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래 조차 어려운 상황이지만 응원해주는 분들이 힘의 원천"

[작가 탐구]박소빈의 팬데믹 시대 中서 화가로 살기
코로나19 여파 극복하며 북경서 10년 동안 쉼없이 작업 전개
21일 간 자가격리 기본…QR 코드 없으면 사실상 이동 불가능
‘신화·문자 결합’에 집중…기획자 파티마·한팡밍 회장과 교류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9월 06일(월) 17:52

(2021년 9월호 제100호=글 고선주 기자)

‘용과 여인’하면 그가 떠오른다. 영주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대사와 그가 중국 유학시절 만난 선묘낭자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야기를 담은 설화로부터 출발한 그의 작품 세계는 오롯이 연필 드로잉으로 하는 대장정이다. 화단은 그의 연필 드로잉에 주목했고, 반응을 보였다. 그가 지역 출생으로 미국 뉴욕과 중국 북경 등지에서 먹힐 수 있었던 이면에는 독특한 그의 작법과 동양사상을 기반으로 한 회화세계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15∼20m 전후의 대작들을 모두 연필 드로잉으로 채우고 있으니 그 규모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여전히 연필 드로잉으로 국내외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중이다. 작업실을 방문해본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많은 드로잉을 하는 지를 연필 껍질을 보고 알아챈다. 수북하게 쌓여 있어서다. 아마 다들 쌓여있는 연필 껍질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을 터다. 또 그의 성실한 작업 활동은 다른 이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작업만 알고 거기에 임하는 그의 열정적인 자세는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이런 그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할 수는 없었다. 10년째 중국에서 작업 활동을 펼쳐왔지만 사상 초유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국내로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와함께 해외에서 활동하는 화가들이 대개 국내를 쉽게 오가면서 작업일정을 소화하지만 아예 고향으로 돌아와 상당기간 머물러야 했었던데다 한번씩 오가려면 거의 한달여 가까운 시간을 격리로 보내야 해서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주인공은 광주 출생 서양화가 박소빈씨의 이야기다. 박 작가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3월 고향으로 돌아온 뒤 국내 활동을 펼치며 11월 다시 북경으로 복귀했다. 11월 북경으로 돌아간 뒤 9개월 만에 다시 고향을 찾았다. 광주 부모님을 뵙고, 작업해놓은 작품 그리고 미국에 묶여있던 작품을 중국으로 들여놓는 문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지난 7월23일 들어온 그를 지난 8월3일 대면에 이어 북경 복귀 직후인 8월8일과 9일 전화로 두차례 만나 코로나 시대, 북경에서의 작업 및 관련 활동 등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지난해 고향 작업실에 머물 당시 문자작업을 구상해 내고 조금씩 작업을 진행했다. 이 문자 작업이 팬데믹시대를 맞아 북경에서 더 구체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필로 주술사적인 삶 안팎의 스토리를 일기를 쓰듯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주술이 곧 일기이자 삶"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 문자 작업에서 또 다른 초현실적인 상상의 미적 담론들을 추출해 내고 있다. 이것이 향후 박소빈의 새로운 신화로 귀결될 것으로 보였다. 그는 용의 심지로써 신화의 창조는 줄곧 펼쳐왔던 연필 작업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이를 개념미술로 규정한다.
이런 그에게 먼저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물었더니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달리, 엄중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는 흔히 치열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관리가 엄격하게 이뤄져 비교적 안전하다고 보면 됩니다. 공항에서 자가격리를 했다고 끝난 게 아니예요. 중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북경에 들어가기 위해는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21일 간 자가격리 후 또 7일 안팎의 격리를 해야 해요. 여기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QR 코드로 수시 체크를 하는 게 현실이에요. QR 코드가 없으면 사실상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위치 등 통제가 과학적으로 업그레이드돼 놀랐어요. 예약된 전시 일정은 취소되기보다는 코로나 관리 아래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돼요."
그에 따르면 중국에 들어갈 때마다 공항에서 코로나 검사를 한 뒤 3주간 자가격리를 거친다고 한다. 그리고 북경에서는 동선이 체크되는 가운데 7일 자가 격리를 또 해야 하며, 이 기간 동안 총 5회에 걸쳐 코로나 검사를 진행한다는 귀띔이다. 또 코로나19가 중국인들의 생활 습성에 변화를 몰고 왔다는 반응이다. 중국인들이 분리수거와 손씻기 등 위생상태에 더욱 엄격하게 된 계기를 맞았다고 한다. 식당이 한결 깨끗해지는 등 중국인들의 위생에 대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그는 다시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더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인 듯하다고 들려줬다.

