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지속 미래 세대에 진실 전파…방향성·목표 세워야

이달의 이슈(41주년 맞은 ‘5·18광주민주화운동’ 해결과제는)
기념행사 언택트 형식 도입…‘오월정신’ 전국화·세계화 박차
민주주의와 공동체 가치 재확인 필요…각 세대간 간극 해소를
국민공동행동 제안·연대사업 추진 "진실 고백·사죄 우선돼야"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4월 29일(목) 15:00

(2021년 5월호 제96호=글 최성국 기자)

광주 5·18민주화운동이 올해로 41주년을 맞았다. 특히 올해는 앞으로 다가올 50주년을 향한 첫 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올해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오월 정신을 어떻게 기리고, 시대에 담아낼 지에 대한 방향성과 목표가 구체적으로 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는 오월 정신이 빛을 내야할 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광주의 오월 연대 정신을 통한 위기 극복이 조명을 받고 있고, 미얀마에서는 광주의 오월과 닮은 꼴인 군부 쿠데타로 시민을 상대로 한 군부의 폭력이 자행되는 등 오월 정신을 통한 국제적인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추진되는 기념행사와 직면해 있는 과제들을 통해 주요 분기점에 도달한 광주 5·18민주화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짚어본다.

△오월 영령 기리는 기념행사…코로나19 예방이 선결 과제
해를 넘긴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역 내 산발적인 코로나19 감염은 여전히 지속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었던 지난해 광주·전남을 포함해 전국에서 치러진 기념 행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세계적 위기 속에 기념행사의 꽃인 전야제를 포함, 모든 기념 사업·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규모를 최소화했다.
올해 각종 기념행사에선 이같은 사회 여건에 맞춰 언택트 형식의 프로그램을 대거 도입, 오월정신의 전국화와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모든 기념사업은 전국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유지를 전제로 한다.
오월 영령을 기리기 위한 전야제는 5월 17일 다시 불을 밝히기로 했다.
4월 1일 전반기 대표자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을 알린 제41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이하 행사위)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현행보다 완화되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안정세에 접어들 경우 5·18의 대표성을 띄는 공간인 금남로에서 전야제를 치르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경우에는 관람객 제한 통제가 가능한 아시아문화전당 지하광장에서 전야제를 치른다.
올해 전야제에선 전당의 미디어월과 광장 내 LED 시설물을 설치를 통해 디지털 미디어아트를 적극 활용하는 퍼포먼스를 펼칠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대면 접촉을 줄이기 위해 민주평화대행진, 시민난장은 올해도 전면 취소했다.
5·18의 정신과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정신계승 국민대회와 추모제, 부활제, 전국 휘호대회, 민주 기사의날 등 행사는 대면 접촉을 최소화해 추진할 방침이다.
5·18기념재단도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다.
먼저 재단은 5·18민주화운동특별법 개정으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진 점을 토대로 진실조사 분야에서 △80년 당시 민간인 사망자 기록정리 기초조사 △전두환·지만원 등 민·형사 법률대응 △전두환 등 5·18 학살자 상징물 철거 운동 △전국 도서관과 서점을 대상으로 5·18왜곡 서적을 열람·판매 금지 운동 등을 펼칠 계획이다.
또 해외의 5·18왜곡 서적에 대한 제보를 받고 온라인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넘은 5·18 관련 왜곡·혐오 표현을 모니터링, 법률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5·18 기억 세대와 미래 세대 간 간극 좁혀야
올해 5·18기념행사의 슬로건은 ‘오월, 시대와 눈 맞추다, 세대와 발 맞추다’로 결정됐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불평등, 양극화로 힘겨운 현재의 위기를 오월정신으로 극복하고 다양한 세대와 조화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는 의미가 담겼다.
행사위는 올해 기념행사의 핵심 과제로 5·18 정신의 핵심인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뉴노멀 시대에 맞도록 구현한다는 기치를 세웠다.
당시를 피부로 경험했던 세대들은 오월의 가치와 민주주의를 위한 시대적 열망을 여전히 품에 안고 있지만, 미래 세대는 이를 교과서와 TV 등을 통해서만 접하고 있다.
다행히 광주·전남 학생들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
전남도교육청이 지난해말 지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교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5·18민주화운동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남 내 중·고등학생들의 97.9%가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들이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알게 된 경로는 교과 수업(중·고등학생 77.8% 초등학생 72.1%)이었고, 나머지는 TV와 책자, 잡지, 신문 등을 통해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교사들은 5·18민주화운동 교육을 위해 인터넷 영상자료(72.3%)를 주로 활용했고, 인정교과서와 활동지 등 49.9%,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매체 43.7%, 교과서 37.9% 등을 이용했다.
향후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찾아가는 5·18수업 강사 지원(37.3%), 5·18 수업 자료 및 동영상(31.5%), 학교 단위 5·18사적지 현장체험 지원(23.8%), 5·18 바로알기 교원 연수(6.7%) 등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오월 정신을 이양하기 위해선 이들이 5·18에 대해 접할 수 있는 매개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시교육청과의 협업을 통해 광주지역의 초·중·고 학생들과 학교밖 청소년들이 온라인을 통해 5·18 계기교육을 받을 수 있는 ‘랜선 오월길’이 대표적이다.
랜선 오월길은 현장체험학습이 제한되는 상황을 감안해 5·18 사적지를 생중계로 연결, 실시간 소통으로 학생들에 대한 현장 학습을 진행하는 기획사업이다.
행사위는 이 사업을 통해 5·18 인정교과서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행사위는 기록으로 5·18을 기억하는 세대의 기념행사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행사위의 사무처와 기획처의 연령을 20~30대로 대폭 하향, 행사 기획·운영에 디지털·미디어아트, 공연예술, 힙합, 전자음악 등 젊은 감성을 담아낸다는 계획이다.

