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미래에의 불안감 잊고 한 권의 책 통해 마음 다스려보자

[Book story] 3월에 추천하고 싶은 책들
무등산 시편 하나로 엮어 관련 아카이브 구축 의미
고재종 시인 선어록·현대시 접목 성찰 에세이 출간
염창권 평론집 유토피아 시학 정립…안준철 시집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03월 06일(일) 17:36
(2022년 3월호 제106호=고선주 기자) 3월 봄이 왔다. 세상 밖은 여전히 코로나19 여파로 소란스럽다. 감염자가 매일 속출하는 가운데 딱히 외출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 시국이다. 여기다 대선 정국에서 혼돈스러운 정국은 더더욱 불투명한 미래에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세상이 번잡스러운 이 마당에 저마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 양서들을 통해 마음을 다스려보는 것은 어떨까.

시로 읽는 광주 어머니산 ‘무등’ 노래하다
오월문예연구소 ‘오늘, 우리들의 무등은’
광주의 정신적 지주이자 어머니산으로 우리들 곁에 늘 넉넉한 품으로 존재해왔던 무등산(無等山·제21호 국립공원). 광주·전남출신 현대 시인들은 무등산을 어떻게 시속에서 그리고 있을까. 작고 시인부터 중견, 신예 시인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 한 가운데에 자리하며 말없이 지켜봐왔을 무등산에 관한 시편들이 모두 망라돼 한권의 엮음 시집으로 나와 주목된다.
더욱이 시인들의 시편들에는 한국민주화의 분수령이 된 주남마을 사건을 포함해 5·18광주민중항쟁에서부터 의재 허백련과 춘설헌, 화가 오지호, 오방 최흥종, 독수정 원림, 처사탐진최공찬익지묘, 조선대, 무당촌, 중머리재, 입석대, 서석대, 증심사, 무등산 타잔 박흥숙, 김덕령 장군, 천왕봉(1187m)과 군부대, 무등산 수박, 6·25와 빨치산, 삼애다원, 이철규와 제4수원지, 화순 탄광사건 등 자연 생태와 인물, 소소한 사건에 이르기까지가 투영됐다. 다양한 주제로 각기 바라본 시각 아래 개성적으로 형상화한 다채로운 무등산 시편들이 모두 수록됐다.
오월문예연구소가 펴낸 ‘오늘, 우리들의 무등은’(문학들 刊)이 그것으로, ‘시로 읽는 무등산’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이 무등산 시편 엮음집은 근래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무등산 시편을 총결산했다는 점과 여기다 무등산 시편들에 대한 아카이브 자료적 역할까지 수행할 것으로 보여 의미를 더한다. 참여한 시인만 해도 김준태 나해철 최두석 황지우 등 69명. 또 ‘무등산하-자연의 순리와 인간의 논리’라는 수필가 정규철(학여울인문학구소 대표)씨의 글이 더해졌다.
꼭 빼놓지 않고 다뤄야 할 작고 시인들로는 전남 해남 출생 고정희(1948∼1991)·김남주(1946~1994), 완도 출생 김만옥(1946∼1975), 화순 출생 문병란(1935∼2015), 광주 출생 박봉우(1934~1990)·범대순(1930∼2014)·이성부(1942∼2012), 곡성 출생 조태일(1941∼1999), 신안 출생 최하림(1939∼2010) 등이다.
이번 무등산 시 엮음집은 ‘무등산의 봄’을 비롯해 ‘무등에 올라’, ‘무등의 사람들’, ‘무등을 향하는 연가’ 등 제4부로 구성됐다.
표지화는 김경주 교수(동신대)가 맡았다. 한지에 수묵으로 작업한 ‘새들은 무등의 새벽을 깨우고’로, 아름답게 곡선이 중첩된 무등산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불교의 선문답과 현대시의 교감 해석
고재종 시인 에세이집 ‘시를 읊자 미소 짓다
언어가 필요없는 선과 언어로 표현되는 시의 만남, 선과 시를 함께 아우르는 유례없이 명쾌한 에세이집이 나왔다.
‘날랜 사랑’과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등 농촌 및 생태시의 한 획을 그어온 전남 담양 출생 고재종 시인의 에세이집 ‘시를 읊자 미소 짓다’(문학들 刊)가 그것으로, 불교의 선문답과 현대시의 교감을 다루고 있다.
‘아함경’을 비롯한 각종 경전과 ‘조주록’ 등 여러 선어록에서 52가지의 화두를 고르고, 그에 상응하는 현대시를 접목해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성찰을 에세이로 풀어놓은 것.
각 장은 주제를 설명하는 도입부를 비롯해 선문답의 화두, 그리고 해당 화두와 교감할 수 있는 현대시 등 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는 이 에세이집은 불교에서 진리야말로 문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고, 언어로 표현되는 시야말로 문자 없이는 존립할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다. 총 52화로 나눠 시인별 시 작품 속에 투영된 선문답을 추출, 시인의 시각으로 해석해 정리했다.
정현종의 ‘그 꽃다발’을 다룬 ‘제1화 부처가 꽃을 들자 가섭이 웃다’에서 시인은 언어의 문제로 이야기를 시작한 뒤, 석가모니 세존이 대중에게 꽃을 들어 보였을 때 제자 가섭 존자만이 미소를 지었다는 염화미소(拈華微笑)의 일화를 소개하고, 정현종의 시 ‘그 꽃다발’을 살피면서 선과 시의 교감을 탐색하고 있다.
52개의 선 이야기에는 정현종 황인찬 이윤학 문태준 송찬호 이준관 조용미 반칠환 최승자 천양희 황인숙 신경림 김백겸 문태준 김명인 오규원 이문재 강은교 최영철 정호승 문인수 김소월 황동규 조지훈 이성미 최승호 김지하 조은 문정희 김행숙 이시영 손택수 심보선 김상용 고재종 박용래 서정주 고진하 남진우 기형도 장석남 김명수 김형영 최하림 김종상 이홍섭 박용래 등이 쓴 주옥같은 작품이 짝을 이루고 있다.

