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경제 주춧돌 삼아…"시민 행복의 길 내다"

[커버스토리]김삼호 광산구청장
‘행복정책관’ 신설·1500명 면담 통한 정책연구·개발 ‘주목’
코로나19 위기 돌파…지역·계층 분야 별 맞춤형 정책 펼쳐
내년 시민면역력 증진·‘광산 경제 백신’ 프로젝트 강화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0년 12월 01일(화) 14:54
(2020년 12월호 제91호=글 임정호·박세라 기자 사진 최기남 기자)
언젠가 길을 지나다, 광산구청사 벽면을 본 일이 있다면, 살짝 미소를 지었을지도 모른다. 지난봄에는 노오란 개나리꽃이 구민들을 만났고, "잘 지내?", "밥 먹었어?", "보고싶어"란 일상의 안부들이 차례로 청사 외벽을 장식했다. 구의 사업이나 성과를 소개하는 텍스트가 아니라, 구민에게 행복을 전하는 메시지가 대형 현수막으로 내걸린 것이다. 우뚝 우뚝 솟은 빌딩 숲 사이로, 따뜻한 위로가 피어올랐다.
광산구의 이 같은 사소한 움직임은 김삼호 광산구청장이 내고자 하는 ‘행복의 길’과 맞닿아 있다. 그에게 가장 큰 이슈는 바로 ‘행복’이다. 42만 구민이 사는 광산에는 42만 가지 표정의 행복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김 청장은 삶 속의 행복을 ‘구체화’ 시키는 것이야말로, 지방자치의 본업이자 역할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지난 11월23일 김 청장을 만나, 그가 그리는 ‘행복한 광산’의 면면을 들어보았다.

사실 ‘행복’을 구체화한다는 일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여러분! 행복하세요"하고 듣기 좋은 인사말을 건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 먼저 어떤 것이 삶의 행복인지, 또 어떻게 행복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오랜 고민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김 청장은 이를 위해 두 가지의 획기적인 시도를 했다. 우선 구민 행복을 전담하게 될 ‘행복정책관’을 전국 최초로 신설한 일과 100개의 행복지표를 개발, 구민의 ‘행복도’를 점검한 일이 그것이다.
"올해 성·연령·지역별 시민 1500명의 표본을 추출해 ‘시민행복도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에서 시민들은 주관적 행복감이 높고, 광산구에서의 생활을 낙관적이라고 내다봤어요. 구는 시민행복도 조사의 범위를 점차적으로 확대, 수치화된 행복 데이터를 꾸준히 확보해 나갈 예정입니다."
민선 7기 지자체 중 41%가 행복을 주요 키워드로 삼고 있지만, 행복을 전면에 내세운 ‘과’ 를 신설, 가동한 것은 그 자체로 주목을 끌었다. 김 청장은 "내년이면 지방자치 시대 30년을 맞는 때,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관점의 행복 증진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복정책을 연구?개발하는 것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고 평했다.
광산구는 1500명 시민과의 면담을 통해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시민 삶의 현장에서 진짜로 필요한 정책들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듣는 귀한 시간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님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청사 외벽에 행복메시지 시리즈를 내건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팍팍한 일상 속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마음을 덥혀주는 하나의 메시지로도 구민들의 삶을 응원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죠. 그것이 바로 행복 선순환 고리의 시작이라고 믿었고요."
이처럼 김 청장에게 행복은 삶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지난 여름, 심각한 수해를 입었던 풍영정천과 황룡강변의 산책 코스 등을 발 빠르게 재정비한 것도 바로 이 이유다. 심각한 비 피해로 아름답던 산책길이 ‘흙 밭’이 되자, 김 청장은 살수차와 포크레인을 동원해 깨끗하게 정돈했다. 코로나19속 구민들의 유일한 낙이던 산책로를 방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실제 재빠른 조처는 구민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크고 중대한 사업들을 시행하는 것만큼이나, 구민들의 일상 삶을 돌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보여주는 선례가 됐다.

