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문학관 없는 도시’ 불명예 벗는다

[포커스] ‘광주문학관’ 건립 순항할까
"문인들 결집공간 기대…亞와 오월 가치 구현"
광주문인협·작가회의·광주시 공동대응에 나서 건립 불씨 살려
1순위 후보지로 북구 시화문화마을 선정·행정절차도 통과 탄력
2020년 8월 건립·2022년 완공 예정…콘텐츠 놓고 다양한 논의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19년 09월 10일(화) 17:02
(2019년 9월호 제76호=글·고선주 기자) 광주는 예향으로 통칭된다. 하지만 예향은 특정 장르만을 설정하지는 않는다. 장르마다 편차는 있을 수 있으나 예향이라는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것은 다양한 장르의 우수성이 아닐까 싶다. 우선 앞선 8월호에서 국립현대미술관 광주분관을 언급하면서 광주가 ‘미향’이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남종화의 거목들이 큰 족적을 남긴데다 광주비엔날레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등이 개최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미술 외에 뛰어난 장르가 많지만 또 하나의 장르로 문학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항간에는 문학이 제3의 장르로 전락했다는 푸념도 들려오지만, 분명한 점은 한국 근현대문학사에 거대한 자취를 남긴 문인들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배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지역을 호출할 때 ‘문향’이라고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 지역에는 멀리 가지 않더라도 ‘시문학’을 창간했던 광산 출생 용아 박용철(1904∼1938)과 조선대 교수로 재직하며 많은 후학을 양성했던 다형 김현승(1913∼1975), 소설가 송기숙·문순태, 시인 문병란(1935∼2015)·송수권(1940∼2016)·이성부 (1942∼2012) 등 뛰어난 문장으로 한국현대문학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문인들이 즐비하다. 현재는 시인 김준태 고재종 곽재구, 소설가 이승우 등 많은 문인들이 광주를 연고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뛰어난 문인들이 다수 배출됐지만 아쉽게도 광주에는 그들의 삶과 정신을 아우를만한 공간이 부재했다. 광역도시를 망라해 전국에서 ‘문학관이 없는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었다. 8월 현재 문학관이 추진된다고는 하나 문학관의 부재는 계속되고 있다. 문학관이 없다보니 타지역에서 문학답사를 오는 방문객들에게 매우 난감한 상황이 연속됐다. 데리고 갈만한 곳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 지역에는 대표적 문학관 1곳 이상씩은 들어서 있는 데 비해 광주는 오랜 기간 문학관이 부재했다. 한동안 말만 무성했지, 실제로 문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문학관 문제는 풀리지 않은 채 세월만 흘러갔다.
전남과 전북 지역만 해도 전주의 최명희 문학관과 군산의 채만식문학관, 목포의 목포문학관, 보성의 태백산맥문학관, 강진의 시문학파기념관, 곡성의 조태일시문학기념관, 담양의 한국가사문학관, 고창의 미당시문학관, 부안의 석정문학관 등 대표적 문인의 문학관은 이미 오래전에 건립돼 해당 문인의 삶과 문학정신을 기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 광역시인 부산의 요산문학관 추리문학관 이주홍문학관, 인천의 한국근대문학관, 대구의 대구문학관과 한국수필문학관, 대전의 대전문학관 등도 일찌기 문을 열고 운영 중이다.
금봉미술관

