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안되고 발굴 안된 이야기 알리는 작업 할 터

[아트인] 베니스서 작품 선보이는 영상설치 작가 박화연
영상설치에 몰입 오월 등 이야기 작업 통해 메시지 전파
베니스 ‘5·18 특별전’에 출품…소신 지켜가며 창작 펼쳐
구술생애사 공부…전방 女노동자 해고사건 작품화 주력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06월 09일(목) 17:58
(2022년 5월 제108호=고선주 기자)예술가가 자신만의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한눈 팔지 않으면서 앞으로 나간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또 실제로 그게 가능한 일일까 싶다. 작가가 오로지 예술적 소신만 추구하며 뚜벅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미래로 갈 수 있다는 것은 아무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예술만을 고수할 경우 예술은 되겠지만, 먹고 사는 문제는 더더욱 꼬여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화는 예술이 자생하기 어려운 시대, 자신만이 추구하는 예술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예술가 역시 생활을 해야 한다. 생활에는 응당 필요한 비용이 뒤따른다. 먹고 사는 형태는 예술계 각양각색이다. 작품을 판매해 예술로 밥 벌어먹고 사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자신이 추구하는 아트가 도저히 판매될 수 있는 범주와는 거리가 멀어 아예 직업을 가지고 병행해가는 작가가 있다. 상업적 화가들이야 작품 판매가 목적이 될 함정이 늘 도사리고 있겠지만, 진실로 자신의 예술을 하고 싶어하는 예술가는 예술 그 자체가 목적일 것이다. 후자를 지향하며 30대의 끈기로 예술가로서의 삶을 기꺼이 감수, 척박한 오늘을 딛고 당당하게 선 전남 담양 출생 영상설치 분야의 젊은 박화연 작가(33). 그는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첫 개인전 이후 영상설치로 작업을 바꿔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기회까지 잡았다. (재)광주비엔날레가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5·18민주화운동 특별전’(4월20일∼11월27일 베니스 스파지오 베를렌디스 전시장)에 작품 ‘마른 길을 적시는 걸음, 소리’를 출품하는 경사를 맞았다. 베니스 현지를 방문하기 위해 코로나19 접종까지 다 마쳤지만 가지 않는 것으로 정리해 아쉽다고 밝힌 박 작가는 집안에 예술을 하는 분이 없었지만 유년시절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워낙 좋아해 줄곧 그림 안에서 보냈다는 전언이다. 수채화와 풍경화를 그리다 미술대학에 진학해 지금까지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 손재주 좋은 부모의 소질을 닮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2015년 첫 개인전을 열면서 프로 작가로 데뷔하게 됐으니 엄밀하게 경력만 따지자면 10년도 채 되지 않은 신예다. 하지만 신예임에도 그는 세상과 일정 맞서는 법을 배워가는 듯 보였다. 인터뷰 내내 하고 싶어하는 예술을 지키는 대신, 먹고 사는 문제는 다른 쪽에서 해결하기로 했고, 실제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In the Cage’ (2017_

그가 말하는 ‘하고 싶은 예술’은 늘 메시지가 관통한다.
가볍지 않은, 묵직한 경고음같은 메시지 말이다. 도저히 판매가 가능한 작품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메시지를 추구한 계기를 묻자 정체되지 않고, 발전하고 싶었다는 답을 내놓았다.
"원래는 한국화를 전공, 회화를 선보였죠. 첫 개인전이 회화작업이었습니다. 그러다 화면에 너무 개인적 삶의 이야기만 담고 있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네요. 이후 주위의 문제의식들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기 시작했구요. 그것을 작업과 연결하게 된 거예요. 5월 관련 작업 전에는 동물에 대한 문제를 먼저 관심있게 다뤘었죠."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예술을 지속하면서 생계문제와 예술활동이 일치하는 지점을 찾기 어려워 직업을 선택해 직장생활을 한다고 언급했듯 생활과 예술의 간극에 관한 문제의 해결점을 정리했다고 한다. 지금 출퇴근하는 것이 그 해결점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아직 세상의 때가 타지 않은 걸까. 자신의 작품에 담은 고귀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사적 이익으로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작가로 활동하다 올해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됐어요. 예술계와 전혀 관계 없는 것은 아니지만요. 생각해보면 회화를 할 때는 돈이 손에 잡히더군요. 그런데 영상설치로 옮긴 이후에는 생계문제 해결과는 전혀 무관하고, 다만 전시와 전시로만 연결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저는 내린 결론이 있어요. 작업과 금전적인 것을 따로 병행해가자는 것 말이에요. 5월 사람들의 이야기를 판다는 것도 말이 안될 뿐 아니라 앞뒤가 안맞는 거잖아요."
‘마른 길을 적시는 걸음, 소리’ (2022)

