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호 제103호=고선주 기자)모두 미술을 바라보고 있다. 미술 생산자이든, 소비자이든 그들은 한결같이 미술의 한 가운데든, 주변부이든 머물러 있다. 미술이 왜 존재할까에 물음에 대한 답이 결국 하나로 귀결되듯 이들이 미술가를 탐구하든, 미술을 통해 깨침을 구하듯, 미술을 하나의 도구로 활용하듯, 미술로 세상을 바라보듯 매 마찬가지다. 그들이 구하고자 하는 답은 최근 잇따라 출간된 미술가들의 책과 그리고 미술의 언저리에서 미술을 소비했던 소장자의 책이 코로나19로 묶인 일상의 답답함 속 진지한 미술 깨침과 미술로 본 지혜에 대해 탐닉하게 만든다.
테마 또는 포토에세이로 분류되는 ‘오늘도 인생을 색칠한다’(스타북스 刊)와 미술가 탐구서 ‘수잔 발라동’(미술문화 刊), 아트 투어 에세이 ‘천사가 오는 방법’(지식과감성 刊)이 그것.
먼저 ‘오늘도 인생을 색칠한다’는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전남 보성 출생 송준석 교수(전남도립대 유아교육과)가 펴낸 산문이다. 송 교수는 수년간 그림 구입만 억대에 달할 만큼 창작가는 아니지만 어느 누구보다 미술을 사랑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송 교수는 광주 수완지구에서 핀치이태리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유년 시절부터 그림에 대해 관심이 높다보니 레스토랑 안에 엠파시 갤러리를 운영했고, 중견 김해성 작가 등이 그곳에서 전시를 열었을 만큼 왠만한 화가들 역시 엠파시 갤러리의 존재를 안다. 엠파시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광주전남의 화가들과 친분을 쌓았다. 이번 에세이에는 송 교수와 친분이 있는 조영대, 신철호, 이민, 정춘표, 한부철, 강동권, 강동호, 박정연 작가 등의 널리 알려진 그림이 실렸다. 조세프 에디슨을 비롯해 벤 스타인, 앤 브래드 스트리트, 도연명, 워런 비티, 디트리히 본 회퍼, 레프 톨스토이, 폴 발레리, 존 러스킨, 벤자민 프랭클린, 알버트 슈바이처, 사무엘 존슨, 공자, 김구, 알버트 아인슈타인, 에이브러햄 링컨, 빌 게이츠, 마이클 조던, 현시대 시인인 곽재구 등의 명문이 함께 실렸다.
그림과 떠나는 공감여행으로 107가지 지혜가 펼쳐진다. 그림은 지혜의 이해를 끌어올리는데 큰 도움 역할을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은 ‘현명한 사람의 행동’을 비롯해 ‘목적지를 향해 자신의 속도로 걸으세요’, ‘차라리 흠집 있는 옥이 되세요’, ‘해석하기 나름입니다’, ‘자기다워지세요’, ‘잘못으로부터도 배울 수 있습니다’, ‘내 안의 작은 거장을 키우세요’, ‘쓴 외로움도 받아들이세요’ 등 8장으로 구성됐다.
고난과 역경이 있어야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독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는 게 송 교수의 출간의 변이다.
송 교수는 "딸이 운영하다 지금은 아내가 운영 중인 레스토랑을 통해 전시와 음악 공연을 진행하면서 미술계와 음악계와 오랜 교류를 해왔다. 그러다보니 공부도 되는 등 예술에 눈을 뜨게 됐다"며 "이 에세이는 일종의 명상적 글쓰기로 이해하면 된다. 떠오르는 심상에 주석을 달았는데 반성적 성찰을 담았다. 화가들의 작품을 실은데는 전국에 알려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그림 속 모델에서 그림 밖 화가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수잔 발라동’은 유년시절 집인 한옥을 개조, 2017년 갤러리 공간으로 탈바꿈해 운영 중인 광주시 동구 장동 소재 ‘예술공간 집’의 대표로 활동 중인 문희영씨가 집필했다. 2015년에 ‘빈센트 반 고흐,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다’를 펴낸 이후 단행본으로는 6년 만에 다시 선보인 것이다.
