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서 즐기는 콘서트…포스트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포커스] 코로나19로 직격탄 맞은 지역 공연예술 향유 실태
감염병 진정 확산 거듭…시설 재개관과 폐쇄 반복
온라인 문화 생활 확장 ‘랜선 공연’의 뉴노멀화
비대면 콘텐츠 차별화 시급…수익 구조 모색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0년 08월 30일(일) 17:57
(2020년 9월호 제88호=정채경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지역 공연예술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문화 행사를 할 수 있는 실내 문화시설이 대부분 문을 닫은 것. 두달 반이라는 기간 동안 임시 휴관이 지속된 가운데 최근 감염 사태가 다소 완화되면서 문화시설들이 운영을 재개했으나,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하다.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관객들이 실내 문화공간의 방문을 꺼리는 모양새여서다.
코로나19 이전처럼 자유롭고 안전한 관람은 백신 개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때까지 오프라인에서는 방역 지침을 준수, 관람 인원 제한 등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사회 전반적으로 비대면 시장이 크게 성장, 지역 공연예술계 역시 온라인 콘텐츠를 앞다퉈 내놓으며 코로나 시대 공연예술 향유 및 콘텐츠 소비에 자구책을 모색하고 나섰다. 온라인 문화예술활동이 코로나19를 극복한 뒤에도 하나의 조류로 뿌리내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직격탄 맞은 지역 공연예술향유 실태에 대해 짚어본다.

얼어붙은 지역 공연예술계의 현주소
지난 5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꽁꽁 얼어붙은 공연예술계는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켰다. 문을 걸어 잠근 문화기반 시설들이 다시 운영에 돌입하면서 잇따라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된 공연 등이 일정을 조정해 무대에 올려졌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국립광주과학관, 광주시립미술관 등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기관들은 운영을 재개하거나 관람예약제로 제한적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7월 지역 내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방역 대응 체계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 문화예술기관들이 다시 잠정 휴관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질 때까지 계속 휴관을 이어갈 수 밖에 없어 향후 행사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 공연예술계의 근심이 나날이 심해졌다. 올해는 ‘연극의 해’여서 각별하지만 예술인들의 일상은 그대로 멈춰선 것이다. 그러다 8월 초부터 이같은 상황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월 한달 동안 공연 개막 편수는 광주 1편, 전남 0편이었으며, 4월 한달 간 공연 개막편수는 광주 0편, 전남 2편이었다.
5월은 광주 6편, 전남 1편, 6월은 광주 14편, 전남 2편 7월은 광주 6편, 전남 0편 공연이 진행됐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줄어들면서 이처럼 점차 공연 편수가 늘고 있다.
두달 반 동안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실외 활동에 제약을 받아온 사람들의 억눌린 문화예술향유 욕구는 그 어느때보다 강한 상태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시설 운영 및 공연 관람 등에 제약이 따르고 있다. 따라서 지역공연예술계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예술인들을 위해 창작준비금을 지원, 이 가운데 공연예술계에는 319억원을 투입해 창작·실연, 기획·행정, 무대기술, 공연장 방역 등 현장 인력 일자리 3500여 개를 지원한다. 연극·뮤지컬과 클래식 음악, 국악, 무용 등 공연 분야별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일자리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비대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들이 추진된다.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에 149억원을 배정, 예술인 2720명에게 지급하며, 공연예술 분야의 대본이나 미술도록 등 예술자료 수집과 디지털화에 33억원을 지원한다.
여기다 고사 위기에 처한 공연계의 회복을 위해 정부는 공연장 대관료 지원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확대, 소극장과 공연예술단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240억원을 투입해 1인당 8000원 상당의 공연관람료 할인권을 300만명에 제공할 계획이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오월창작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밴드 1516의 공연 모습