상업미술이 아니기에 작업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원래 목적에 충실해갈 각오다.
오로지 작업을 통해서만 예술의 향방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처럼 각인됐다. 더 어렸을 때는 일과 작업을 병행해 하고 싶어하는 예술을 지속해 가야겠다는 생각에 미치지 못했다. 그가 재작년까지 작업만 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알바거리를 찾기도 하며 보낸 젊은 한때의 시간들이 많이 힘들었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5·18항쟁 참여 시민군 가담자와 유가족 부상자 등 관련자들의 이야기들을 작업하고 있는 것을 지향하는 내용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작업은 자신이 하지만 주인공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조명되지 못하고, 발굴되지 못한 이야기를 제 작업을 통해 널리 알리는 쪽으로 작업 목표를 정했죠."
여기다 광주에서의 청년작가로서의 한계를 잊지 않고 들려줬다. 같은 기획서인데 중앙에서는 오히려 환영받는 경우가 많은 반면, 지역에서는 반려가 되는 경우가 많아 괴리감을 심하게 느낀다는 전언이다. ‘중앙에서 선택되는 것들이 왜 지역에서는 안될까’에 대한 의구심을 걷어들이지 못하는 눈치였다. 공모같은 것을 하면 접수를 하는데 있어 지역에서 좌절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이해됐다.
이런 그의 대표작이 궁금했다. 그의 대표작은 2017년에 선보인 ‘In the Cage’라고 한다. 이 작품은 그가 2016년부터 몇년간 대인시장에 있었는데 소규모 개인전과 설치전을 가졌을 무렵이다. 지구발전오라 레지던시에 참여했을 때 작업된 작품인 것이다. 이 작품은 그가 회화에서 영상설치로 넘어가면서 시도, 처음 꺼낸 장르이자 문제의식을 보여줬던 작품이어서 인생작으로 꼽았다.
특히 베니스에서 작품이 소개되고 있는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작품을 보고 새로운 광장이 만들어지지 않겠냐는 답을 전해왔다.
"상상된 경계라는 주제로 열린 ‘2018 광주비엔날레’ 때 선보인 작업인데 아카이브를 새롭게 했죠. 영상과 책을 전달해 드렸어요. 광장이 열린 곳이고, 누구나 모일 수 있죠. 또 5·18항쟁 때 상징적 공간이었잖아요.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결집이자 광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베니스를 가니까 경계를 더 넘나드는 것으로 의미가 있어요. 그곳 사람들이 광주의 광장을 상상하고, 새로운 광장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청년작가가 가져야 하는 자질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주는 것만 받을 수는 없으며 자기 자리를 찾아가야 하되, 찾으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활동영역을 넓히면서 나아간다면 작업 폭도 더 넓혀질 것이라는 견해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향후 계획을 묻는 것으로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제 작업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었는데 같은 작업을 하다보니 익숙해지는듯 하더군요. 제 작업이 어떤눈물의 생애사를 글이나 그림으로 푸는 것이기에 자성을 하면서 더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어서 구술생애사를 공부 중이에요, 본질적인 것을 질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죠. 여기다 1989년 전남방직 여성노동자 해고사건이 있었는데 이를 발굴, 동시대 여성을 깊이있게 연구하며 인터뷰 대상자도 만나고, 현재 상황도 들여다볼 거예요."
전라도인 admin@jldin.co.kr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회사소개회사연혁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고충처리인광고문의기사제보
광남일보 등록번호 : 광주 가-00052 등록일 : 2011. 5. 2.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광주 아-00193 등록일 : 2015. 2. 2. | 대표 ·발행인 : 전용준

광주광역시 북구 무등로 254 (중흥동 695-5)제보 및 문의 : 062)370-7000(代) 팩스 : 062)370-7005 문의메일 : design@gwangnam.co.kr

본사이트에 게재된 모든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 의 사전 허가없이는 기사와 사진을 무단전재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