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로 나타낸 ‘분노…예술 매개로 민중의 삶을 돌아보다

[예술단체를 찾아서] 제4집단
최정식·사군·션만·정치현 4명 지난해 12월 창단
사회비판 메시지 음악·퍼포먼스·영상으로 선봬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03월 06일(일) 18:11
(2022년 3월호 제106호=정채경 기자) 이들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필자는 한국 최초의 종합예술집단을 떠올렸다. 1970년 6~8월, 두달 남짓 활동하고 해체된 미술 단체이자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단명한 행위 예술 단체와 이름이 같아서다. 제4집단은 1세대 행위예술가이자 실험예술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김구림을 필두로 기성세대와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작업을 펼쳤는데, 상당히 전위적이어서 정치적 탄압 등에 의해 해체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12월 시작을 알린 ‘제4집단’(The 4th Group)은 사회와 분리되지 않은 예술을 펼쳤던 이들과 꼭 닮았다.
베이시스트 최정식, 드럼치는 사군, 턴테이블 션만, 퍼포머 정치현 이렇게 네 명으로 구성된 ‘제4집단은’ 밴드라기 보다는 예술집단에 가깝다.
‘마인드바디앤소울’이라는 블루스 밴드에서 드럼을 맡고 있는 사군씨는 본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정식씨와는 촛불집회에서 세션을 하면서 알게됐다. ‘제4집단’의 정신적 지주인 정식씨는 1997년에 대학교에 가면서 학생운동을 접하고 민중가요에 빠졌다. 그러다 사회에 나오면서 함께 음악하던 팀이 해체하자 한동안 활동을 하지 않다 사군씨를 만나면서 다시 음악활동을 펼치게 됐다.
프로듀서가 모인 랩 콜랙티브 ‘그랙다니’에서 활동하고 있는 션만씨는 미술 전공자로 사군씨와 중학생 때부터 음악적 공감대를 쌓아왔고, 페탈예술기획 대표이자 클래식 작곡 전공자인 정치현씨까지 합류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동구 수기동 소재 연습실에서 창작을 하고 연습도 하며, 주로 사군씨와 치현씨가 곡을 만들고 다같이 피드백을 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사군씨는 "사회의 부조리한 면과 어두운 면을 음악에 담아내고자 하는 팀"이라며 "사회에 대한 분노를 음악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어렵다고 느낄 수 있지만, 되짚어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는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활동이 주목되는 이유는 음악을 매개로 사회비판적 성향을 드러내 인디계에 신선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인디계는 언제인가부터 남여간 이야기와 소소한 개인의 삶을 주제로 삼고, 어쿠스틱 뮤지션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마이너와 대안, 인디, 언더로 혼용돼 불리는 한국언더그라운드 음악에서 또 다른 주류가 됐다. 주류의 관습과 가치, 신념을 거부하던 정신이 사라져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제4집단’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다. 사회와 정치, 경제, 인권, 평화 등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픈, 모두들 외면하고 멀리하는 주제가 이들에게는 중요한 화두가 된다. 이같은 문제를 건드려 세상과 소통을 시도하는 셈이다.
이들이 지금까지 발표한 곡은 총 8곡이다. ‘제4집단’을 시작으로, ‘공장 대량생산’, ‘넘버3’, ‘폰’, ‘민주화’ 등이다.
"처음 발표한 ‘제4집단’은 새마을운동부터 올릭픽 개최까지 현대로 들어서며 겪은 일을 점검해본 곡이에요. 단기간 빠르게 성장하면서 사회 전반 내실을 기하지 못해 끊임없이 발생하는 여러 붕괴사고와 세월호 침몰 사건 등을 통해 대한민국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의미입니다. ‘공장 대량생산’에는 자본에 의한 통제로 인해 개인의 자율성과 독창성은 묻히고, 어느 순간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담겼구요. 영화 ‘넘버쓰리’에서 영감을 받은 ‘넘버3’는 소시민으로 태어나 넘버원이 될 수 없는 사회, 넘버투라도 되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사회 구조에 의문을 던지고, 전화기와 포르노라는 이중적인 의미가 담긴 ‘폰’은 자본주의 사회를 상징적으로 드러내죠."(사군, 최정식)

특히 사각형 틀 안에서 연주를 하는 ‘폰’의 무대는 얇은 장막을 뚫고 나오는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다. 주어진 틀을 깨고 거기서 나와 새로운 흐름에 몸을 맡기는 듯했다. 이는 사군씨가 과거 일용직 노동자로 대기소에 갔을 때 앉아서 일감을 기다리는 모습이 홍등가의 여인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음악을 여기에 대입했다. 팔리는 음악을 내놓고, 또 그런 음악을 줘야한다는 모순, 자본주의에 의해 바뀌어 가는 권력의 이동 등을 표현한 것이다.
이들이 내놓은 곡들은 모두 가사가 없다. 가사가 없기에 보컬도 없다. 그래서 기존 가사가 없는 음악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들의 무대를 명백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장르의 기존 경계를 뛰어넘는, 뭐라고 쉬이 단정하기 어려운 실험적인 무대다. 어떤 곡인지는 곡 제목에서만 힌트를 얻을 수 있고, 오로지 음과 행위로만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가사가 없어 이들의 연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자극적인 사운드 없이도 때로는 웅장하게, 때로는 묵직하게 마음에 와닿는다. 한 무대, 한 무대가 끝날 때마다 따뜻함이 느껴진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 기저에 자리잡은 인류애 때문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공연을 본 이들이라면 ‘제4집단’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터다. 열과 성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과 퍼포먼스, 추상미술을 떠올리게 하는 영상 등을 통해 시각적 공백도 메운다. 공연 내내 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제4집단’은 공연 영상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공연에 필요한 영상은 백종록 감독이, 전주 이용학 학스스튜디오 대표가 각각 촬영 및 편집을 해줬다. 이들은 지금까지 공연 현장을 유튜브에서 보여줬다면, 올해부터는 유튜브 채널에 어울리는 영상을 기획, 제작해 보여줄 계획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다양한 곡을 작곡해 공연도 연다.
끝으로 ‘제4집단’은 나아갈 방향을 언급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우리의 무대를 세상에 내놓으면, 의도는 있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청중의 몫이죠. 음악적 틀을 규정하지 않아 가능성이 무한한 ‘제4집단’은 앞으로도 쭉 사회적 이슈, 민중의 삶을 여러 매체로 보여줄 겁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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