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하게 시간 초침이나 돌리고 있던 중 모처럼 여백의 시간을 가졌다

[문득여행] 고하도 가는 길
해상케이블카로 유달산 거쳐 섬에 진입 바다 풍경 장관
총 운행 구간 3.23km 국내 최장 거리 입체적 조망 가능
용머리까지 해상데크길 ‘압권’…최근 트레킹 코스 강추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06월 14일(화) 18:25
(2022년 6월 제109호=고선주 기자) 사월 중순부터 반팔 차림의 사람들이 일부 보였다. 그것을 보면서 깨달았다. 올 여름도 만만치 않겠구나를. 필자의 삶에서 늘 불길한 징조는 들어맞지 않는 적이 없었다.
아직은 여름의 정점에 도달하려면 시간적 여유가 다소 있으나 여름을 어떻게 나아야 할지 걱정이 앞서는 것은 숨길 수가 없다.
언제부터인가 여름은 불볕 더위니, 찜통 더위니, 불가마 더위니 하는 단어들로 채워졌다. 호기어린 여름은 이런 단어들에 자리를 내어주고, 축 늘어진 고양이처럼 슬금슬금 비켜날 수 밖에 없는 듯하다.
여행은 수시로 반복되는 외출보다 번거롭기 이를 데 없다. 그 번거로움을 이겨내고 나서는 길이 여행이니 만큼 외출의 단발적 귀찮음은 비교되지 않을 것이다. 늘 그랬다. 여행은 번거롭고 귀찮음을 물리는 싸움이라는 것 말이다. 움직이는 게 싫으면 여행을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여행은 호캉스가 아닌 한, 숙소 내 참선이 아닌 한 부지런해야 달디 단 과실을 맛볼 수 있다. 그 과실이 때로는 시큼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런 감상의 틀은 여행을 떠날 때마다 무슨 경전 읽듯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떤 의미로 여행 코드를 읽으며 분석하고 해석하더라도 실행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떠날 때
는 생각을 단촐하게 해서 쉽게 다녀오려고 한다. 그것이 광주 인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우선 짐을 거창하게 싸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다. 몸만 나서면 되는 것이다. 운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런 곳을 한 곳 선택했다. 목포 고하도로 정했다. 목포하면 삼학도만 떠올리는 필자에게 나름 의미있는 여행길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물론 어떻게 갈 것인가는 미정이다. 일단 목포로 출발했다.
이동하면서 안 사실이지만 목포해상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됐다. 북항 승강장으로 향했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전라남도 목포시 죽교동 516-101에 건설돼 2019년 9월 개통됐다. 북항스테이션에서 출발해 유달산 정상부의 유달산스테이션을 경유, ‘ㄱ’자로 꺾여 해상을 지나 반달섬으로 불리는 고하도를 오간다고 한다. 스테이션(Station)은 서비스 구역이나 특정 위치를 말한다.
총 운행 구간은 3.23km으로 국내 최장 거리로 알려지고 있다. 캐빈(cabin·작은 집)은 일반과 크리스탈 캐빈이 있고, 왕복 40여 분이 소요된다. 캐빈은 바닥면이 유리로 된 것과 바닥 아래가 보이지 않도록 돼 있는 것 등 두 가지 형태로 돼 있다는 이야기다. 스릴을 즐기고 싶다면 크리스탈 캐빈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내비게이션의 친절한 도움으로 북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광주에서 목포까지 도로가 잘 닦여져 있어 운전하는 것은 별로 수고롭지 않다. 주차장은 비교적 넓게 구축돼 차량 이용객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돼 있다. 목포시 유달동에 소재한 고하도는 면적이 2.35㎢이고, 해안선 길이가 10.7㎞에 달한다. 고하도는 인근 장구도와 허사도를 통합해 하나의 섬으로 됐으며, 2012년에 고하도와 북항을
연결하는 목포대교가 개통되면서 육지와 연결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고하도는 유서깊은 섬이다. 일명 역사의 섬인 것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에 의해 전략지로 활용돼 왜적의 침투를 막아낸 곳으로 이충무공 유적(전라남도 기념물 제10호)과 이충무공 기념비(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39호)가 자리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목숨으로 사수했던 곳이자 19세기 말 전후 러시아 등 열강이 군침을 흘리는 이권의 각축장이었다고 한다.
여행을 가다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기 마련이다. 고하도가 이런 많은 사연들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게 됐다. 고하도를 케이블카로 오가면서 느낀 점은 앞서 반달모양이라고 언급했지만 상공에서 본 고하도는 얍실한 긴 고구마같은 모양이었다. 지면에서는 전체를 조망할 수 없어 섬이 가지는 지리환경적 가치를 알 수 없지만, 상공에서 한 눈에 바라다보이는 섬은 바다와 조화돼 환상적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고하도에는 용머리까지 해상데크 길이 설치돼 생생한 바다감성을 느껴볼 수 있다. 케이블카가 놓이면서 섬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가파른 해안선 끝자락 해수면 위로 설치된 해상데크길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압도적 경관과 감성을 안겨준다.
방문했을 때도 입소문을 타 많은 방문객들이 해상데크길을 거닐며 한껏 여유를 구가하고 있었다. 방문객들이 휴대폰으로 정경들을 담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풍경 속 일부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행 중 많은 데크길을 거닐어봤지만 이곳 만큼 방전된 감성을 재빠르게 충전해주는 곳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섬에서 바라다보이는 유달산 일대와 해상데크길에서 관망한 고하도, 섬을 끼고 돌아나가는 목포대표 및 고하도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바다 등 풍경은 한폭의 수채화 같았다. 보통 여행지를 가보면 한번 방문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지만, 고하도는 필자에게 다시 찾고 싶은 곳 중 으뜸으로 각인됐다. 특히 석양 무렵 다도해의 금빛낙조와 야경은 할말을 잃게 만든다. 풍경의 극치 그 자체다. 이 장엄한 풍경에 감염된 이들은 결코 고하도를 방문하지 않고는 치유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근래에는 숲길을 잘 다져놓아 트레킹 코스로 강추되고 있다. 다만 이동시 150세 건강 계단 등 계단이 많아 관절이 좋지 않은 방문객들에게는 힘든 여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지에서 태어난 필자는 늘 섬을 동경해왔다. 케이블카가 놓이면서 고하도에 가는 일이 너무 쉬워진 것은 사실이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면 아마 방문을 하지 않았을 지 모른다. 편리함 때문에 행복감과 만족감이 두배로 배가된 셈이다. 필자의 섬 방문에 혁신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여행은 온갖 고생을 해야 오랜 동안 기억에 남는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 고생 때문에 일상의 번잡함을 재생하고 있다면 이렇게라도 떠나는 게 훨씬 유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고하도행에서 각박하게 시간 초침이나 돌리고 있던 필자는 모처럼 여백의 시간을 가졌다. 비우지 않고 채울 수는 없는데 비우려는 노력은 게을리하면서 무언가 가득 가득 채우려고 했던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비우자고 몇번을 다짐했는지 모른다. 조만간 고하도를 다시 찾을 것이다. 해상데크길을 오가며 하루를 바다에 맡겨볼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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