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던 곳에서 머무르는 공간으로…문화 체험형 관광지로 발돋움 기대

[포커스] 광주 양림동 공예거리의 현주소
양림동 펭귄마을 한옥 정취 더해진 공예특화거리 재탄생
섬유·목공·도자 등 11개 공예공방 입주 즐길거리‘풍성’
亞전당-사직음악포크거리-푸른길공원 관광벨트 계획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0년 10월 08일(목) 15:32
(2020년 10월호 제89호=정채경 기자)양림역사문화마을로 지정된 광주 남구 양림동은 근대의 기운이 서려있는 곳이다. 선교사들이 이곳에 정착해 교회와 병원, 학교를 짓고 복음을 전파, 이같은 역사가 고스란히 독특한 문화로 남았다. 이장우 가옥과 최승효 가옥, 우일선 선교사 사택, 오웬기념각 등 근현대 건축물이 가득하고, 시인 김현승과 중국 3대 음악가 정율성 등 문화예술인을 배출한 곳으로 광주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이다. 카페와 맛집이 즐비, 도보로 다니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다. 현재 다양한 투어 코스가 개발돼 있다.
양림동 투어 코스 중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펭귄 마을’을 빼놓을 수 없다. 몇년 사이 광주 또는 광주 양림동을 찾는 여행객들이면 꼭 둘러봐야 할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일상 생활에서 나온 잡동사니로 동네를 꾸민 정크아트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해 더 의미가 깊다.
이같은 펭귄 마을이 최근 공예특화거리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지난 6월5일 개장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양림오거리에 위치한 양림동 주민커뮤니티센터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펭귄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동네 노인의 뒤뚱뒤뚱한 걸음걸이에서 비롯됐다는 펭귄 마을의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펭귄 벽화와 조형물이 방문객들을 맞아준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마다 손수 적은 글씨가 새겨진 팻말들이 붙어 있고, 지금은 보기 힘든 뻐꾸기 시계와 각종 자명종들, 언제 그려졌는지 알 수 없는 그림이 들어있는 오래된 액자들, 안 쓰는 접시와 사발, 오래된 자전거 등이 어우러져 있다. 효용성을 잃은 물건들이 레트로(retro·복고) 감성을 연출, 마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을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펭귄주막에서는 주민 몇몇이 모여 막걸리를 들이키며 담소를 나누고, 날이 좋을 때는 밖에 테이블을 놓고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애용되는 것이다. 예전 DJ다방을 연상시키는 곳에서는 옛 노래가 흘러나오고, 추억의 속 간식거리를 구입할 수 있는 상점, 주민들이 정성스레 가꾸고 있는 펭귄 텃밭도 놓치면 안될 곳이다.
여기에 한옥의 정취를 살린 공예거리가 생겨나면서 기존 펭귄 마을의 분위기에 고풍스러움이 더해졌다. 동네 전체가 예술품이 돼 곳곳이 포토존이 됐다.
원래 펭귄 마을이 있던 자리는 핫플레이스(hot place 인기장소)로 가득한 양림동에 자리하지만 길가 안쪽 외진 곳에 자리해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곳이었다. 워낙 오래된 집들이 많고 시간이 갈수록 빈집이 늘어서다. 과거 화재로 타버린 주거지가 방치된 한편, 마을 곳곳에 쓰레기가 쌓이기도 했다.
지난 2013년 마을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빈터를 텃밭으로 가꾸기 시작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안쓰는 물건들과 각종 폐품 등을 모아 빈터를 채우기에 이른다.
이렇게 탄생한 펭귄 마을에 양림동 일대 관광자원을 연계하기 위해 ‘양림동 공예특화거리조성사업’이 진행됐다.
광주시와 남구가 시행하고, 광주디자인센터가 주관한 사업은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조성됐다. 남구 양림동 48회 56필지 면적 4071㎡(건축면적 1077㎡)에 총 45억원대(국비 14억원·시비 25.7억·구비 4.5억)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문화집회시설(체험장·전시장)과 근린생활시설(소매점) 용도로 지난 2017년 착수해 공사는 2019년 9월에 시작해 올해 6월 완공됐다. 목구조와 조적조·슬라브, 조적조·기와 구조로 구성됐다.

앞서 지난 2015년 공예산업육성 중장기 전략을 수립한 뒤 이듬해부터 부지 및 건물을 매입, 조성기본계획 수립과 부지 측량을 진행했다. 사업 기간 중 광주시와 남구, 광주디자인진흥원 등 행정기관과 건축사, 지역주민들이 함께 의견을 교류하는 기본 조사와 설계(2017~2019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다. 공론화 단계에서 주민공청회 3회와 관계기관 협의회를 갖는 것은 물론, 건축과 공예 분야 자문위원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주민과 도시재생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 낡은 가옥 24채를 리모델링했다.
특히 펭귄 마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골목 사이사이를 그대로 유지, 숨은 공방을 찾아다니는 재미를 살렸다. 또 오픈 스튜디오와 체험 공간 등이 다목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외부 마당을 만들어 행사가 열릴 때는 마당 진입로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튜디오에는 12개 공방이 입주, 목공예와 도자기, 주얼리 공방 등 다양한 공예 분야 작업실 겸 작품 판매장, 체험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섬유와 목공, 도자, 금속 등을 소재로 한 공예품을 작가들과 함께 직접 만들거나 구매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골목을 오가는 길에 기존 마을 우물터를 그대로 살려 두레박과 작두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고, MBC오픈스튜디오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은 양림오거리 시작점에 자리하고 있다 보니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길을 따라 동네를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볼거리 중심의 관광지에 공예체험이 가능한 다양한 콘텐츠를 구축해 머무르는 관광 콘텐츠로 변신한 것이다. 특히 ‘양림책장(場)’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날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곳에 머무르게 된다. 공예거리가 형성되기 전에는 펭귄 마을을 둘러보는 데 한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면, 공예거리 조성 이후에는 각종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해 체류 시간이 늘었다.
잠깐 구경하고 이동하던 펭귄 마을에 공예특화거리가 조성되면서 공예 작가를 직접 만나 체험하며 머무르다 갈 수 있게 된 셈이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양림동 공예특화거리조성사업은 지난 7월 광주시와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2020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공공·문화건축물 부문 대한건축학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는 향후 공예거리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사직음악포크거리, 양림근대역사마을, 푸른길공원(생태)을 연계한 관광벨트의 내실화를 기하고, 스토리텔링을 이용한 공예특화거리로 특성화된 관광자원을 개발한다는 복안이다.
자생적으로 생성된 펭귄 마을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도시재생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대표 문화 체험형 관광지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다채로운 콘셉트의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인근 공영주차장에 빈 자리가 없어 수많은 방문객들을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시급하게 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코로나19 여파로 각종 행사들이 열리지 않고 있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시시각각 사회적 거리두기가 단계별로 이뤄지는 가운데, 체험꾸러미 전달 및 온라인 공방 탐방 등 이같은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해 보였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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