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 좋은 청년들, 음악의 선을 넘다

[예술기획] <62> 작곡그룹 촉
작곡·연주·기획까지 ‘끼 많은 전문 예술가’ 7명 동참
3년 전 창단연주회 열고 첫 정규앨범 발매 본격 활동
메시지 전달·대중과 소통 노력…"편안한 음악" 선사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07월 06일(수) 17:01
(2022년 6월 제109호=김민빈 기자)기획부터 연주까지 다재다능한 젊은 작곡가 7명이 모였다. 팀 이름은 작곡그룹 촉. 흔히 ‘촉이 좋다’고 표현할 때 쓰는 그 ‘촉’이다. 육감적인 감각과 느낌, 센스를 겸비한 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2018년 국악 전공자 윤현명 대표가 주변에서 활동하는 유망한 동료들을 모아 꾸린 팀이다. 윤씨를 비롯한 한지성, 박한결, 서주원, 현청화, 정관영, 박소정 7명의 멤버가 전부 작곡가이자 연주자다. 건반과 기타, 장구, 피리, 태평소 등 다룰 수 있는 악기도 가지각색이다. 국악부터 재즈, 뮤지컬, 클래식까지 여러 장르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 셈이다.
"처음에는 일종의 음악 스터디 모임이었죠. 음악 하는 친구들이 함께 모여 대화하고 협업하며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거든요."
팀의 가장 큰 장점은 멤버 전원이 생산능력을 갖춘 작곡가라는 점이다. 덕분에 어떤 장르의 곡도 그룹만의 색깔을 담아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음악적 시도에 두려움이나 제약이 없는 이유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건 2019년. 준비해온 작업물들을 처음 세상에 보이게 됐다. 동료 연주자들과 함께 만든 곡 ‘상사디여’와 ‘뾱’으로 9월 열린 임방울국악제에서 퓨전국악부문 1등을 거머쥐었다.
같은 해 강진 전남음악창작소의 ‘지역 뮤지션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10월에 창단연주회를 열고 곧이어 첫 정규앨범 ‘Ola’도 발매했다. 작곡그룹 촉의 이름으로 세상에 첫 출사표를 던진 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변수는 찾아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였다. 비대면 문화는 관객과 소통하며 호흡하는 공연문화계에 전례없는 침체를 가져왔다. 그렇다고 이 시기가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만을 준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위기를 원동력으로 삼아 성장했다.
"코로나19로 활동을 접은 친구들도 있지만, 버틴 친구들에게는 역량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어요. 우리 그룹에게는 새로운 도전도 하게 된 의미있는 시기였죠."
윤 대표의 말처럼 코로나19 이후에도 그룹 활동은 활발히 이어졌다. 축소된 공연문화 현장에서도 무대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에 끊임없이 도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코로나로 다음 앨범 계획이 무산됐을 때는 막막했지만 여러 기관에서 지원 사업을 내준 게 도움이 됐습니다. 달라진 환경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그렇게 처음으로 기획해 올린 공연이 광주문화재단의 2020 온라인 예술극장 퓨전 오케스트라 ‘융합’이다. 현악기와 국악기로 서양 음악의 화성적 안정감에 국악의 독특한 음색을 얹었다.
윤현명 대표가 광주예고 ‘예향제’ 지휘를 맡을 당시 만든 곡 ‘항해’, 한지성씨가 달이 떠있는 밤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 ‘월야지곡’ 등 멤버들이 직접 작곡·편곡한 곡들로 꾸민 창작 무대였다.
'달 봉우리 빛나는’이라는 타이틀로 광주국악상설공연을 선보인 모습

