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한 감성… SNS상 소문 힘입어 핫플 등극

[문득여행]전주 색장정미소
옛 건물 형태 유지…'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불려
포토존과 다락방 등 인기 젊은 커플들 방문 이어져
자몽보숭이 메뉴 독특…필수코스로 사진 맛집 부상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06월 29일(목) 18:10
(2023 6월 121호=고선주 기자) 모처럼 비가 야무지게 내린 다음날. 날이 화창해졌다. 모든 것이 씻기워져 내려서인지 마치 가을 하늘처럼 청명한 느낌이다. 전날처럼 비가 계속 내렸으면 움직이지 못했을 터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참 맑은 하늘이었다. 광주·전남을 벗어나볼까 해서 선택한 곳이 전북 전주였다. 광주에서는 90㎞가 조금 더 되는 거리다.
전주는 호남에서 두번째 큰 도시로 전북의 도청소재지가 있는 곳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전라도에서 진정 문화예술도시는 어디일까 하면 오히려 전주의 이미지가 광주보다 더 근접해 언급되는 것은 팩트다. 한옥마을도 있고, 그 안에 있는 역사문화공간인 경기전이 자리하고 있으며, 조선 왕조를 이룬 전주이씨의 본향까지 자리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전주하면 한옥마을이라고 하는 등식이 이제는 여러 차례 방문한 사람들의 경우, 조금은 참신함이 떨어진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SNS상 성지로 부각된 전주시 완산구 색장동 459-13번지 소재 색장정미소를 둘러볼 것을 권한다. 전주IC에서 시내를 관통해 고려병원을 지나 한참을 달리면 특이한 건축물이 나무들에 가려 보일락 말락한다. 초보자들은 입구를 헷갈려 지나치기 일쑤다. 내비가 길을 잘못 접어들었다고 아우성친다. 민망하지만 차를 다시 돌렸다.
멀찍이서 외관을 보면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집과 비슷하다. 그래서 ‘전주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곳이다. 동화 속 한 장면같은 카페로, 전국 카페 중 그 콘셉트가 첫 번째로 꼽아도 서럽지 않을 만큼 레트로 혹은 빈티지 그 자체다. 근래들어 독특하기로 소문이 더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남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압도적 공간이다. 주변에 다른 즐길거리가 없는데도 만족이 되는 곳이다. 사진이나 동영상 맛집으로는 최고로 꼽고 싶다.
직접 현장에 가보면 ‘뭐 볼게 없다’고 푸념할 수 있는데 2층 비좁은 목조 계단을 타고 올라가 창문에 걸터앉아 포즈를 취한 뒤 아래에서 카메라에 담으면 금세 만족감이 든다.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옛 정미소 슬레트 지붕의 압도적 색감과 모델(방문객)의 적절한 배율 조화, 하늘이라고 하는 배경 등 삼박자가 어우러져 전국 어디를 가도 건질 수 없는, 제대로 된 인생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남자친구와 방문했다면 예쁜 원피스를 입고 2층 창문에 걸터앉아 두 다리를 지붕 위로 쭉 뻗은 뒤 어깨와 고개를 창가에서 조금 내미는 포즈를 취하면 멋진 인생샷 하나 건질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이런 점만 명심하면 사진 명작이 까다롭지 않다는 귀띔이다.
지부리 갬성(감성)으로는 최고봉이자 지브리 테마파크에 온듯한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빈티지한 감성을 선사하고 남는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지브리 영화 속 집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전주시 완산구 색장동에 속하지만 변두리 농촌마을로 보면 된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의 오랜 정미소로 쓰였던 듯하다. 그것을 커피를 마시고 차담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이곳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받은 것은 독특한 외관과 포토존에 힘 입은 바가 크다. 하지만 시골에 가도 볼 수 없는 옛 정미소 건물에 많은 변형을 가하지 않고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실내 역시 지붕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돼 전통미를 물씬 풍기고 있는데다 주인장의 엔티크한 감성이 투영돼 골동품과 민속품, 예술품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카페 내부에 놓인 소품들은 실제 판매 중이라고 한다. 난로의 불은 없지만 양은 도시락을 포개어 쌓아 놓은 풍경에서 빈티지한 감성이 모두 만렙된 것은 사실이다. 여기다 악기나 전화기, 타자기, 도자 항아리, 징, 연식이 꽤 돼 보이는 잡지책들, 풍금, tvN 드라마 2019년 7월13일부터 9월1일까지 16부작으로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호텔 델루나’에서 봤을법한 총, ‘오징어게임’의 영희 인형, 장구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소품들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다소 어수선하게 보이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그런대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기 위해 올라다니는데 불편함이 없지만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거의 직각에 가까워 여성들이 올라다니기에는 조금 위험해 보였다. 2층 공간은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차를 마실 수는 없고 사진 찍는 방문객들이 드나들며 인스타용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맛집으로 통용되고 있었다.
보통은 2층까지 올라오고 내려가는 데 호기심이 발동해 3층에 올라가 봤다. 3층은 2층의 절반도 되지 않는, 좁은 공간이었다. 벽면에 오래된 영화 화보 같은 것이 붙어 있어 옛 정취를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계단은 일정 시기마다 손을 보는 것 같았다. 삐그덕대는 계단 발판이 없었다. 1층은 커피와 음료 및 소품이 어우러진 공간이고, 2층은 포토존, 3층은 다락방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메뉴 역시 흔해 빠진 메뉴들은 아니었다. 커피나 카페라떼 같은 보편적 메뉴들이 있지만 칡이나 양파식혜, 자몽에이드로 당 떨어졌을 때 좋을 자몽보숭이, 가래떡, 이강조차 등은 모두 주문해 맛을 보고 싶은 욕망이 일었지만 아이스 카페라테를 주문해놓고
다른 테이블의 방문객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런데 메뉴판이 부채에 새겨져 있어 이채로웠다. 메뉴판 하단에는 ‘골동품 민속품 예술품 팝니다’라고 새겨져 있어 눈길을 붙잡았다.
방문 전날 다섯시간 여 밖에 수면을 못취해 너무 졸려서 커피를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스 카페라테를 한잔 하고 있을 때 심심하지 말라는 것인지, 이 집의 또 다른 주인장인 흰 고양이 한 마리가 요염한 포즈로 옆에서 졸고 있었다. 앙증맞은 풍경으로 기억에 저장됐다.
이곳은 전시장인 색장정미소와 애기똥풀로 불리는 미술학교로 구성돼 있다. 실제 안에 들어가면 정미소는 카페 기능인데 소품들이 즐비해 전시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고, 미술학교는 정미소 옆 한옥건물로 미술체험을 할 수 있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집 안주인이 한국화가로 활동했지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안주인의 작품들이 벽면에 일부 걸려져 있다. 안주인이 없어서 그런지 약간 퀭한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 역시 빈티지한 공간 구성을 하고 있다.
사진 맛집이 분명 맞지만 잘못 방문하면 정미소 앞 주차된 차량이나 오토바이로 인해 말끔한 풍경 사진을 담아가기 어려운 때가 종종 있으니 때를 잘 맞춰서 가야할 필요는 있다.
사계 언제 가도 좋을 이색 포토존으로 점점 유명세를 더해가는 색장정미소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떠난듯한 인상을 안기는 곳이다. 과거로 떠나보고 싶은 사람들 중 전주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둘러봐야 할 핫플이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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