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도시 순천에서 5일마다 만 가지 행복이 펼쳐진다. 메뉴 하나를 특정하기 어려울만큼 시장 곳곳에 맛집이 빼곡하다. 갯벌의 별미 칠게를 통째로 튀긴 찔룩게 튀김과 국밥을 시키면 서비스로 수육이 나오는 돼지국밥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아랫장의 하이라이트는 야시장이다. 매주 주말에는 먹을거리에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합쳐져 더욱 풍성해진다. 음식은 기본이고 음악과 문화체험까지 한 장소에서 느낄 수 있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아랫장의 마스코트 찔룩이와 짱뚱이가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아랫장 구경에 나서는 건 어떨까.

△시장서 관광명소로 탈바꿈
아랫장은 하늘의 순리를 따른 땅, 순천(順天) 풍덕동에 자리 잡았다. 본래 이름은 남부시장이었으나 2009년 조례 개정을 통해 이름을 바꿨다. 아랫장이 있으니 짐작하듯 웃장도 있다. 북부·남부시장에서 정겹고 푸근한 이미지의 지금 이름이 됐다.
2·7일장으로 운영되는 아랫장은 호남 최대의 전통시장으로 전국에서 열리는 5일장 중 가장 큰 규모다. 순천은 물론 구례·곡성·보성·화순·고흥·광양·여수 등 전남 동부지역과 경남 하동·진주 지역의 상인들과 주민들도 찾아와 ‘남부5일장’이라고도 부른다.
장날이 되면 아랫장의 하루는 남들보다 이르게 시작한다. 새벽 2시부터 도매상 트럭이 시장 앞 대로변에 줄지어 선다. 물건을 살피는 상인의 눈빛이 어둠속에도 날카롭다. 꼼꼼하게 따져 구매한 물건을 가게에 진열하면 시장의 빈곳이 비로소 메꿔진다.
아랫장은 특히 남해안에서 생산되는 싱싱한 수산물 및 순천만 간척지에서 생산되는 청결미가 유명하다. 각종 농산물과 공산품, 약초, 화초 등이 주로 거래 되며 곡물시장과 수산시장이 따로 있다.
맛 좋고 값 싸고 푸짐한 장터음식도 빼 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국밥을 시키면 서비스로 수육이 나오는 명품 돼지국밥과 주문하는 즉시 지져지는 각종 전에 두 눈이 번쩍 뜨인다. 한 그릇 가득 담은 짜장 한 그릇에 2500원, 짬뽕은 3500원이다. 주황빛이 감도는 탱글탱글한 새우와 얼큰한 국물이 손님의 발길을 잡는다.
아랫장이 단순한 시장을 넘어 관광명소로 발돋움하게 된 데는 순천시와 상인의 노력이 있었다. 상인대학을 개설해 친절·봉사 서비스 교육을 수료하고 상인 아카데미를 통해 선진시장을 견학하는 등 자발적으로 시장을 가꿨다. 시설을 정비하고 아랫장 내부에 문화를 심자 자연스레 입소문이 났다. 지난 2015년에는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됐고 야시장도 개설했다.
문화관광형시장이란 전통시장 중 역사, 문화, 특산품 등 시장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즐기고 관광하는 공간으로 개발된 시장이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전통시장의 지역 고유문화 및 주변관광자원과 연계, 특화하여 지역경제 활성화 및 서민경제 안정화 확보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시장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는 캐릭터도 개발됐다. 주인공은 ‘찔룩이’와 ‘짱뚱이’다. 순천의 자랑, 순천만에 서식하는 칠게와 짱뚱어를 형상화 한 것이다. 앞치마를 걸치고 윙크하는 빨간 칠게와 통통하게 살이 오른 짱뚱어가 앙증맞은 모습이다. 이들은 시장에서 실물로 볼 수 있다. 장날이나 행사가 있을 경우 인형탈로 분해 손님을 맞이한다.
방문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주차장도 마련해 뒀다. 시장 내·외부에 4군데이며 평일엔 주차비가 무료다. 다만 장날에는 2시간 초과 시 30분당 50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아랫장은 스마트폰으로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순천시아랫장’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전용 앱을 통해 아랫장 구역별 위치한 상점목록과 이달의 야시장 먹거리 품목을 미리 알 수 있다.