다음 해인 2021년에는 광주국악상설공연 창작공연에 창작가무악극 ‘달 봉우리 빛나는’이 선정됐다.
아사에 관한 설화와 월봉서원 두 소재를 엮어 노래와 춤을 통해 연출한 작품으로, 작가와 뮤지컬배우, 무용가 등과 힘을 합쳐 만든 퓨전 국악 뮤지컬이었다.
"작품의 메시지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영상이든, 스토리든 뭔가 색다른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찾아온 기회였어요. 지역에서는 더욱 흔치 않은 기회였으니 이참에 독보적인 무언가를 해보자고 생각했죠."
비올라와 첼로로 화성을 받쳐주고 피리와 대금으로 국악의 음색을 더했다. 동서양 퓨전의 느낌을 함께 가져가면서 안정감을 잃지 않는 음향 구성에 특히 집중했다.
공연은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비대면이라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호평이 쏟아졌다. 새로운 음악적 시도였음에도 곡의 완성도가 높고 무대의 흐름이 적절히 어우러진다는 평가였다.
주최 측으로부터 작품을 정기 공연 브랜드로 만들면 좋겠다는 피드백과 함께 다음해인 2022년 총 3차례의 재연이 확정됐다. 작곡그룹 촉의 기획력에 높은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공연이었다.
"참여한 팀원들 모두 작품에 애정이 깊었어요. 한 해가 지나고 다시 의기투합해 공연을 진행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도 무대를 재연한다는 소식에 다들 기쁜 마음으로 모였죠. 열심히 준비한 만큼 참여한 모두에게 자랑스러운 무대였습니다."
첫 앨범과 공연이 국악을 소재로 한 덕에 국악그룹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작곡그룹 촉은 한 장르에 국한되는 팀이 아니다. 1집 앨범 장르를 퓨전국악으로 정한 이유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그룹이 국제적으로 정체성을 갖기 위해서는 국악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첫 정규앨범 ‘Ola’ 역시 국악의 묘미를 어쿠스틱, 발라드, 락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한 크로스오버 음반이다. 윤 대표가 만든 ‘항해’, 임방울국악제 퓨전국악 부문 대상을 수상한 곡 ‘상사디여’, ‘뾱’ 등 그룹의 정체성을 담은 대표곡들이 수록됐다. 이중에서도 ‘뾱’ 어쿠스틱 버전은 윤 대표의 욕심과 애정이 듬뿍 들어간 곡이라고.
작곡그룹 촉 구성원들

"성주풀이에 나오는 어법이나 선율 구성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팝스럽게, 가사도 요즘 말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죠. 한자말은 한글로 풀어냈고 보컬 역시 실용음악 전공자 윤혜림씨가 불렀어요. 나름의 정수가 있는 곡이라 국악에 입문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네요."
퓨전 국악에 있어 어디까지가 국악의 경계일까. 윤씨는 "국악기가 아닌 일렉기타, 바이올린이 연주한다고 해도 아리랑은 국악"이라며 "그런 음악이 국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어떠한 악기와 표현 방식으로 연주해도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 국악이라는 것이다.
"일반 가수가 불러도 전혀 어색함이 없어야 대중화될 수 있는 국악이 아닐까 싶어요. 부담을 갖지 않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요. 국악의 전통 어법이나 선율 구성을 잃지 않고도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어 가야죠."
흔히 국악은 한의 정서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정서가 느껴져서 좋다. 국악만이 갖고 있는 흥취다. 국악공연을 더 재밌게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
"진양조와 중모리 등 대표적인 장단은 무릎장단으로 한 번씩 춰봤으면 좋겠어요. 장단을 알면 같이 호흡할 수 있거든요. 제대로 감상하면 왜 옛날 분들이 지금의 가요처럼 좋아하고 따라 불렀을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올해 목표는 오케스트라 무대를 다시 기획해 선보이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미뤘던 앨범에 대한 욕심도 크다.
"올 하반기부터 준비해 내년에는 꼭 2집 앨범을 내고 싶어요. 구체적인 것은 없지만 국악기를 활용하지 않은 퓨전 국악 앨범을 생각 중이죠. 오는 가을쯤에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어떤 그룹이 되고 싶냐는 진부한 질문에 윤 대표는 영국의 락밴드 ‘퀸’에 대한 무한 애정으로 답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제가 작곡그룹 촉을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가 돼준 영화입니다. ‘퀸’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대중과 소통하려고 한 점이 대단해요. 우리도 그런 고민과 에너지를 본받아 끊임없이 도전할 겁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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