그는 행복을 위한 충족 요건으로 ‘안전’과 ‘경제’를 꼽았다. 임기를 열며 대대적으로 진행한 ‘안전광산프로젝트’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한 ‘광산구기업주치의센터’ 운영은 시민 행복을 단단한 주춧돌 위에 올리려는 김 청장의 노력이었다.
특히 코로나19 시국 탓에 김 청장은 어느 해보다 구민 ‘안전’ 확보를 위해 힘을 쏟았다. 그는 광주공항과 광주송정역 등 광주의 ‘관문’ 역할을 하는 광산구가 감염병에 무너지면, 광주 전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 진단했다. 신속한 역학조사·고위험군의 엄격한 자가격리·전략적 홍보와 시민참여 방역 등 세 가지 원칙을 세우고, 지역 최초로 ‘감염병예방팀’을 꾸렸다.
위기 상황 속에서 구민들은 하나로 뭉쳐 힘을 보탰다. 골목상권 상인회와 21개 동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방역단을 조직해 소독에 나섰고, 개인방역수칙을 지키며 생활 속 방역에도 적극 동참해줬다. 면 마스크를 제작해 이웃과 나누는 운동을 주도한 것도 광산구 시민들이었다.
"광주 전체 면적의 46%, 인구의 30%가 사는 광산구에 11월 중순 기준 확진자 발생률 최저라는 성과는 기적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이 안 됩니다. 물론 이 기적의 주인공은 시민들이죠. 안전 정책을 펼치는 구를 신뢰해줬고, 또 빛나는 시민의식을 발휘해 자신을, 가족을, 더 나아가 지역을 지켜낸 것이지요.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지역의 안전을 지켜 나가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겠습니다."


감염병 위기 속에서 특별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첨단 소재의 한 중소기업 ‘이솔테크’가 자동화 선별진료소를 개발, K-방역의 우수 모델로 각광을 받게 된 것. 광산구는 개발초부터 현장 경험이 두터운 보건 부문 전문가들을 투입, 효율적 제품 개발에 도움을 줬고, 광산·북구 소재의 11개 기관 및 연구소가 흔쾌히 머리를 맞대줬다. 방호복 없이도 사계절 안전하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할 수 있는 자동화선별진료소의 탄생에는 이런 훈훈한 사연이 있었던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제품 사용을 권장하고, 최근 국방부에서도 구매 제안이 오고 있어요. 전국 지자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표하고 있죠. 위기를 극복하며 안전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귀하고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봅니다."
김 청장은 문화예술 분야에도 깊은 애정을 보인다. 광산문화예술회관을 거점으로 한 ‘문화가 있는 날’, ‘광산하우스콘서트’, ‘화요문화산책’ 등의 시리즈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지 오래다. 그는 "문화예술이야말로, 가장 작은 ‘투자’로서 가장 큰 ‘가치’를 선물 받을 수 있는 고마운 분야"라고 밝힌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권태로움과 우울을 떨쳐버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문화예술 향유라고 본다.
이는 고려대 재학 시절, 동아리연합회장을 맡았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고려대에는 당시 156개의 동아리가 있었는데, 김 청장은 연합회장으로서 동아리 대표들을 만나며 깊게 교류했다. 비록 그는 학술 부문의 동아리 소속이었지만, 맨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농악대였다. 그저 농악대의 풍악이 듣기에 참 좋았는데, 막상 소고를 들고부터는 ‘내 길이 아니구나’ 싶어 빠르게 포기했다고. 허나 소질만 없었다 뿐이지, 그 후에도 판소리·연극·합창·관현악 등 예술하는 친구들과 깊이 알고 지냈다. 그때 김 청장은 ‘무대’에 대한 예술인들의 무한한 애정과 목마름을 가까이서 목격했다.
"마당을 열어주는 것, 예술인들이 마음껏 끼를 펼치도록 장을 깔아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게나마 또 야외에서나마 문화예술에 숨통을 틔어주어야 했죠. 환난과 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문화예술은 계속돼야 하니까요."
공연·전시가 취소된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공연장1열’과 ‘SNS 희망 릴레이 캠페인’, 광산아트마켓 ‘다시 봄’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용기를 줬다. 쌍암공원에서 비대면으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별밤미술관’, 침체된 골목으로 찾아간 테마가 있는 버스킹 공연 ‘행복유랑단’은 코로나19 우울증을 호소하던 시민들을 위로하고,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문화예술이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했다는 지역사회의 찬사를 받았다.
밝아오는 해, 2021년 광산구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안전’, ‘경제’ 그리고 ‘행복’이다.
"올해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지역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지역사회의 역량과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런 믿음으로 내년 광산구는, 8대 방향 10대 핵심시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에요. 민선7기 첫해에 성과를 낸 안전광산프로젝트에 이어 ‘시민면역력 증진 프로젝트’로 안전을 더 굳건히 할 복안입니다. 나아가 ‘광산경제백신 프로젝트’로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역·계층·분야 별 맞춤형 정책으로 시민 행복 시대를 열겠습니다."
그 중 ‘시민면역력증진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프로젝트는 질병예방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면역력’을 끌어올려 시민행복의 토대를 굳건히 다지는데 초점을 둔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광산구는 ‘시민면역력’을 정의부터 명확히 했다. ‘모든 시민이 새로운 감염병 등에 신체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힘’, ‘개인적·사회적 스트레스와 불안감 등에 정신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힘’, ‘미래의 불확실에 대비해 사회적으로 잘 적응할 수 있는 힘’이 그것이다.