이 미술가 탐구서는 강인한 의지로 삶을 바꾼 위대한 예술가인 수잔 발라동의 생애와 예술을 총망라한 최초의 단행본으로 꼽히고 있다.

문 대표가 이 단행본을 펴내기까지 꼬박 2년이 소요됐다. 지역의 한 일간지에 수잔 발라동을 한 꼭지 다뤘는데 출판사에서 이 글을 보고 제안이 오면서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수잔 발라동은 단행본으로 출간하기가 어렵다. 단편적으로는 보이는데 단행본으로는 찾을 수가 없다. 자료가 없다는 이야기다.
미술전공자를 제외하면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인 수잔 발라동은 여성에 대한 최고의 칭찬이 뮤즈이던 시절, 인상주의 화가들의 모델이라는 영광스러운 수식어를 탈피해 정면을 응시하는 인상적인 자화상과 파격적인 남성 누드화로 알려졌던 예술가다. 일종의 파격적 회화를 구축했다. 그는 삶의 결정적 국면에서 언제나 더 어려운 길을 선택한 수잔 발라동의 결심과 의지의 근원에 대해 다뤘다고 한다. 모델로 한창 주가를 올릴 때 화가가 되겠다고 선언해 르누아르의 화실에서 쫓겨났고, 아들의 친구와 사랑에 빠져 생애 처음으로 풍요를 가져다줬던 결혼생활을 벗어던지는 등 떠들썩한 스캔들 속으로 내던져졌다.
이 단행본은 위대한 예술가로서 수잔 발라동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계기를 안겨주는 동시에, 그의 삶과 예술을 통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껴볼 수 있다.
이 단행본은 ‘프롤로그:나는 나 자신을 발견했고, 스스로를 만들어냈다’, 1부 ‘그녀를 스쳐간 이름들’, 2부 ‘어떠한 자화상을 그려낼 것인가’, 3부 ‘사랑과 삶, 예술의 종착지는 결국 나 자신’, ‘에필로그:예술은 우리가 증오하는 삶을 영원하게 한다’ 등으로 구성됐다.
저자인 문희영 대표는 이 단행본에 대해 "미술사적으로 정리한다기보다는 객관적으로 조명을 시도했다고 보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천사가 오는 방법’은 소설가이자 퍼포머인 박경화씨가 세계 9개 도시의 예술적 단상을 정리했다. 2019년 아트 투어 에세이 ‘매혹하는 사람들’이 폴란드 퍼포먼스로 묶였다면, 이번 에세이는 코로나 직전인 2018년 직접 방문해 퍼포먼스를 펼쳤던 도시들을 담았다. 작품발표 장소를 정리했다고 보면 된다. 이번 에세이에는 갈라티나(Galatina)를 비롯해 프라하(Praha), 암스테르담(Amsterdam)와 하노버(Hannover), 베를린(Berlin), 소코로브스코(Sokolowsko), 다카(Dhaka), 산토리니(Santorini), 아테네(Athene) 등이 실렸다. 저자는 ‘태엽 감는 여자’, ‘딤섬’, ‘존재들’의 소설을 펴냈을 만큼 소설가로 창작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왔다. 소설가단에서 그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다. 하지만 현직 소설가로 퍼포먼스를 병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저자는 아트 투어 에세이에 대해 예술에 대한 사색과 사유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표제로 차용한 ‘천사가 오는 방법’에서 갈라티나에서의 예술적 사유를 통해 압축해내고 있다. ‘모든 예술 작품은 매혹을 요구하는 것이고 감상하는 마음을 신성하게 건드려야만 한다. 작품 발표를 앞둔 며칠 전부터 심장과 영혼이 긴장으로 떨리기 시작하는 이유는 그것이었다. 신성한 두려움과 예술가로서의 의무’라고 밝히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의 개념과 발표가 갖는 의미를 조망하고 있다.
저자인 박경화씨는 "예술가와 함께 하는 세계 아트 여행으로 일반 관광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작품을 발표하는 장소로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삶, 에술, 고독, 인류애 등이 수록돼 있다. 문학과 순수미술이 결합된 도서"라면서 "여전히 퍼포먼스 아트가 낯설지만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것이다. 사진까지 더해져 현장감이 있으며 픽션 아닌, 사실적 이야기여서 흥미롭게 읽힐 것"이라고 말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