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34호=여균수 기자)
탑이라는 게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한 것으로 대개 불교 사찰의 상징적인 숭배 대상이건만, 나주시 세지면 송제리 오층석탑(전남도 유형문화제 제78호)은 절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마을 한 가운데 홀로 서있다.다만 이 일대가 과거 절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현재 추정 절터에는 경작지와 마을, 도로가 조성돼 있어 쉽게 절의 역사를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송제리 오층석탑 주변 경작지 일대에서 다량의 사찰 유물이 발견돼 과거 이곳이 절터였음을 명확히 확인시켜 주고 있다. 경작지 일대에서 두께 1.3~1.5cm의 사격자문, 두께 1.4cm 종선문, 두께 1.3cm 사선문 와편, 두께 1.3~2.0cm 어골문 와편과 청자편 등을 발견한 것.
현재 절터는 가옥과 도로 등이 조성돼 지표면에서 확인하지 못했으나, 문화재 전문가들은 만약 절터를 발굴할 경우 매장유구의 잔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송제리 오층석탑은 원래 1층 탑신의 면석 1개와 5층 탑신 전체가 부서지거나 유실됐던 것을 나주시에서 1978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다.탑의 구조는 2중 기단부에 5층 탑신부로 이뤄졌다. 맨 아래 기단 하부는 시멘트 바닥에 묻혀 있다. 기단부 구성이 특이한 결구를 보이는데 전형적인 2중 기단의 수법이 아닌 매우 단조로운 4매 판석으로 하층 기단을 조립하고 그 위에 하대갑석을 얹었다.
이 갑석 역시 별다른 장식이 없는 1매 판석으로 했고, 윗면 중앙에 1단의 각형 괴임을 만들었다. 상층 기단은 하나의 돌로 4면에 모서리기둥을 새겼고, 그 위에 매우 두꺼운 1매 방형 판석, 즉 부연이나 탑신 괴임이 없는 상대갑석을 얹었다. 기단은 아무런 조각 장식이 없는 단조로운 모습이다. 탑신부는 홀쭉하고 높아 안정감이 없어 보인다. 몸돌과 지붕돌은 각각 한 돌로 쌓아 올렸다. 1층 몸돌은 지나치게 높고, 2층은 급격히 낮아졌다. 이같은 형식은 담양 읍내리 5층석탑(보물 제506호)과 진도 금골산 5층석탑(보물 제529호)에서도 보여진다.지붕돌은 밑면에 1층에서 4층까지는 3단, 5층은 2단의 받침을 뒀고, 윗면에는 급한 경사가 흐르며, 네 귀퉁이는 높이 치켜 올라갔다.
간결하면서 단정한 이 탑은 지붕돌받침이 4∼2단으로 일정하지 않고, 처마의 네 귀퉁이가 많이 올라간 점 등으로 보아 고려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고려시대 후대 석탑의 특징인 간결하고 단정한 아름다움이 송제리 오층석탑에서 잘 드러난다.마을 한 가운데에 위치한 송제리 오층석탑은 주민들에게 숭배의 대상이라기 보다 마을 특징을 살려주는 장식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취재 당시 석탑 주변 공간에는 마을사람들이 내놓은 모판이 가득 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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