시 속 꿈의 지형 탐색…생의 본향 갈구
염창권 교수 문학평론집 ‘몽유의 시학’
시인에게 시를 쓰는 일은 "내 의식의 내부로 깊숙이 스며드는 내 안의 많은 모습으로 나타나 그 힘으로 나에게 글을 읽고 쓰게 하는 나를 키우는, 나의 나이자 전부인 그대"처럼 전부다. 이는 염창권 시인이 평론집 자서에서 밝힌 내용이다. 세속적으로 아무리 권력이 높고, 재화가 많다고 하더라도 시단에서는 시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시인이 ‘몽유’(夢遊)의 시학을 펼친다. 몽유는 사전적으로 꿈속에서 놂 또는 꿈 같은 기분으로 놂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시인들이 시를 통해 주고자 하는 것들은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대개 ‘꿈의 서정’이 자리한 경우가 많다. 문학을 왜 하고, 시를 왜 쓰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답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시문학 속 꿈의 지형을 탐색한다. 후학 양성과 창작활동으로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염창권 시인(63·광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의 문학평론집 ‘몽유의 시학’(아꿈 刊)이 그것이다.
‘우리 시대의 시적 논리와 시인들’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평론집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사회적 유토피아 혹은 아름다움의 유토피아, 그리고 일상의 온갖 잡다한 유토피아의 시학을 정립하고 있다.
"몽유(夢遊)를 떠올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힌 시인은 심지어 빛나는 모습의 갈망조차도 낮꿈이라는 안식처로 인식한다. 내용에서 언급된 것처럼 생의 본향을 갈구한다는 의미다. 이 평론집은 ‘시의 위의’를 비롯해 ‘버림받은 시인의 방’, ‘몽유의 발목들’, ‘새의 영혼’, ‘시의 현장과 원탁시 동인’, ‘시가 만드는 풍경’ 등 제6부로 구성됐다.

삶의 성찰과 관조의 자세로 물상들 ‘시화’
안준철 제6시집 ‘나무에 기대다’
전주 출생으로 오랫 동안 순천에 머물며 30년 간 교직생활을 이어갔던 안준철 시인(68·前 순천 효산고 교사)의 여섯번째 시집 ‘나무에 기대다’가 푸른사상 시선 151번째 권으로 출간됐다.
시인은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친 작은 꽃과 낙엽, 달팽이 등 사소한 것 하나에도 시선을 주며 자연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 생명력을 노래한다. 자연과 일체가 돼 나누는 섬세한 대화들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등불처럼 따뜻한 온기가 마음에 스며든다.
이번 시집에는 정년 퇴임 후 고향으로 복귀한 뒤 교직에 있을 때는 분주한 일상으로 인해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던 산책을 하고 나서 일기처럼 한 편씩 써나간 산책시들이 수록됐다.
시인은 산책에서 그동안 살아온 삶에 대한 성찰과 관조의 자세로 자신과 물상들을 들여다본다.
시인은 ‘산벚꽃마저 저버린 봄 산의 푸르름//내 몸에서도 꽃 지는 소리가 들리더니/푸릇푸릇 돋아나는 것들이 있다//지금은 나무에 기댈 시간/사는 일이 기쁘고 감사하다’(‘나무에 기대다’ 일부)거나 ‘…전략…//나이 들어 몸이 노쇠해지니/꽃 앞에 쪼그려 앉아있는 것도 힘에 부친다//무릎과 허리를 펴고 일어설 때마다/낡은 가구처럼 관절이 삐걱거린다//늙고 낡아갈수록/꽃에 대한 예절이 깊어진다’(‘낡아간다는 것’ 일부)고 노래한다.
또 ‘구월의 마지막 날/그 울먹임의 시간들을 배웅하고 왔다’(‘배웅’ 일부)거나 ‘모든 것이 가을 속의 일이었으므로/마음은 물속처럼 고요하기만 했다’(‘가을 속의 일’ 일부)고 읊는다.
교육현장에서 줄곧 생활인으로 달려온 시인은 학교를 떠나 자신에 주어진 시간들 속 산책하며 일상을 보내지만 오히려 자연 앞에서 지금의 시적 자아를 발견한다. 나무에 기댈 시간이라든가, 낡은 가구처럼 관절이 삐걱거린다든가 하는 시적 표현에서 시인의 현재적 마음이 읽혀진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물속처럼 고요해진 자신을 보고 안도해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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