△5·18의 세계화, 답은 가까이 있다
최근 미얀마인들은 국내에 서한을 보내 ‘광주의 오월이 미얀마의 민주주의 운동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연대와 지지를 바란다는 뜻을 보내 오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미얀마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군부의 특수부대가 투입됐고 58명이 사망하고 1790명이 체포된 상황이다.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시민들에게 총을 겨누는 등 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처참했던 광주의 1980년 5월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광주 시민들은 이에 화답했다.
광주 5월 단체들을 포함해 시민사회단체, 지자체, 정계, 종교계 등은 민·정·관 가리지 않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와 민주화 지지 광주연대’라는 공동 대응 단체를 구성, 미얀마 시민들의 편에 섰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적극 동참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모금 활동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또 행사위는 이달부터 온·오프라인을 통해 ‘광주의 오월이 제안합니다’라는 국민공동행동을 제안한다. 이 공동행동은 SNS와 차량, 베란다 등에 미얀마 연대·응원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는 스티커와 현수막 등을 부착하는 퍼포먼스다. 또 광주에 거주하는 재한미얀마인들의 집회 지원을 돕고 국내에서 모금활동을 펼치는 등 다양한 연대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진정한 진심 어린 가해자의 사죄 이뤄져야
5·18의 최종 과제는 가해자들의 진심 어린 사죄다. 이를 위해서는 진상규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41년이란 시간이 지난 현재 당시 현장을 증언해줄 역사적 증인들과 증거들은 점차 사라져만 가고 있다.
다행히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진실규명 조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조사위는 행방불명 23건, 암매장 50건, 헬기사격 및 발포 39건, 과격진압 7건, 성폭력 7건 등 251건에 대한 제보를 접수했고, 같은 기간 기준 12건에 대한 직권 조사에 착수했다.
또 당시 빚어진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 최초 발포와 집단발포 책임자 경위 조사, 행방불명자의 규모 및 소재 등을 파악하기 위한 증언 채집 등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이 과정에서 오월 당시 민간인을 사살한 5·18 계엄군이 유족을 직접 찾아 사죄를 청하는 성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계엄군이 오월 영령에 공식적으로 사죄를 구한 건 41년 만인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16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이뤄진 계엄군과 유가족 간의 만남은 당시 작전에 참여했던 A씨가 자신의 행위를 고백하고 유족에게 직접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조사위에 전달하면서 마련됐다.
유족은 가해자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동안 조사위는 조사 활동 과정에서 A씨의 고백과 유사한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
하지만 5·18의 원흉인 전두환의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전씨는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전씨는 사죄의 말 한마디 하지 않았고 재판 내내 꾸벅꾸벅 조는 모습만을 보였다.
결국 지난해 11월 30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전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전씨는 ‘사실오인이 있었다’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는 취지를 들어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을 앞둔 전씨는 관할 이전 신청을 했지만 기각, 광주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5·18이 미래를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선 결국 가해자들의 진심 어린 사죄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적극적인 조사를 통해 5·18이 앞으로도 미래 세대에 올바르게 전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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