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내려놓는 방법 터득, 제 음악이 위안 됐을 때 보람"

[신문화탐색] 피아니스트 조민정
전남대 예술대학·독일 유수 국립음대 출신 연주자
5년 유학 생활 마치고 지난해 귀국 연주 활동 활발
10~11월 라흐마니노프 곡 협연…피아노 앙상블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05월 10일(수) 17:03
(2023년 5월 120호=정채경 기자)나를 다른 이와 이어주는 강력한 도구.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것. 그게 예술의 힘이 아닐까. 예술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음악은 리듬과 음량, 템포 등을 통해 나와 다른 이를 음악이라는 매개로 유대하게 한다. 서로 다른
배경과 자아 사이 사람들로부터 이끌어 내기 참 어려운 듯한 ‘감정의 공감’이 음악 앞에서는 쉽게 형성되는 이유다. 감성이 메말랐던 사람이 잊었던 감성을 다시 일깨우고, 본래 감성이 풍부했던 사람은 또 다른 자신을 알아보게 하는 것도 물론이다.
이같은 음악에 매료돼 피아노 선율을 선사하는 이가 있다. 피아니스트 조민정씨는 사람들의 내면 깊숙이 가닿자는 마음으로 피아노 앞에 앉는다. 피아노 앞에서 그는 솔직하려고 애쓴다. 호소력은 있되, 담담히 연주하려 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공감하는 데 있어 자기 감정에 앞서면 진심으로 청중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내기 힘들다는 생각에 과잉된 감정표현은 자제한다. 광주 출신인 그가 피아노를 처음 마주한 것은 일곱살 때다. 피아노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콩쿠르에 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무대를 위해 연주할 악보를 외우고, 연습에 매진하면서 즐거웠는데, 좋은 결과까지 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전공자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일곱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매년 콩쿠르에 나갔어요.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학원에서 언니, 오빠, 친구들과 함께 하루 내내 연습했죠. 그 당시 다니던 학원 선생님께서 굉장히 엄하셔서 많이 혼나며 배웠는데 지금 떠올려보면 재미있었던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어요.”
전남대 예술대학에 진학해서는 빈 그릇에 물을 채우듯 기량을 향상시켜 나갔다. 그는 이 때를 음악에 정답이 없다고는 하지만 분명하게 배우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절대적으로 많았던 시기로 꼽는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자 부족한 점을 채우기에 손색없었던 시간이어서 열정으로 음악을 흡수하기 급급했다고 한다. 그러다 협연자 오디션을 통과해 광주시립교향악단, 전남대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금호주니어콘서트 오디션을 통해 독주회를 갖는 기회도 가졌다.
앞을 향해 나아가다가 문득 ‘더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훗날 내가 가진 것을 통해 나의 색으로 가득찬 음악을 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그런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으로 가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던 터라 독일로의 유학 결정은 어렵지 않았다.
“어떤 것을 이뤄야겠다는 생각보다 그저 음악을 더욱 심도있게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졸업과 동시에 유학길로 올랐습니다. 언젠가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대학 재학 중에 독일어 공부를 틈틈이 했어요. 학교 수업과 실기 연습, 독일어 공부까지 정말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을 떠올리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즐겁게 해내곤 했죠.”

독일로 떠난 그는 프랑크푸르트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최고점수로 입학해 졸업, 전문 연주자의 기반을 다졌다. 유학 중 파이널리스트 등 여러 국제 콩쿠르에 입상했으며, 201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테오퍼에서 ‘Mein Lieblingssuck’라는 주제로 연주, 독일 곳곳에서 독주회 및 초청 연주 무대에 올라 솔리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독일에서의 5년은 그에게 음악적 기량 및 능력 향상은 물론이고, 스스로를 내려놓는 방법을 터득한 시간이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홀로 생활하며 크고 작은 어려운 일들을 마주할 때가 많았는데, 인생은 꼭 자신이 계획한대로만 흘러가지 않을 뿐더러 원하는 방향으로 붙잡으려 할수록 더욱 붙잡히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그런 상황을 통해 삶은 마치 음악과 많이 닮았구나 느꼈다. 그 시간들이 그를 음악적으로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 준 듯 하다.
이같은 시간을 토대로 그는 단단해졌다. 그 단단함을 발판삼아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7월 연 귀국 독주회를 시작으로 지난 3월 피아노 독주회를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현재는 광주 피아노아카데미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독일 프라이부르크 국립음대 예비학교에서 강사를 역임하고 현재 전남대와 계원예중, 계원예고에 출강하면서 연주자를 꿈꾸는 이들과 연주자로서의 경험도 나누고 있다.
“연주는 관객과의 소통이자 약속이기 때문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하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연주가 끝난 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수 있지만 최소한 준비하는 과정 중 무대에서 아쉬움이나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매번 성실히 준비해 임합니다.”
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지라도 현재는 무대에 오를 때 절대 욕심내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내가 준비한 모든 이야기를 단 하나도 빠짐없이 들려주겠다는 욕심이 드는 순간, 음악에 힘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균형이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다. 준비한 시간은 그것대로 남겨둔 채 담담히 전하며 나머지는 청중에게 맡기는 것, 매번 그런 연주를 위해 피아노를 마주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 피아니스트였던 세자르 프랑크(Cesar Franck)의 ‘Prelude, Fugue and Variation, Op. 18’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음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위로가 돼준 곡이어서다. 애틋한 곡이어서 그런지 연주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설명이다. 언젠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연주할 수 있을 때 꼭 한 번은 무대에서 연주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이런 그의 연주는 무대를 통해 계속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러시아 작곡가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탄생 15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하반기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두 번의 협연을 준비 중이다. 오는 10월21일에는 베누스토 오케스트라와 함께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같은 달 카메라타전남과 전남대 민주마루에서 각각 들려준다.
또 11월10일에는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피아노 앙상블로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진솔하고 깊이있는 피아니스트로 기억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제 음악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됐을 때 보람을 느끼죠. 그것이 저에게 음악을 계속하게 하는 에너지가 되니까요. 음악을 할 일이 앞으로 많이 남아 있고 할 일도 많죠. 저를 진솔하고 깊이있는 피아니스트로 기억해주신다면 행복할 듯 합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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