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처 같은 곳’…낮은 자세로 소통 고민

[신문화탐색] 양초롱 담양 해동문화예술촌 관장

미술사연구 전공…작가의 작품 구현에 재미
주민들과 공동체적 삶 측면에서 관계성 구축
"예술인과 관람객 사이 매개자로 역할 크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1월 28일(목) 17:35

(2021년 2월호 제93호=글 고선주 기자)

방치된 옛 주조장이 ‘예술공간’으로 구축되는데는 그의 기획력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전남 담양군 담양읍 지침리에 자리하고 있는 옛 해동주조장 일대를 2019년 6월 복합문화공간 ‘해동문화예술촌’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산파역할을 했다. 한때 지역경제에 큰 역할을 자임했으나 퇴락하면서는 역설적으로 공동화의 주범 취급을 받았다. 도심 재생과 문화거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광주를 연고로 활동해 왔지만 본인의 예술철학이나 아이디어를 십분 발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에서 담양의 문화공간 구축을 선택했다고 한다.
2019년 3월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뒤 줄곧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미술이론가이자 기획자인 양초롱씨(41)의 이야기다. 올해부터 감독이라는 명칭 대신 관장으로 변경됐다고 한다. 양 관장은 조선대학교 및 동대학원을 거쳐 프랑스 그르노블 2대학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을 만큼 연구자로서의 삶에도 최선을 다하며, 전남대학교 미술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해왔다. 이처럼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양 관장을 만나기 위해 눈길을 해치며 담양읍을 찾았다. 지난 1월12일 오전 해동문화예술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기획에 관한 다채로운 생각에서부터 기획자로서의 목표, 예술촌의 의미 및 앞으로 계획 등을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양 관장은 담양에 오게 된 연유와 기획 입문 계기부터 언급했다.
하고 싶은대로 치고 나갈 수 있을까를 내다봤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면서 하고 싶은 방향을 이끌 수 있을까 깊이있게 생각을 거듭한 끝에 담양행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 보수적이라면 보수적인 문화계에서 나이어린 자신이 생각을 관철할 수 있는 실험의 터전이 필요하다는 믿음에서 광주를 떠나 도전을 해보자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담양 가사문화권으로, 옛 문인들이 모든 것을 접어두고 낙향해 후학을 양성하는 등 자기중심적 세계를 구축했다는데서 영감을 받아 선택한 길이었다. 거리보다는 자신의 아이템을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인가를 먼저 따져봤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적정한 곳이 담양 해동문화예술촌이었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미술이론과 미술역사를 전공했는데, 한 마디로 미술역사를 연구했다고 보면 돼요. 미술사연구 기본이 ‘작가연구’죠. 그런데 작가의 작품을 구현하는 일에 재미를 느끼면서 기획을 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기획을 하지 않았습니다. 기획을 해야 하는 여건이 만들어진 겁니다."
그는 미술사연구를 기본 베이스로 전제하고 있으면서도 관계성에 대한 규명에 힘을 썼던 것으로 읽혀졌다. 자신이 동시대인으로서 예술인과의 관계성 정립의 한 축으로의 역할을 상정했다. 예술인들의 긍정 에너지를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 말이다. 그는 예술인들 주변의 관계성을 설명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저는 미술과 관련해 죽은 자를 연구하기도 하지만 예술가들의 저변에서 좀 더 가까이 지낼 수 밖에 없지 않겠어요. 미술을 오랫동안 연구하다 보면 미술인이나 예술인, 기획자, 컬렉터(수집가) 등 예술가 주변 친구들이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예술인들에 에너지가 되는 것은 분명해요. 저는 그런 인물 중 한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그에게 해동은 어떤 의미일까를 물었다. 우선 해동은 그가 처음 맡은 일이었다. 자신은 한 명의 사람이자 특정 기간에 많은 것을 담아내야 했는데 아직까지 개인적인 일정이 많은 듯하다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런 개인적 일정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맞아 떨어져 당시 해동문화예술촌의 감독직을 맡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3일만 상근하면 된다. 그럼에도 아예 공무원처럼 일주일 내내 매달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낸다. 그만큼 집중해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요즘 동절기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올때나 한참 관련 사업을 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 동절기여서 다소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다. 한때 그는 인터뷰에 응하지 못할 정도로 분주했다. 이번 인터뷰 요청은 이미 수개월전에 했으나, 그가 짬을 내지 못해 이뤄지지 않다가 이번에 성사된 자리였다. 그만큼 해동문화예술촌에 대해 애착이 크다는 것으로 다가왔다. 그에게 해동문화예술촌에 대해 묻자 ‘안식처 같은 곳’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시 이곳의 선택이 확신에 의한 것임을 강조했다.
"낮은 자세로 소통을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여기에도 모두 전문가 과정을 한 사람들이 대거 포진돼 있잖아요. 그래서 군 지역 기관을 선택한 듯 싶기도 하구요. 더 나아가 동네와 주민들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고 바라죠. 여타 도시들처럼 주민과의 관계성이 잘 드러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주민들과 공동체적 삶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관계성을 구축하고 싶죠."
양 관장은 자라나는 어린이나 청소년, 그리고 문화소외를 겪어온 주민들이 그냥 스쳐 지나가다가 보는 것만도 큰 경험이니만큼 이곳 해동이 문턱낮은 공간을 지향해나갈 뜻을 내비쳤다. 다만 운영자 입장에서 전체 세팅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을 아쉬워 했다. 이런 이유로 건축물이 원스톱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진전해나가는 것을 들었다. 세부적으로 법적 승인이나 시스템 안착 문제 및 대관료 등 제도적 안착화가 미진한 점을 꼽았다. 이런 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온힘을 쏟을 방침이다. 다만 그는 중요하지만 기획을 내부에서의 콘텐츠 문제로 인식했다. 그에게 정작 중요한 점은 전체 틀을 조망하는 것이다. 자율적으로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고 밝힌다.
마지막으로 기획자로서 꿈을 묻자 현장의 소리와 제도하고 괴리가 있는데 이를 좀더 연구해 예술행정적으로 어떻게 안착화시킬 것인가를 고심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기획자는 예술인과 관람객 사이의 매개자로 그 역할이 가장 크다고 봐야죠. 저는 그런 부분을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힘을 보태야죠. 그리고 기획자가 연구자로서의 영역도 있는 만큼 예술인을 발굴하고 시스템에 대한 전문화를 뒷받침하는 한편, 미술인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은 만큼 여러 지원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획자로서 선한 영향을 끼치는 기획들에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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