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자기세계 구축하는 작가 꿈꿔

[작가탐구]등단 11년 만에 첫 소설집 낸 신예 박송아
광주는 소설 뼈대…“먼저 삶 생각하라” 상기
갈등과 육체적 아픔 감내 청소년들 삶에 집중
8월 한달간 연희문학창작촌 단기 입주 활동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09월 05일(화) 18:19
(2023 8월 123호=글 고선주, 사진 최기남 기자) ‘차창 밖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고향을 떠나온지 어느덧 십 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크게 변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와보니 모든 것이 예전과 비슷했다. 집과 고향은 아버지가 수감된 이후부터 잊고 싶은 곳이 되었다. 특별히 싫어서가 아니었다. 다만 내가 겪었던 일이 내가 느낀 것과 다르게이야기되는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단지 그 뿐이었다. “여기는 변한 게 없네?” 나처럼 창밖을 보고 있던A가 말하자 S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마지막 서커스’ 64쪽 중에서)
이는 그가 11년만에 어렵게 펴낸 첫 소설집의 표제작인 ‘마지막 서커스’ 부분에서 발췌한 대목이다. 읽다가 ‘내가 겪었던 일이 내가 느낀 것과 다르게 이야기되는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는 부분에 시선이 꽂혔다. 누구나 살다보면 타인에 의해 왜곡되는 경우가많은 것에 대한 경험이 있을 수 있고, 극히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많이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작가 자신의 또 다른 투영으로 읽혔다. 가장 자신의 성향과 유사하다고 설명한 작가는 등장인물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는 현시대 세태에 대한 경계의식이 투영됐다.
이 소설집을 낸 광주 출생 박송아 작가를 지난 7월19일 상록도서관 인근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의 소설적 삶은 초등 3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교적 담담하게 문학에 관심을 두게 된 첫 시점을 들려줬다. 초등 3학년 때 따돌림을 당하면서 혼자 시간을 견뎌야 했기에 낙서를 하다가 점차 글로변화해 갔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글을 쓰는 것이 재미가 있어 (자신의) 놀잇감이자 놀이대상으로 글을 인식했다.
그러다 중학교에 진학해 각종 백일장 대회에 출전해 여러 차례 수상, 글에 더욱 재미를 붙이게 되면서 점점 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이때 국어 선생님을 비롯해 주위의 여러분들이 문학을 권유하면서 본격 입문하게 된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아예 문예창작과를 목표로 두고 문학특기 자격 준비를 해나간다. 전국 대학 주최 백일장에 참여하기 시작한다. 그가 지금은 소설가가 됐지만 처음에는 시(詩)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 실적이 나오지 않아 산문으로 전향한 경우다. 동생의 ‘시만 고집하지 말라’는 충고에 산문분야 백일장에 나가게 되고, 바로 수상 실적이 나오면서 산문으로 안착한다. 그는 잠시 시를 쓸 무렵, 시를 잘 쓰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 경쟁이 치열한데다 언어적 감각이 출중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시보다는 소설이 더 맞는 것 같아 장르를 바꿨다. 그는 지구력에 자신이 있었던 만큼 그것에 더 부합했던 소설로 옮기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장르가 정리된 그는 각종 백일장 총 40여회에 도전, 여섯군데 입상을 해 그것을 동력삼아 동덕여대에 진학, 국문학과 문예창작을 복수전공할 수 있었다. 대학시절 그는 작가가 되기 위해 등단을 반드시 해야만 했기 때문에 문예지신인상과 신춘문예 등 등단을 위한 도전을 지속했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에 머물렀는데 상경 후 5년만에 세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신 귀토지설’이 당선돼 문단에 데뷔한다.
앞서 언급했듯 등단 후 자신의 작품집을 내는데 11년이 소요됐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쉽게 작품집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10년이 넘게 소요되면서 그 과정으로 인해 많이 지친 듯 보였다. 서울생활을 잠시 접은 이유 중 하나로 이해됐다. 피폐해
서 고향인 광주로 내려와 지내면서 정서적으로 꽤 안정화됐다는 반응이다.