'여화'

이어 지난해 11월 이후 중국에서의 성과를 묻자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에는 작업의 방식이 변화가 있다고 전제한 뒤 "너무 힘들었다"는 소회가 먼저 돌아온다.
"지난해 11월에 중국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었었던 데는 제 작업을 지켜봐주는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시대로 왕래가 아주 어려웠지만 그래도 북경으로 돌아가 꿋꿋하게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저를 응원해주고 아껴주는 분들 덕분이죠. 10년 동안 쉼없이 작업을 하며 북경에서 보낼 수 있었던 이면 역시 그들의 물심양면의 격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1월 그는 마침 하북(허베이)미술대학교 초빙교수로 연결되면서 중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런 계기를 만들어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들렸다. 아울러 올 4월 작가 자신에 대한 초대 회화전이 성황리 열렸던 하북(허베이)미술대학교에 60호 작품 ‘여화’(女花·2021년 작)가 소장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특히 이번 북경 체류 중에는 중국의 권위있는 집안의 자제이자 여성 기획자로 프랑스에 유학을 다녀온 파티마(fitma·인민일보 관리책임자)와 연결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고 밝힌다. 포스갤러리 소속 작가로 활동할 무렵, 프랑스와 스페인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파티마는 박소빈의 작품을 주목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시는 열지 못했으나 파티마는 이때 박소빈에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이후 8년만에 다시 파티마가 러브콜을 보내왔고, 그와 연결이 된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파티마의 주선으로 중국내 인문학적 식견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한팡밍 전국정협외사위원회 부주임 겸 차하얼학회장과 연결이 됐다. 박 작가가 국내에 들어오기 직전인 7월17일 아침 7시30분 작업실을 방문해 연필로 작업한 상상화 관련 작품 등 3점을 매입했다고 한다. 한팡밍 역시 박 작가의 연필 작업에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는 후문이다. 한팡밍은 중국 당대 작가들의 작품 활동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한팡밍은 박 작가의 ‘꽃’ 시리즈와 ‘여화’(女花) 시리즈 등 작업 스토리 순으로 작품을 소장해가고 있다고 전한다.
이런 박 작가의 설명은 중국 내 미술계 안팎의 핵심 인물들과 점차 선이 닿고 있어 본격적인 교류에 들어갈 경우, 앞으로 북경에서의 활동이 기대된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졌다. 한팡밍은 파티마와 함께 프로모션하면서 박 작가의 활동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너는 중국의 유명작가다"라고 말한 한팡밍과 "작업에 보다 집중하기 바란다. 내가 모든 걸 케어할 것이다"라고 밝힌 파티마, 그리고 박소빈의 연필 드로잉이 시너지효과를 내 새로운 미술지형을 구축할 지 주목되고 있다. 2022년 북경 동계올림픽과 한·중수교 30주년 문화예술 행사들과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박 작가의 인지도 또한 더 향상될 전망이다.
최근 왕징에서 순이지구로 작업실을 옮긴 박 작가는 한팡밍과 연이 닿은 후 다시 북경 내 새로운 작업실로 옮길 복안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 박 작가는 당분간 북경에서 차로 3시간 거리인 허베이미술대학교를 오가며 작업과 강의를 병행해나갈 계획이다.
그는 짧은 국내 일정을 마치고 지난 8월6일 북경으로 돌아갔다.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다고 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한번씩 오가기가 복잡해 다음 방문은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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