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영화 재장전의 해…지역 가능성 분명히 있죠”

[문화공감]이상훈 ㈔광주영화영상인연대 이사장
올해 1월 취임 '퀘벡내셔날데이' 등 글로컬 전략 추진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예술감독 및 파리한국영화제 창립
5·18사진영화제 구상…내부 역량 강화·세대 양성 '최선'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05월 10일(수) 17:29
(2023 5월 120호=김민빈 기자)지난 2019년 출범해 광주독립영화관 운영, 광주영상영화진흥조례 제정, 영화전문인력 양성사업 ‘영화학교’, 광주영화비평지 발간 등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룩해온 (사)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올해 ‘광주영화 재장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내부 역량 강화에 나선다. 코로나19로 중단된 해외 교류를 추진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광주 영화 활성화 및 후속세대 발굴, 양성에 힘쓰기로 했다. 새 행보의 중심에 선 이상훈 (사)광주영화영상인연대 이사장을 만나 올해 사업 계획과 광주 영화씬의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1월 취임해 광주영화영상인연대를 새롭게 이끌고 있는 이상훈 이사장은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프로그래머이자 예술감독으로 10년 넘게 활동 중이며 전 파리한국영화제 창립 수석 프로그래머인 광주 출신의 영화 인재다. 한국을 떠나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영화 현장에서 연출과 제작 실무 전반을 경험하며 역량을 쌓아왔다. 그의 이러한 오랜 연륜과 인적 자산을 바탕으로 연대는 국제 네트워크 발굴에 주안점을 두고 타 지역,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 광주 영화계의 발전을 꾀하는 글로컬 전략을 추진한다.
먼저 오는 6월24일 열리는 ‘퀘벡내셔날데이’ 행사가 그 첫번째 행보다. 올해 퀘벡내셔날데이 한국 행사는 6월23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막해 제12회 광주독립영화제 기간 광주로 이어진다. 퀘벡 국경일 6월24일은 1977년 ‘퀘벡내셔날데이’로 지정됐으며 현재 아시아, 유럽, 남미 등 퀘벡 정부대표부가 있는 전세계 32개 도시에서 이를 기념한다.
광주에서 처음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장 마크 발레 감독의 ‘C.R.A.Z.Y’(2005) 상영과 더불어 주한퀘벡정부 대표부 인사들과 광주영화인들이 교류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며, 매년 정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광주가 갖고 있는 문화적 역량을 키우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프랑스 파리나 영국 런던 등 대도시뿐 아니라 캐나다 퀘벡, 리투아니아 빌루스 등 각자의 문화 정체성이 확고한 지역과의 교류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가 중요시하는 것은 영화의 다양성이다. 이를 위해 광주 내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닌 더 다양하고 많은 지역, 사람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본다.
“퀘벡처럼 수도는 아니지만 고유문화를 지닌 매력적인 지역이 세계에 많습니다. 수도권만 바라보고 있을 게 아니라 다양한 국가 내 여러 지역과의 문화적 교류가 활발히 이뤄질 필요가 있죠.”
어린 시절 유럽 문학에 푹 빠져 지낸 이상훈 이사장은 자연스럽게 세계 역사에 관심을 가졌고 그중에서도 역사를 재현하는 문학과 영화를 좋아했다고 술회했다. 특별히 영화에 대한 진지한 시선을 갖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시절 광주 한일극장에서 관람한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이다.
“고등학교 시절 이 영화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죠.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했던 제게 전혀 새로운 영화 세계를 보도록 했습니다. 단순한 구도의 권선징악 혹은 코미디, 액션 등 익숙한 장르영화만 보다가 처음으로 영화라는 예술을 통해 삶에 대한 구체적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언어로써 영화의 가능성을 발견했죠.”
이 이사장이 ‘파리한국영화제’를 준비할 때의 모습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선임프로그래머로 활동하는 모습