대화를 이어나가다 성향상 자신과 가장 유사한 작품으로 뽑은 ‘마지막 서커스’가 궁금했다. 이 작품이 함의하고 있는 메시지를 들어보고 싶어 ‘왜 마지막 서커스가 성향상 자신과 잘 맞느냐’고 물었다. 주체적 삶이 타인들의 왜곡된 시선으로 해석돼 그에 대한 거부감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이 없는 사람, 말을 못하는 사람, 다리가 꺾여서 잘 못 거니는 사람 등 장애가 있는 세 사람이 등장합니다. 대개 장애가 있는 사람의 아픔에 주목하지만 어느 순간 동정의 시선을 보내죠. 이 단편은 사회 제도 개선을 어느 정도는 내비치고 있습니다. 이들의 삶이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동정과 차별의 시선이 엄연하게 느껴지는데다 너무 함부로 이들의 삶에 대해 재단하려는 성향이 있어 이를 경계하고 있어요.”
작가는 자신의 삶이든, 다른 이의 삶이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동시에 날 것 그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지향하는 태도’라는 설명이다. 이것이 잘녹아 있어 가장 자신다운 소설이라는 것이다.
어렵게 소설집을 펴낸 만큼 다음 작품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는 없지만 향후에도 청소년 글쓰기에 주력할 생각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시작될 때부터청소년 글쓰기를 생각했기에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에 포커스를 맞춰 다음 장편 작품집을 펴낼 구상이다.
“SNS 상에서의 가상 모습(부캐)과 현실의 자기 모습과의 괴리감이 있어 끊임없이 갈등을 겪을 수 밖에없고, 육체적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청소년들이 직면한 삶이잖아요. 이런 내용을 다듬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고향인 광주가 자신의 소설 뼈대라고 말하는 작가는 부친이 해남이 고향이고, 모친이 진도가 고향이어서 시골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창작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다. 소설 속 배경이 서울보다는 광주나 시골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다.
대학 때 당시 교수였던 윤대녕 소설가가 “먼저 삶을 생각하라”는 말을 자신에게 해준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는 나이가 어려 이 문장의 뜻을 제대로 깨치지 못했지만 조금 시간이 흐른 뒤 이 문장의 의미를 깨쳤다고 한다. ‘몸과 마음, 건강을 챙기며 일상을 즐겁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라는 뜻이었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 건강을 최우선적 목표로 하되, 글이 안 풀릴 때는 쉬었다 가고, 실제 쉼을 위한 시간을 별도로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했다. 작가 자신 역시 집착을 놓지 못해 바닥까지 갔다는 설명이다. 광주에서 4년 동안 머무름은 그에게 삶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은 분명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어떤 소설가가 되고 싶나’라는 질문을 끝으로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작품을 한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또 꾸준하게 자기세계를 구축해나가는 작가를 꿈꾸죠.”
박송아 작가는 전남여고를 거쳐 동덕여대와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동국대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순천대 교양학부에 출강하면서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도서관에서 초·중생을 대상으로 글쓰기 지도를 해오고 있다. 8월 한달동안 서울문화재단 연희문학창작촌 단기 작가로 입주해 활동을 펼친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회사소개회사연혁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고충처리인광고문의기사제보
광남일보 등록번호 : 광주 가-00052 등록일 : 2011. 5. 2.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광주 아-00193 등록일 : 2015. 2. 2. | 대표 ·발행인 : 전용준

광주광역시 북구 무등로 254 (중흥동 695-5)제보 및 문의 : 062)370-7000(代) 팩스 : 062)370-7005 문의메일 : design@gwangnam.co.kr

본사이트에 게재된 모든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 의 사전 허가없이는 기사와 사진을 무단전재 복사를 금합니다