먼저 구는 내년 상반기부터 ‘시민면역클리닉’을 운영하기로 했다.
"시민이 현재 몸 상태를 인지하고 더 건강한 상태로 나아가는 것을 도와 질병을 예방하는 거점이 될 것입니다. 시민 개개인의 건강상태와 면역력을 측정·상담·진단한 다음, 맞춤형 처방을 실시해 궁극적으로는 시민사회 전체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게 목표이지요. 시민면역클리닉 업무는 내년 상반기부터 보건소에서 시작해, 수완·우산건강생활지원센터에서 21개 동 행정복지센터까지 단계별로 확장할 예정입니다."
요즘 김 청장은 시간이 날 때 마다 걷는다. 매일 1만보씩을 걷기로 하고 실천했는데, 인터뷰하는 당일 ‘50만보 미션 달성’ 쿠폰이 도착했다며 보여준다. 코로나19로 공식 저녁모임들이 취소되고, 여유시간이 생기자 그는 걷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유튜브 채널로 어려 분야의 전문가 특강도 듣고, 음악도 감상한다. 아무런 방해없이 깊이 사색하는 것도 걷는 시간을 활용한다. 그 걸음 걸음에서 ‘걷기 광산 프로젝트’가 구상됐다.
"아름다운 풍영정천을 걷기 명소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일상시대에 맞춤한 ‘걷기 광산 프로젝트’를 꾸며 나갈 거예요. 풍영정천 천변길을 비롯해 광산구의 강변길, 공원 등을 시민들이 안전하게 걷기 좋은 환경으로 새 단장하려고 합니다. 온라인 걷기 동아리 운영, 100인 걷기지도자 양성, 걷기 실천의 날 지정, 행복 걷기 페스티벌과 같은 행사 등 다양하게 구상해 보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김 청장의 꿈을 물었더니, 1998년 고향 곡성에서 ‘농민운동’으로 시작했던 초심의 바람을 들려준다. 바로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의 한걸음으로 함께’라는 문구다.
"학생운동 시절 몸담았던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구호였죠. 공직에 발을 디딘 후, 다양한 경력을 쌓으면서도 변함없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꿈과 바람의 요체입니다. 열 사람의 공감과 함께 나아감이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진보의 모습이에요. 시민의 안전, 경제, 행복도 마찬가지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믿어요. 열 사람이 공감할 때까지, 열 사람이 함께 한 걸음을 내디딜 때까지 맡은 바 소임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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