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모 도전했는데 선정 판화 저변확대 필요”

[아트인]'佛 국제 동판화 트리엔날레’참여 노정숙 작가
'제5회 리슬 쉬르 따흔…' 광주판화 활성화 기대
동판 종주국 '원형보존' 노력…어려운 작업 극복
6월까지 레이몽드라파지박물관…몽골 전시 등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05월 09일(화) 17:52
(2023년 5월 120호=고선주 기자)프랑스 레이몽드 라파지박물관 주최로 진행 중인 ‘제5회 리슬 쉬르 따흔 국제 동판화 트리엔날레’(LISLE-SUR-TARN ) 작가로 최근 선정돼 작품 2점을 출품한 가운데 지난 3월18일 개막, 오는 6월30일까지 프랑스레이몽드라파지박물관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전남 함평 출생 노정숙 작가는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노 작가는 선진 유럽의 동판을 접하면서 자신이 가야 할 동판화의 방향을 배웠다는 점을 언급했다.
“유럽의 여러 전시에 참여 해보니까 정말 많은 기법과 많은 작업들이 존재하고 있더군요. 제가 알 수 없는 작품의 세계로 인도하는 감동적 작품도 많더군요. 유럽 동판화 종주국인 프랑스 역시 그것을 보존하면서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여기서 제가 가야할 동판의 방향성을 깨닫게 된 것이죠. 동양은 목판화 중심이지만 서양은 동판이 매우 발전해 있는 상황이어서 판화부문 저변확대가 많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 분야에 대해 연구를 통해 많은 분들과 함께 가고자 한다는 작가는 유럽이 본 바탕에서 원류를 지키려 노력할뿐 아니라 현대미술이 가야할 방향성과 반대급부적으로 전통미술 및 미래미술이 함께 조화시켜 가려 하면서 굉장히 장인정신을 요구하는 의미인 원형기법을 보존하려는 그들의 자세를 높게 평가했다. 현대미술이 다각도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려는 점으로부터 많은 배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트리엔날레에는 작가는 ‘외로운 그림자’와 ‘백합의 울림’ 등 작품 2점을 출품했다. 2점을 출품한데는 여기 트리엔날레 규정에 따른 때문이다.
먼저 ‘외로운 그림자’에 대해 많은 부딪힘이 있는 여성의 삶에 문제시되는 것들을 조망했다. 그는 여성이 자기 삶보다 모든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등 여성이 갖는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가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
“여성들은 가정에서 소외자들이라고 볼 수 있어요. 희생을 강요하거나 강요당하는 위치에 놓였는데 이를 위기의식이라고 봤구요. 이 위기의식을 갖는 여성상을 작품에 투영해보고자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일단 여성을 아름답게 보려고만 하며 포장을 하죠. 삶이라는 게 여성에게 무엇인가를 생각했죠.”
‘외로운 그림자’ (2020)

‘백합의 울림’ (2020)

작가는 여성이 갖는 일과 지금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안 낳으려 하는 풍조와 관련, 어느새 이런 문제가 이 시대의 문제이자 화두가 됐다는데 공감한다. 그래서 동시성을 갖는 화두로 여러가지 여성의 문제점을 사회의 다른 관점들을 근거삼아 이중적으로 표현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각각의 다른 색을 창출하기 위해 12개 동판을 활용했을 정도로 복잡한 작업과정을 감내했다.
이어 작가는 작품 ‘백합의 울림’에 대해 환경에 대한 관점이라는 메시지를 가지고 작업을 했는데 꽃이 상징하고 암시하는 것들에 집중했다는 점을 빠뜨리지 않았다. 즉시성으로 보면 백합이 흰색이거나 순결하고 청명함, 여기다 은유가 있지만 우리가 갖는 편견 자체에 머물고 있으면서 실제 환경에 대해 신경쓰려고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편견이 있어도 실천의 행동과 관련해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요. 자연과의 조화와 인간의 환경 관련, 이기적 본능에 의해 환경을 직시하려 하죠. 백합을 반대적 시각에서 어둠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편견을 변형시킬 수 있는 것이고 환경을 우선해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는 등 여러 메시지를 띄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백합 자체를 전제할 때 그 성질에 관해 어둠의 그림자로 바라본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보통 동판화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잘해야 2〜3개판을가지고 작업을 많이 시도하는 풍토가 있는데 이 작품 역시 9개 동판을 활용해 한 작품을 제작한 것이어서 작가의 동판에 대한 열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른바 다색판화를 추구한 것이다. 그가 말하는 다색판화는 다채로운 음영의 톤을 드러내면서 판화의 담백함을 함께 가져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쉽게 하기 힘든 동판 작업인 만큼 자신이 이를 수행해 판화가 갖는 공유 개념을 실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의미를 강조했다. 작가는 동판의 어려움을 하소연하기도 했다.
“판화가 돈이 안되니까 안하려 하죠. 그리고 동판화는 선이 그어지면 다시 고칠 수 없기 때문에 폐기처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동판 재료마저 비싼데다 작업 과정이 힘들다는 점 때문에 어렵죠. 기계 장비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구요.”
'리슬쉬르따흔 국제동판화트리엔날레' 포스터

레이몽드 라파지박물관은 15년 동안 유럽 동판화의 원형을 지키기 위한 목적을 내세우는 한편, 유럽판화의 대표적 특성인 동판화 기법의 원형보존과 전통판화의 활성화를 위해 동판화 트리엔날레를 열어온 가운데 순수공모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있으며, 노 작가의 선정은 광주판화의 역량 소통과 활성화에 크든 작든 도움을 줄 전망이다.
레이몽드 라파지박물관은 프랑스 남부 리슬 쉬르 따흔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1890년에 설립돼 그레시뉴 유리와 고고학 수지품, 데생, 판화, 상징그림, 조각, 도자기소장품으로 유명하다. 르네상스 이후 판화가 많이 소장돼 있으며, 최근 유럽전통 동판화 트리엔날레로 예술지역으로 다시 부상 중이다.
26개국 예술가들이 참여해 동판화의 오리지널기법과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는 이번 트리엔날레에 선정된 노 작가는 유럽의 원형 기법인 동판화의 에칭(Etching), 아콰틴트(Aquatint), 메조틴트(Mezzotint), 드라이포인트(Drypoint) 등 전통기법을 활용해 동양의 선과 면을 드러내는 행위적 관점 및 생성과 소멸의 이미지를 여러 개의 동판에 색을 분해하는 동시에 이미지를 전환해 다색동판화로 회화적 표현력을 확장해오고 있다.
노정숙 작가는 전남대와 성신여대 대학원을 졸업했고, 지난해 프랑스 성줄리앙성당에서 60점의 동판화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 니콜라스 푸생박물관에서 꼬레라숑을 창립한 파스칼 지하흐와 함께 2인 초대 기획전으로 유럽 동판화의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선보여, 유럽잡지 ‘악츄얼 Actuel 25호’에 6페이지 가량 작가탐구에 선정돼 소개되는 등 여러 성과를 거뒀다. 오는 7월에 몽골 칸은행갤러리와 12월에 전남대학교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며, 2024년 7월에 광주에서 프랑스 단체와의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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