그는 1998년 세계 문화의 수도인 프랑스 파리로 영화 유학을 떠나 파리 고등영화학교에서 영화 연출과 제작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 상업영화 현장에서 편집과 연출부로 영화 실무를 시작했고, 공중파 방송국의 기획팀에서 근무했다.
이후 회사를 나와 파리에서 함께 영화를 공부하던 절친한 친구와 함께 영화·방송 프로덕션을 창업해 운영했으며 이와 동시에 우수한 한국영화를 직접 소개해보고 싶은 마음에 2006년 ‘파리한국영화제’를 창립, 수석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면서 유럽 관객들에게 한국의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알렸다. 올해 18회를 맞이한 파리한국영화제는 프랑스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과 함께 파리의 대표 한국 문화 관련 행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귀국 이후 시나리오 작가, 영화 연출 및 촬영 등 분야에서 작업했으며 2012년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 합류,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다 최근에는 예술감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영화 현장 이외에도 프랑스 문화와 프랑스어, 영화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학생들에게 나누기 위해 전남대와 전북대 등 강단에도 나서고 있다.
광주영화영상인연대는 창립 이후 전국에서 유일하게 영화정책 및 사업의 컨트롤 기구가 없는 광주의 영화생태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영화 전담기구 구성을 제1의 의제로 삼고 민간 영화 협의단체 및 영화인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최근 사회문제인 지역 소멸, 지역 청년들의 이탈이 광주 영화씬에도 적용되면서 내부 역량 증진과 후속세대 발굴이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올해 ‘광주영화 재장전’을 목표로 삼아 창제작과 기획실무 역량을 강화하고 후속세대 양성에 힘쓴다. 구체적으로 6가지 사업을 추진한다. 지역영화 정책연구실행협의체 운영을 위한 ‘지역 영화 오픈 세미나’, 창제작역량 강화를 위한 ‘백 투 더 스쿨’, 광주영화만의 창작 원천 소스 개발을 위한 ‘리서치 시내 투어’, 광주극장과 함께 진행할 ‘광주극장 해부도’ 아카이빙, 광주영화비평지 ‘씬1980’ 발행, 2021년 출발한 ‘광주 어린이 청소년 영화 플랫폼’이다. 이중에서도 시민영화교육의 하나인 ‘광주 어린이 청소년 영화 플랫폼’은 교육 뿐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직접 만든 영화를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상영해 후속 세대 양성 측면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프랑스 귀스타프 에펠 대학의 티에리 봉종 교수와의 협업으로 ‘5·18사진영화제’를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2019년 기획돼 코로나19로 중단된 이 프로젝트는 5·18기념재단으로부터 사진 제공을 지원받아 프랑스 파리에서 5·18민주화운동 사진들을 전시하고 관련 장·단편 영화들을 상영하는 행사다. 이와 관련 5월 내 티에리 봉종 교수가 5·18민주화운동을 소제로 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 촬영 준비를 위해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며 연대에서 취재 공간 및 인물 섭외, 영화 스태프, 통번역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 5·18 주간 파리에서 행사를 여는 것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단편, 다큐 등 관련 영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사진과 함께 상영회를 연다면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죠.”
'사그네이 국제단편영화제’에서 프랑스 영화인들과 함께한 이 이사장

코로나19와 OTT의 등장으로 한국 영화 산업의 위기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영화계가 큰 변화 앞에 요동치고 있으며 광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 이사장은 그럼에도 광주영화는 광주 영화인들과 시민들의 노력으로 한발 한발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광주영화의 발전은 창작과 제작, 배급과 상영 등 다양한 분야 전체가 함께 유기적으로 연결돼 운영될 때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주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 교육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영화에 대한 진지한 시선과 견해를 배울 수 있는 시민 대상의 리터러시 교육, 시민 대상의 영화 창작 교육 및 전문 영화인들을 위한 실무 교육 등 다각도의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21세기 사람들은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영화와 영상을 접하고 있지만 관련 교육은 거의 부재합니다. 더구나 우리지역에는 제대로 된 영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기관마저 타 지역에 비해 없는 편이죠. 무엇보다 이 부분을 강화하는 것이 광주영화의 발전 가능성 토대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이라고 봅니다.”
또 이 같은 교육을 통해 형성된 영화와 영상에 대한 지식을 확장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극장 재활성화를 제시했다. 넷플릭스 등 OTT의 확산으로 인해 일상적 콘텐츠 열람이 가능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가장 잘 수용할 수 있는 최선의 공간은 여전히 극장이라는 것.
“콘텐츠를 무작위로 탐닉하는 현재의 수용 방식에는 이미 조금씩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극장에서 함께 본 영화와 집에서 혼자 본 영화는 결코 동일한 경험을 선사하지 않죠. 영화를 보기 전 정보를 살펴보고 고민하는 것, 다른 사람과 함께 영화를 느끼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여전히 가장 오래되고, 좋은 방법입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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