온라인 공연 콘텐츠의 뉴노멀…고품질 유·무료 공연 콘텐츠 쏟아져
코로나19로 일상이 변화하면서 공연에 대한 패러다임 역시 바뀌고 있다. 그동안 관객과 연주자가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공연을 하는 게 당연했지만, 빗장을 걸어 잠궜던 기간 동안 상황이 급변했다. ‘연주자 얼굴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생경한 문구가 가장 확실한 홍보 수단이 된 것.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공연 등 온라인 문화생활이 연장되면서 온라인 콘텐츠의 소비는 일시적 방편을 넘어 시대의 변화를 따라 새로 부상한 표준을 의미하는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잡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안에 머물던 온라인 공연이 대세로 자리 잡는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고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각종 영상은 소비하기에 훌륭한 콘텐츠다. 상당수 콘텐츠들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 여럿이 모여 즐기던 문화가 각각 향유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온라인 공연은 객석 관람과는 다른 시각으로 공연을 볼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와 거리로 지휘자와 단원을 비추면서 공연장 첫 줄에서도 잘 보이지 않던 섬세한 지휘 동작이나 현악기 주자들의 운지법까지 놓치지 않고 관람이 가능해 ‘방구석 1열’ 공연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짧은 기간 동안 고품질의 무료 온라인 공연이 쏟아졌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단과 오스트리아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이 공연 영상을 무료로 공개해 큰 호응을 거뒀다. 또 첨단기술을 동원한 원스톱 비대면 공연도 마련됐다.
유료 공연으로는 유명연예기획사들이 내놓는 공연 콘텐츠를 들 수 있다.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인 SM과 JYP가 공동으로 세계 온라인 콘서트 전문 회사인 비욘드 라비르 코퍼레이션을 설립, 8월 초 첫 비대면 공연 콘텐츠를 열었다. 증강현실 기술을 토대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다중 화상 연결 시스템을 이용해 전세계 관객들과 동시에 화상채팅을 나눴다.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비엔엑스는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공연의 진행과 영상 송출 뿐만 아니라 플랫폼 내에 결제시템을 구축, 상품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 시 무대를 감상할 때 블루투스 모드로 영상의 오디오 신호에 따라 응원봉의 색이 변화하도록 해 서로 다른 곳에 있는 팬들이 함께 응원하는 기분이 들도록 하기도 했다.
온라인 관람이 확대되자 국내외 유명 단체와 경쟁해야 하는 지역공연계는 비상이 걸린 셈이나 다름 없다.
국악상설공연 온라인 진행 모습

변화하는 지역공연계 ‘위기를 기회로’
지역에서는 코로나19 여파 이전부터 광주문화재단이 선보여온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이 비대면 공연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의 공연을 스크린에 옮겨 국내외 유수의 무대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유·스퀘어 문화관은 금호아트홀에서 치러진 공연 실황을 유튜브 ‘유스퀘어 더 클래식’을 통해 공개하고 있으며, 광주문화예술회관은 코로나19 극복 예술 프로젝트로 시립예술단체의 공연을 실황과 지난 주요 공연 무대, 광주국악상설공연 등을 공식 유튜브 채널 ‘각(GAG) 나오는 TV’에서 선보이고 있다. 오월창작가요제는 매년 5월 옛 전남도청 앞에서 상설음악회를 열어왔지만 올해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했다. 이처럼 공연 실황을 온라인 상에서 공개하는 일이 당연해졌다.
여기다 비대면 형식의 독특한 공연이 열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역 연주자들과 댄스팀 등 청년 예술인 11명으로 구성된 찾아가는 베란다 콘서트팀이 독특한 형태의 찾아가는 공연을 선사해서다. 이들은 아파트 단지에서 콘서트를 진행해 사람들이 각자 집안 베란다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주차장에서 공연을 열어 차안에서 연주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동네와 학교를 찾아가 공연을 선보이려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예정돼있던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 연기 되면서 이같은 무대를 선보이게 된 것이다. 관객과 가까이 있을 때 감동이 배가되는 공연예술의 특성과 물리적으로 떨어진 거리를 음악으로 메운다는 콘셉트가 통한 셈이다.
지역공연예술계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기획공연은 조금씩 정상화 궤도에 오를 것 같다. 다만, 완전히 정상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어서 당분간 랜선 공연을 병행해야 할듯 싶다"며 "현재 지역 공연예술계의 결과물은 쏟아지고 있는 무·유료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걸음마 단계여서 관련 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공연에 대한 기술적 지원을 검토하는 것은 물론, 수익구조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역 특색을 반영한 비대면 콘텐츠를 개발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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