학술상은 광주 향토사 연구가 고(故) 박선홍(1926~2017)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지역을 토대로 역사와 문화 등 연구에 매진한 공로가 있는 인물에 수여된다.
유족들이 박 선생의 뜻을 이어 지역학 연구 활성화를 위해 10년 간 학술상 상금으로 5000만원을 기부하면서 지난 6월 제정된 상이어서 의미가 깊다. 김경수씨는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지리를 토대로 향토 연구를 지속해온 점을 인정받았다.
이런 그를 지난달 담양에 자리한 향토지리연구소에서 만났다. 그는 박선홍 광주학술상을 수상하게 돼 영광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지금까지 해온 향토지리 연구가 우리의 뿌리를 찾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리’를 좋아했다는 그는 고등학생 때 학교 지리 선생님이 재미있게 잘 가르쳐줘서 나중에 지리 선생님이 돼야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그 생각을 현실로 옮겼다. 1985년 3월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리 교사를 시작했다. 그는 수업하는 게 재미있었다고 한다. 교단에 서서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을 볼 때면 더 신이 났다.
교재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수업자료를 만들어 수업을 하고 나면 보람을 느꼈다. 그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설립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그는 교단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래서 1994년 교단에 복직하기 전까지 전교조에서 상근자로 일하면서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았다. 지리를 참 좋아했는데, 아이들과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광주문화재단과 향토지리연구소의 지역문화자산 콘텐츠화 업무 협약 모습
그러다 그는 ‘월간 금호문화’에서 고 박선홍 선생의 연재물 ‘광주 옛과 오늘’을 접하게 된 것을 계기로 이때부터 지역 향토문화 연구에 본격 돌입한다. 그에게 헛헛한 마음이 들게 한 해직 기간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향토지리를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그는 그간의 연구를 다듬어 복직한 이듬해 ‘영산강 삼백오십리’를 출간했다. 복직해서도 틈틈이 연구를 이어나갔다. 이후 전남대 지리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2001년 ‘영산강 경관 변화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아주 먼 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서 연구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지금, 여기’에서부터 출발해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식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한 현상을 땅과 연관지어 생각하며 정체성을 찾는다.
"지리학은 터의 결을 아는 거죠. 삶의 결을 보여주는 학문이라는 이야깁니다. 전 오랜 시간 광주라는 공간(지리)을 x축, 시간(역사)은 y축에 두고 점을 찍는 방식으로 우리 삶의 결을 탐구해왔죠. 연역적, 귀납적 방식을 더해 종합적으로 봐야 지리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방식으로 그는 ‘광주동연혁지’(1991)를 비롯해 ‘광주 남구 마을지’(2002), ‘광주땅 이야기’(2005), ‘한국지명유래집 광주, 나주, 담양’(2010), ‘광주서창지리’(2016), ‘경양방죽과 태봉산지리’(2017), ‘금남로 지리지’(2018), ‘광주천 지리지’(2020) 등을 집필했다.
연구서 집필 외에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학술부장 및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광주시 지명위원 등을 두루 역임했다.
김경수씨가 ‘광주를 읽는 여섯개의 렌즈’ 강연에서 광주지리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그간 대중화되지 않았던 지리학이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리학이 각광 받는 시대잖아요. 온갖 미디어에서는 땅에 대해 알아보거나 풍수지리 등에 관련된 정보가 쏟아지죠. 유럽에서 흑사병을 겪고 난 뒤 혼란한 시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리학자들이 동원된 적이 있어요. 그것처럼 지리학이 주목받는 건 요즘 사회가 불안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역사와 장소를 잇는 학문이기에 실생활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죠."
흩어진 자원이 가치 있는 연구물이 될 수 있도록 정보 홍수 속 자료 분류의 정책 수립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기초자료가 충분히 축적돼야 하고, 체계적으로 정리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필요한 부분을 쉽게 쏙쏙 뽑아 연구에 적용할 수 있어서다.
그는 현재 작업실로 쓰고 있는 담양 향토지리연구소를 거점으로 삼아 그간 쓴 연구집은 물론이고, 연구를 위해 모은 서적 1만 여 권을 사람들이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와 함께 관련 자료를 디지털화해 지리 정보를 알고 싶은 사람들이 어려움 없이 볼 수 있도록 오픈소스도 구축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향토지리는 현재를 알기 위해 꼭 필요한 과거로의 여행이에요. 현장을 돌아보면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자원을 조사해 연구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한편, 사람들이 지리 정보를 손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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