△아랫장의 하이라이트 ‘야시장’
매 주말 해가 지면 순천에 한바탕 축제가 열린다. 입구를 밝히는 화려한 조명에 이끌려 시장통에 들어서면 3만 3000㎡를 빼곡히 채운 사람에 한 번 놀라고, 고기 익는 고소한 내음에 코를 사로잡힌다. 지글지글 지져지는 빈대떡 소리와 타닥타닥 튀겨지는 찔룩게 튀김 소리의 2중창에 귀가 녹는다.
야시장은 아랫장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된 이후 2015년 12월 체류형 관광을 목적으로 개설됐다.
개장 2년차를 맞이한 아랫장 야시장은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해 지역민은 물론 전국적 명소가 됐다. 1일 평균 2000명 이상이 방문하고 지금까지 20만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아랫장 야시장 방문객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로 집계돼 젊은 층에게도 인기가 높다.
아랫장이 젊은 층에게까지 소구할 수 있는 원인은 다채로운 먹거리와 문화 예술의 절묘한 만남이다.
야시장에 들어서면 시장 중앙부를 중심으로 둘러싼 20여곳의 다양한 먹거리 포차의 향연이 펼쳐진다. 운영방식은 푸드코트와 유사하다. 중앙부에 놓인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후 주변 포차에서 원하는 메뉴를 사와 먹을 수 있다.
낙지호롱, 홍어 같은 전통음식도 있지만 키조개스테이크, 통닭다리스테이크, 크런치크림새우, 스카치에그, 소고기불초밥같은 참신한 메뉴들은 젊은 층의 입맛까지 사로잡는다. 가격도 2000~5000원 사이로 주머니가 가벼워도 두둑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하루 매출만 100만원이 훌쩍 넘는 포차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매달 입점하는 포차나 메뉴가 달라지는데 계절과 수요를 반영한다. 참신한 메뉴들이 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청년사업가, 대학생, 지역 소상공인 등의 참여 덕분이다. 유행을 적극 반영해 실험적인 메뉴를 개발하거나 독창적으로 조합한다. 젊은 층이 주축이 돼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지역 동호회와 문화예술인의 재능기부로 채워지는 공연과 체험프로그램도 야시장의 백미다.
초청가수악단은 시장중앙부에 설치된 무대에 올라 미니 음악회를 연다. 통기타부터 시립합창단까지 매주 공연내용이 달라져 다채롭고 풍성하게 채워진다.
한복 대여, 떡 메치기, 즉석사진 인화, 네일아트 같은 간단한 체험부스도 마련된다. 크리스털 방향제 만들기, 레몬청 담그기, 가죽 열쇠고리 공예, 도자기 만들기, 비누공예 등은 일일 공방 형태로 개설된다. 전문 강사 주도로 진행돼 일일체험임에도 높은 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야시장을 찾는 62% 이상이 외지 관광객으로 70% 이상이 순천에서 숙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랫장 야시장이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낙안읍성 등을 찾는 외지 관광객과 내일로(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자유여행패스제도) 관광객을 원도심으로 유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반영해 순천시는 순천여행 스탬프투어에 야시장을 포함하는 등 기존 순천 여행지와 새롭게 부상한 야시장을 연계할 방안을 재빠르게 내놓고 있다.
아랫장 야시장은 장날과 상관없이 매주 금·토요일에 열린다. 동절기인 12~2월은 오후5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된다. 하절기에는 한 시간씩 늦춰 오후 6시에 열고 밤 11시에 닫는다.

고귀한 기자·사진 최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