늦게나마 광주문학관 문제가 풀리고 있는 듯해 그나마 희망적이다. 광주문학관 추진은 오랜 시간이 소요됐고, 추진 과정에 잡음도 터져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문학관 건립이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9년 8월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8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용아·다형 문학관 건립 타당성 조사 용역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는 서면상 드러난 것이다. 문학단체간 이견으로 확대하면 2006년부터다. 자그마치 13년째 문학관 건립을 위한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이때 매듭을 잘 풀었더라면 문학관 없는 도시의 불명예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벗어났을 것이다.
그로부터 3년여 후인 2013년 2월 빛고을문학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같은 해 3월에는 빛고을문학관 건립 예비 후보지 공모 선정에 이어 2015년 12월 전일빌딩 리모델링안 백지화 검토를 거쳤고, 빛고을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가 자동 해체되기에 이른다.
그러다가 2017년 11월에 2018∼2022년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됐으며, 용역과제 심의위원회 심사에 돌입했다. 2018년으로 넘어오면서 구체적 진행방향의 윤곽이 속속 드러났다. 그해 2월 용역업체 선정 및 3월 용역 착수, 6월 중간설명회 개최, 11월 2019∼2023년 중기지방재정계획 반영, 12월 문학관 건립 용역 최종보고회 및 공청회, 문학관 건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에 이르게 된다.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간 광주문학관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이 진행됐으며 문학관 최종 후보지 선정과 건축 및 프로그램 계획, 운영·관리방안, 사업비 및 경제적 검토 등 포괄적 내용을 담아냈다.
이처럼 가닥이 잡힌 것은 지난해 12월14일 광주문학관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최종설명회와 공청회가 열린 뒤 올 7월 첫번째 행정 절차인 행정안전부 관문인 지방재정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면서다. 건립에 탄력을 받게 됐다는 의미다.
타당성 조사를 통해 1순위 후보지로 북구 시화문화마을이 선정됐다. 북구시화문화마을은 2004년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를 주민들이 최초로 추진한 곳으로 금봉미술관과 커뮤니티센터, 청소년문화의집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인근에는 장미공원과 각화저수지 수변공원, 천지인 문화소통길 등 다양한 녹지공간도 자리잡고 있다.
광주시는 이곳의 용역결과를 토대로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문학관을 건립하기로 하고, 건립추진위원회 구성과 문체부 설립협의 및 실시설계 등 제반 행정 절차를 거쳐 2020년 8월 건립에 들어가 오는 2022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문학관 건립을 위해 광주문인협회와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손을 맞잡고 공동 대응에 나선 것도 문학관 부재 불명예를 벗자는 각오 때문이었다. 당시 전임 회장들인 광주문인협회 강만 회장과 광주전남작가회의 조진태 회장이 문학관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차례 모임을 가지면서 문학관 건립의 시동을 걸었다.
이 두 단체는 논란의 중심에 섰던 문학관 문제에 관한 입장을 2014년 12월 정리하는 등 복수의 만남을 갖고 문학관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을 펼쳤다. 이 두 단체는 복합문학관을 지향하는 ‘광주문학관’(가칭)에 대해 광주정신과 아시아적 가치를 지향하면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 걸맞는 광주문학의 위상을 널리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때 특정인이 주도했던 빛고을문학관은 2013년 파동이 터지면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학관 9개 신청 부지 중 빛고을문학관 후보지 1순위로 명성예식장, 2순위 히딩크호텔, 3순위 옛 현대극장을 각각 선정됐다. 그래서 문학관 문제가 순탄하게 풀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당시 빛고을문학관 건립추진위원장이 후보지로 선정된 부지의 소유자에게 발전기금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었고, 그 이후 빛고을문학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광주전남작가회의 집행부와 이용섭 시장과의 면담 모습

문학관은 이처럼 굴곡과 부침이 오랜 기간 지속됐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광주문인협회와 광주전남작가회의는 5년여 전부터 공동 대응에 나섰다. 두 단체는 빛고을문학관이 좌초된 이후 머리를 맞대고 이미 꺼져버린 건립 불씨를 다시 살려낸 것이다.
광주문단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근의 시내 일원에 건립되지 않고 너무 외진 공간이 문학관 건립 장소로 확정돼 아쉬움을 피력하면서도 콘텐츠 구성 등에 나름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콘텐츠 구성은 또 다른 뇌관으로 추후 작용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문학관 건립이라는 대의에는 이견이 없어 보이지만 양 문학단체간 콘텐츠 구성과 관련해서는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향후 문학관 건립 전후 활발하게 논의될 사안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광주 최대의 역사적 담론이자 문화적 담론의 밑바탕으로 자리한 5·18민중항쟁에 관한 서사를 어떻게 담보해낼 것인가는 최대 관심사다.
일부 문단 인사들은 ‘아시아적 가치’와 ‘5월 정신’이 문학관 콘텐츠를 이루는 핵심 담론이 돼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시한다.
이에 대해 나종영 시인(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 부이사장)은 "기존 일반 문학관의 답습보다는 광주만이 가지고 있는 5월을 담아내야 한다. 개인 추모보다는 아시아적 가치와 5월 정신 등을 수용해 세계문학을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문학관은 근현대를 조망하는 문학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근대문학 태동기인 1890년대부터 현대까지가 해당된다. 근대문학의 태동기(1890∼1929)에서 부터 광주문학 성장기(1930∼1950) 및 현대 광주문학기(1951∼현재)까지 문학과 문학사, 작가, 아카이브, 조명사업, 전시, 강좌·연계 및 학술·교류 그리고 체험 프로그램 등이 가동될 전망이다.
광주문학관이 포용할 문인의 범주는 광주출생이거나 출생지역과 상관없이 광주지역에서 활동한 문인으로 하고 있다. 광주출생은 당연히 포함되지만 다형 김현승 시인처럼 타지역 출신이지만 광주에서 활동했고, 여러 문인들을 육성하는 등 광주문학에 지대한 발전에 기여한 문인을 포용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광주 최대 문학 단체인 광주문인협회와 광주전남작가회의는 문학관 건립에 대한 의미를 저마다 부여하면서도 콘텐츠에서는 다소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직전 회장이었던 임원식 광주예총 회장은 "타지역에 비해 늦었지만 어느 문학관보다 광주시민 속의 문학관이자 호남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학관, 그리고 문인들의 결집공간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완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은 "장소가 너무 외진 곳이어서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상황에서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콘텐츠만큼은 5월 콘텐츠가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회사소개회사연혁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고충처리인광고문의기사제보
광남일보 등록번호 : 광주 가-00052 등록일 : 2011. 05. 02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광주 아-00193 등록일 : 2015. 02. 02 |회장 : 양진석|발행인 : 차재진|편집인 : 이승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무등로 254 (중흥동 695-5)제보 및 문의 : 062)370-7000(代) 팩스 : 062)370-7005 문의메일 : design@gwangnam.co.kr

본사이트에 게재된 모든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 의 사전 허가없이는 기사와 사진을 무단전재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